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상업부동산, 조기인하 철회

서은경 기자
전일 파월 연준의장이 3월 금리 인하 베팅에 찬물을 끼얹은데 이어 영란은행(ECB)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경로 역시 당장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취약 은행에 대한 불안으로 연준의 첫 인하 시기가 당겨질 수도 있다는 추측이 다시 힘을 얻으면서 미국채 5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9bp 가까이 빠져 3.75%로 작년 6월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Brandywine Global Investment Management의 Jack McIntyre는 자칫 경제의 혈관 역할을 하는 은행 대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질문을 하기 전에 미국채부터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증시는 기술주 랠리에 S&P 500 지수가 1.3% 가량 반등했다. 장 마감 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플랫폼스는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상회하는 분기 매출 전망과 더불어 자사주 매입과 첫 분기 주주 배당금을 발표해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0% 넘게 급등했다. 아마존닷컴 역시 예상보다 좋은 작년 4분기 매출과 이번 분기 낙관적 이익 전망에 주가가 7% 가량 뛰었다. 애플은 작년 10월-12월 기간 동안 1년간의 슬럼프를 딛고 모처럼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한편 미국 머니마켓펀드 자산이 이번주 사상 처음으로 6조 달러를 넘어섰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5600억 달러 규모의 美상업용 부동산 경고…NYCB·日아오조라은행↓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이래 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NYCB)와 일본 아오조라은행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일부 대출기관에서 이제 그 고통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NYCB는 적자 전환에 주주 배당금을 크게 줄이면서 현지시간 수요일 주가가 사상최대폭인 38%나 무너진데 이어 목요일에도 장중 15% 가까이 밀려 2000년래 저점을 경신했다. 무디스는 NYCB의 신용등급을 강등할지 검토에 들어갔다. KBW 지역은행 주가지수의 경우 전일 6% 하락으로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 붕괴 이래 최악의 하루를 보냈고, 목요일에도 장중 한때 5.5% 후퇴했다. 아오조라은행 역시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문 투자 부실로 당해연도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도쿄 증시에서 주가가 20% 넘게 하락했다. 도이체방크는 “리파이낸싱 리스크”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손충당금을 지난 분기에 4배 넘게 늘렸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몇년에 걸쳐 백오피스를 중심으로 3500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재택근무 확대와 가파른 금리 상승 속에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어떤 대출이 문제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Trepp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내년 말까지 만기 예정인 상업용 부동산 대출 채권은 약 5600억 달러에 이른다. 지역은행이 특히 익스포저가 높으며 대형은행에 비해 방어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Barry Sternlicht는 이번주 오피스 부동산 시장이 현재 “존폐 위기”에 처했다며, 한때 3조 달러였던 자산 가치가 이제는 1.8조 달러 정도로 떨어져 “1.2조 달러의 손실”이 어딘가에 퍼져있고 누구도 정확히 그곳이 어디인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반면 미국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의 브루스 반 사운 최고경영자는 작년 여러 미국 지역은행의 붕괴를 초래한 문제들이 대체로 과거의 일로 상황이 훨씬 정상화되기 시작했다며, NYCB 사태는 이례적 “아웃라이어(outlier)”라고 현지시간 목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바클레이즈·골드만·BofA, 연준 3월 인하 전망 철회

파월 연준의장이 전일 FOMC 회의 후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면서 바클레이즈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이 3월 인하 전망을 철회했다. 골드만삭스의 Jan Hatzius 등은 연준의 첫 금리 인상 시기를 5월로 조정하고, 올해 총 5차례 인하와 내년 3차례 추가 인하 전망은 유지했다. 바클레이즈의 Marc Giannoni 등은 현지시간 수요일자 투자자노트에서 5월부터 시작해 6월, 9월, 12월 등 총 4차례에 걸쳐 25bp씩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1월 FOMC 정책성명서가 3월 인하에 대한 기준을 높였다며, FOMC가 인하를 서두를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BofA 역시 3월 인하 전망을 거둬들이고 6월부터 9월, 12월에 25bp씩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3월 인하를 배제하는 것은 지표에 의존해 회의 때마다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연준의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지만, “파월 연준의장이 사실상 같은 질문에서 두 번이나 3월 인하를 일축한 점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JP모간은 6월 첫 인하 전망을 고수하면서도, 파월의 발언 후 5월 인하도 가능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소프트한 인플레이션 지표와 노동시장 지표 약세가 연준위원들에게 충분한 확신을 줄 것이라며 3월 인하 전망을 견지했다.

BOE, 인플레이션 완화시 올해 금리 인하 가능 시사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하고 인플레이션 완화시 올해 금리를 내릴 수 있음을 공식 시사하는 동시에 물가 압력이 되살아날 위험을 경고했다. BOE는 금리를 또다시 올려야 할 수도 있다는 선제적 안내 문구를 없앴고, 앤드류 베일리 총재는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상당히” 하회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다만 “우리가 먼 길을 왔지만 아직 목표 지점에 도달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스와티 딩그라 통화정책위원은 금리 인하를 주장했고, 캐서린 만과 조나단 해스켈 위원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25bp 인상 입장을 고수했다.

트레이더들은 BOE가 올해 6월부터 적어도 25bp씩 4차례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베팅을 유지했다. 5월 인하 가능성은 약 50%로 내다봤다. BOE 메시지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단 평가 속에 파운드는 달러와 유로 대비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다. KPMG 수석 영국 이코노미스트 Yael Selfin은 여름부터 올해 총 100bp 인하가 진행된 후 내년 하반기면 기준금리가 약 3%에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MUFG EMEA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Henry Cook은 영국 정부가 곧 발표될 예산안에서 일부 소득세 인하를 내놓을 수 있어 BOE의 제약적 통화정책에 맞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인플레이션 둔화세, 예상보다 느려…ECB 인하 베팅 시험

연초 유로존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예상보다 느린 것으로 나타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르면 올 봄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시험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기준 1월 2.8%로 작년 12월 2.9%보다는 낮아졌지만, 블룸버그 사전 설문조사 전망치 중앙값 2.7%에는 미치지 못했다. 식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3.3%로 시장 예상치 3.2%를 상회했다.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지시간 목요일 발언에서 임금과 기업 이익이 올해 CPI 경로를 결정하는데 주요 변수라고 지적했다. 마리오 센테노 ECB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2%로 수렴하고 있어 그같은 경로가 향후 몇달간 지속될 경우 다음 ECB 움직임은 인하가 될 것이라며, 다만 소위 중립금리로의 통화정책 완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트레이더들은 4월까지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거의 90%로 보고 있으며, 올해 총 25bp씩 거의 6차례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기대했던 것보다 높아 ECB가 6월까지 판단을 미룰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가 요동…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 보도 혼선 

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 합의 가능성 보도가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낙폭을 한때 3.8%까지 확대했고, 앞서 1.5% 가량 올라 배럴당 77달러에 육박했던 미국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는 73달러대로 2.8% 밀리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군사작전을 멈추고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협상이 아직 초기 단계로 며칠 내에 돌파구가 나오기 어렵겠지만, 이번 제안이 10월 7일 전쟁 발발 후 최장기 휴전과 최대 규모 인질 석방으로 성사될 현실적 가능성이 있으며 이후 보다 장기적인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 자지라는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휴전안에 합의했고 하마스는 일단 “긍정적 확인”을 주었다고 전했다. 협상안이 “수 주(weeks)” 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며, 양측 모두 인도주의적 휴전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후 해당 게시물을 지우고 하마스가 휴전안을 “긍정적 분위기”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답변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Bok Financial의 Dennis Kissler는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안은 중동에서의 첫 긴장 완화”로, 해당 뉴스가 전해지면서 롱 포지션 청산이 초래되었고, 유가가 200일 이평선을 하향 돌파됨에 따라 매도 압력이 거세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OPEC+는 3월 초에 감산 정책을 2분기까지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이 밝혔다. 하루 100만 배럴에 달하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공급 축소에 더해 7개 산유국이 이번 분기에 하루 총 90만 배럴의 감산을 약속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