오늘의 5가지 이슈: 바이든노믹스, 위안화 6.5?

(블룸버그) —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피말리는 접전 끝에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막판 승리를 거두며 선거인단 270석을 넘겨 미국 4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현지시간 토요일 승리를 선언하며 팬데믹 악화와 경기 부진, 극심한 정치 분열로 휘청이는 미국을 화합으로 이끌고 치유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승부 결과가 발표된 직후 성명서를 내고 선거가 끝나려면 멀었다며 선거 불복과 소송을 예고했지만, 사위인 쿠슈너 선임보좌관이 트럼프에게 선거 결과에 승복하도록 얘기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시장은 당장 추가 재정부양책의 규모나 합의가능성을 주목하며, 증세와 친환경 투자, 다자무역 복원으로 대변되는 바이든노믹스가 어떤 투자 기회를 제공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금요일 뉴욕증시는 재정 및 통화 부양책 기대와 더불어 분점정부 탄생으로 증세나 규제강화 등 급진파의 주장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속에 4거래일 연속 랠리 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S&P 500 지수는 주간 기준으로 7.3% 급등하며 4월래 최대폭 상승했다. 미국 10월 실업률이 6.9%로 전월 7.9%에 비해 크게 낮아졌고, 비농업부문 고용도 63만8000명 증가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사례가 하루 12만명을 넘어서며 기록적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은 당선 승리 연설에서 12명으로 구성된 코로나19 테스크포스팀을 월요일 임명하겠다고 밝히며 적극 대응을 예고했다.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이 급하게 6.5위안을 향하고 있어 중국인민은행(PBOC)이 속도조절에 나설지 주목된다. 바이든의 당선으로 무역 갈등이 완화되면서 중국이 최대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에 지난주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은 1.6% 가량 하락해 2년여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공화당의 상원 수성으로 대규모 재정부양책 가능성이 후퇴하면서 미-중 10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거의 10년래 최대로 벌어져 PBOC가 적극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번주 달러당 6.5위안선을 시도할 수도 있다. 트럼프보다 온건한 바이든의 승리는 EM 시장 전반에 호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바이든노믹스

민주당이 상원 탈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3.5조 달러에 이르는 경제 지원 프로그램 공약을 놓고 의회와 한판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그는 당장 가계지출에 도움이 될 실업보험 확대지원을 연장하고, 장기적으로 고용과 경제성장을 이끌 인프라, 그린에너지, 자녀양육 프로그램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싶어한다. 어느 당이 상원을 차지할지는 조지아주 결선 투표에 달려 있을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보수파 의원들은 국가부채 증가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며 바이든의 계획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법인세를 현행 21%에서 28%로 인상하고, 소득이 40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층의 세금도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의회가 양분될 경우 이를 법제화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Moody’s Analytics는 바이든의 취임 전에 추가 부양책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제프리스는 5000억 달러 정도로 규모가 상당히 축소된 재정지원법안이 추진되어 내년 경제성장률이 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 압승 시나리오에선 5.5% 성장을 전망했다. 경제 회복의 최대 걸림돌은 팬데믹으로 바이든이 재정정책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 일부를 셧다운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부모들이 맘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학교를 안전하게 다시 여는데 추가 자금지원을 지지하기도 했다. 국제 무대에서 바이든은 트럼프만큼 무역 갈등에 날을 세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대중 관세를 그대로 유지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유럽 등 동맹국과의 무역 관계는 재설정하길 원하고 있다. 이민의 경우 비자 제한을 완화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바이든과 월가

월가는 오랜 정치 경력을 가진 중도파로 알려진 바이든의 승리에 마음을 놓으면서도 동시에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 등 보다 과격한 민주당의 진보진영과 어떻게 정국을 헤쳐나갈지 긴장하는 분위기다. 월가는 친기업 성향의 바이든 측 핵심 내부인사들이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 등 경제와 시장을 관장하는 기관의 수장을 고르는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빈부격차 해소를 기치로 내건 진보진영은 대형 금융기관보다 일반 국민들을 우선시하는 강경파가 규제당국을 이끌어야 한다며 바이든을 압박해 월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진보세력은 금융권과 가까운 대부분의 인사들을 정부 요직은 물론 낮은 직급의 자리조차 임명을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Beacon Policy Advisors는 일부 재규제를 피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바이든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 시절 월가에 맞서며 명성을 얻은 전 CFTC 위원장 Gary Gensler와 오랫동안 금융권에 몸담았던 키뱅크의 Don Graves 등에게 정권인수 차원에서 금융규제기관 검토를 부탁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모비우스 ‘바이든, 美증시에 악재’

전설적인 투자자인 마크 모비우스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법인세 및 부유세 인상을 시도할 수 있어 미국 증시엔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에서 약 30년의 투자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으로 은퇴 후 모비우스 캐피털 파트너스를 공동 설립했다. 바이든이 공약으로 내세운 증세가 현실화된다면 미국 시장에 투자하려는 유인이 위축되고, 이는 신흥시장을 비롯한 다른 글로벌 주식에 좋은 소식이 될 전망이라고 금요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소위 부의 효과가 작동해 증시에 투자한 사람들이 세금 인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투자에 소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이 백악관을 장악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의회가 양분될 가능성이 높아 쉽게 세금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의 견해에 배치되는 주장이다. 그는 바이든의 증세 계획이 소위 연간 소득 20만 달러 이상인 ‘부자’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며, 바로 이들이 주식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투자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갈길 먼 브렉시트 협상

존슨 영국 총리와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현지시간 토요일 브렉시트 합의를 향한 길을 마련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가졌지만 여전히 상당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이제 양측 협상대표가 목요일 이후 중단되었던 무역협상을 런던에서 재개해 노력을 배가할 계획이다. 폰데어라이엔은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특히 공정경쟁과 어업권 부문에서 여전히 입장 차이가 크다”며, 계속해서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브렉시트 과도기가 종료되는 12월 31일 전에 각자 의회 비준을 얻으려면 늦어도 11월 15일까지는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브렉시트를 앞두고 골드만삭스 그룹이 400억~600억 달러 가량의 영국내 자산을 올해 안에 독일내 자회사로 옮길 계획이다.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이 자회사의 자산 규모는 작년말 기준 30억 유로로, 유럽 대륙내 사업이 더 성장할 경우 추가 자산을 시간에 걸쳐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JP모간을 포함해 연말까지 총 4000억 유로의 외국계 은행 자산이 영국을 떠나고 있다. 지난 9월 골드만은 100명이 넘는 런던 직원들을 유럽내 도시로 재배치하는 계획을 가속화했고, JP모간은 약 200명의 직원들에게 이주를 권고했다. 컨설팅회사 EY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이 국민투표로 EU 탈퇴를 결정한 이후 영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약 7500명의 직원들을 이미 EU로 재배치했다.

혼돈의 터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Murat Uysal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고 Naci Agbal 전 재무장관을 신임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일련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터키 리라화의 신저가 추락을 막지 못하자 16개월만에 또다시 중앙은행 총재를 갈아치웠다. Agbal은 통화정책 경험이 전무하지만 시장 친화적인 전문적 관료로 알려져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경제성장 지원에 협조하라는 에르도안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신임 중앙은행 총재가 리라화를 방어하고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리라화는 올해 달러 대비 30% 넘게 빠지며 신흥시장 통화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번 통화당국 수장의 전격 경질이 신뢰 회복을 위해 과감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TD증권은 “어쩌면 이번 주에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앙은행 총재 해임 후 이틀도 지나지 않아 Albayrak 재무장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해 리라화의 추가 혼란이 예상된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