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월가 감원 칼바람, 미국채 사랑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골드만 등 월가 대형은행 수장들이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감원 칼바람을 경고하면서 뉴욕증시가 급락을 이어갔다. S&P 500 지수는 1.4% 후퇴하며 지난 25일부터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약세로 마감했다. 모간스탠리자산운용의 Lisa Shalett는 내년 일부 대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될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이 망상에서 깨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러(BBDXY)는 이틀째 반등으로 샛별형 패턴이 출현해 상승 반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애플은 기술적 한계로 야심찬 미래형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개발 계획을 축소하고 출시 목표 시점을 2026년으로 일년 가량 미뤘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국제유가(WTI)는 3거래일에 걸쳐 8% 넘게 급락하며 배럴당 74달러대로 밀려 한때 130달러까지 올랐던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번주 미국측과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협상이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EU는 IRA가 유럽계 기업들을 미국에 투자하도록 유인하는 차별적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월가 감원 칼바람

골드만삭스가 추가 감원 가능성을 경고하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가 채용 속도를 늦추는 등 미국 대형은행들이 경기침체 위험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미 지난 9월에 팬데믹 발발 이래 최대 규모의 감원에 돌입한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정 분야의 직원을 정리하고 신중한 비용 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솔로몬은 비즈니스 성과면에서 2021년은 예외적인 한 해로 올해는 상황이 달라져 보상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험난한 시기가 찾아올 것으로 가정해야만 한다”고 경고했다.

모간스탠리는 글로벌 인력의 약 2%에 해당하는 1600명 정도를 해고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BofA CEO는 퇴사를 원하는 직원들의 수가 적어 경기 하강을 앞두고 몸집 관리를 위해 채용을 늦추고 있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밝혔다. “우리는 항상 인재를 원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좀더 신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는 내년 경기침체가 강하게 올 수도 있다고 CNBC에서 우려했다.

다시 월가 사랑받는 미국채

연준이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정책 긴축 속도를 높일 경우 내년 또다른 시장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지만 월가에서 채권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사라지는 분위기다. 자산운용사들은 24조 달러 규모의 미국채 시장에서 익스포저를 다시 쌓기 시작했다. 모간 스탠리는 멀티에셋 인컴 펀드가 물가채와 우량등급 회사채 등 달러 표시 증권에서 거의 20년래 최고의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10년 만기 미국채의 경우 이자 지급액은 4.125%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핌코는 매파적 연준 시대의 가장 큰 피해자인 장기물 채권이 경기침체에 따른 안전자산 트레이드에 힘입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Fiduciary Experts의 설립자 겸 CEO인 Maribel Larios는 “믿거나 말거나 사람들이 흥분한 상태”라며, “모든게 상대적이다. 이들 채권 계정이 과거엔 거의 이자가 없었는데 현재 4%, 심지어 일부 현금 계정은 2%-3% 이자를 준다”고 설명했다. Sit Investment Associates의 Bryce Doty는 “채권 쿠폰이자가 훨씬 높아졌다. 2년물 미국채의 경우 4.5%로 수년래 본 적이 없다”며, 고객들에게 향후 12개월에 걸쳐 채권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연말 유동성 경색 시나리오

졸탄 포자르 크레디트스위스(CS) 스트래티지스트는 러시아가 제재로 인해 석유 판매 대금을 금으로 결제하도록 요구하지 않는 한 연말 자금시장 유동성 경색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지난 1년간 정치가 통화·재정 정책 결정을 지배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고 투자자노트에서 지적했다. 포자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배럴당 60달러로 정해진 유가 상한선 규제에 반발해 원유 2배럴 당 금 1g을 판매 대금으로 요구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그 결과 달러는 러시아산 원유 대비 사실상 재평가되고 금 가격이 두배로 뛰면서 사실상 일종의 금본위제 부활로 은행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의 내재적 가치가 급등할 경우 금과 같은 상품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하는 은행들은 대개 장외 파생상품 계약을 선물로 헤지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부족을 겪을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한 레포 펀딩 수요가 2918년이나 2019년보다 약하다며, 연준의 양적긴축에 따른 유동성 흡수가 단기자금시장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세계 경제 전망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2.4%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 1993년 이래 가장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2075년까지 세계 경제 경로를 추정하면서 금융위기 이전 10년간 연평균 3.6%를 기록했던 글로벌 성장률은 향후 십년에 걸쳐 3%를 약간 하회하고, 이후에도 노동력 증가 둔화로 점진적인 후퇴의 길을 갈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은 “글로벌 잠재성장률이 최고수위선을 지난 것 같다. 성장 둔화 전망은 주로 인구구조적 요인에 있다. 세계 인구 성장률이 지난 50년 동안 반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흥국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면서 중국과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독일 등이 달러 기준 세계 최대 경제로 자리매김하고,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 이집트 등도 주요 경제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는 지난 십년간의 상대적 강세를 되풀이하기 어려워 보이며, 달러의 이례적 강세 역시 향후 십년에 걸쳐 되돌림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보호주의와 기후변화가 성장 및 소득 격차 해소에 “특히 중요한” 리스크라고 골드만은 지적했다.

FTX 파장…골드만, 크립토 관심 

FTX 붕괴 파장 속에 대출 프로토콜 메이플 파이낸스는 3600만 달러 규모의 크립토 대출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결정한 헤지펀드 Orthogonal Trading과 관계를 끊었다. 한편 골드만삭스가 크립토 기업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글로벌 디지털 자산 책임자인 매튜 맥더모트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FTX 암호화폐 거래소의 붕괴로 크립토에 대한 투자자 관심과 밸류에이션이 타격을 입으면서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정말로 흥미로운 기회”가 나타났다며 일부 크립토 기업을 사거나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여러 개의 크립토 기업에 대해 실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들로부터 항복 신호가 나오면서 FTX 사태로 촉발된 디지털 자산 시장의 붕괴가 거의 바닥에 다가서고 있다는 기대가 크립토 열성팬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