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은행 실패 비용, CS발 AT1 여진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위험 선호가 되살아나면서 뉴욕증시가 기술주와 금융주 중심의 안도 랠리를 펼쳐 S&P 500 지수가 4000선을 회복했다. 나스닥 100 지수는 1.9% 상승으로 작년 12월 저점 대비 20% 넘게 올라 강세장에 진입했고, 전일 장 마감후 견조한 분기 전망을 내놓은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는 주가가 장중 한때 8.7% 급등했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 실패 비용의 부담을 월가 대형은행들에게 더 많이 전가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전해졌지만 금융주 랠리를 막지는 못했다. 월가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 주식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으로, 이들의 S&P 500 연말 목표치는 3개월 연속 평균 4050포인트에 머물고 있다.
파월 연준의장이 현지시간 수요일 미 의회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올해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올릴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추가 1회 인상을 예상한 최근의 FOMC 점도표를 가리켰다고 Kevin Hern 공화당 의원이 전했다. 한편 Toni Gravelle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는 양적긴축이 2024년 말이나 2025년 상반기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시점이면 중앙은행이 다시 자산 매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BofA 스트래티지스트들은 단기적으로 미국 증시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현금이 S&P 500 지수의 강력한 대안”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은행 실패 비용 충당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등 최근 은행 실패로 거의 23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예상됨에 따라 월가 대형은행들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부담을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DIC는 타격을 받게 될 1280억 달러 규모의 예금보험기금을 강화하기 위해 5월 소위 특별 평가(special assessment)를 제안할 방침으로, 그 규모나 시기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당국 관계자들은 지역은행의 부담을 제한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기관에 보다 큰 비중으로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형은행에 주로 의존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가장 구미에 당기는 해법이라고 일부 소식통은 말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실패 비용을 어떻게 배분할지 문제는 이미 워싱턴 정계에서 핫이슈가 되었다. 금융 당국이 문제가 된 은행들의 모든 예금을 보장하겠다며 이례적 백스톱 조치를 취하자 의회 의원들은 누가 최종적으로 부담을 지게 될지를 놓고 옐런 재무장관과 파월 연준의장, 그룬버그 FDIC 의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은행들은 FDIC 보험기금에 매 분기마다 예금보험료를 내며, FDIC는 2010년 도드-프랭크 규제 개혁으로 수수료를 정할 때 개별 은행의 규모를 고려하게 되어 있다. FDIC의 주요 기금이 타격을 입을 경우 FDIC는 기금 보충 속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 평가금을 부과할 수 있고 그 요율을 산정하는 방식도 정할 수 있다.

여전히 불안한 AT1…리파이낸싱 비용↑

2560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 시장이 아직도 크레디트스위스(CS) AT1 전액 상각에 따른 충격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다. 은행 규제 당국과 정치인들이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연일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CS 긴급 구제 과정에서 CS 주식은 UBS 주식으로 교환돼 가치가 일부 보존된 반면 AT1 채권은 휴지조각이 되면서 거대한 후폭풍을 일으켰다. 유럽 은행들이 발행한 AT1 채권 지수는 금리가 현지시간 화요일 13.5%로 CS 사태 당시의 기록적 수준에서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2월만해도 7.8%에 불과했다. ING의 스트래티지스트 Timothy Rahill는 “은행들이 곧 새로운 AT1을 발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AT1 시장은 여전히 림보 상태로, 이 상품의 실제 가치와 그에 따른 책임 구조에 대한 질문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T1 채권을 발행한 은행은 채권투자자와 주식보유자, 규제 기관의 서로 다른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결정에 직면해 있다. 대개 AT1은 조기상환(콜옵션 행사)을 한 뒤 다른 AT1을 발행해 차환하는 것이 관례지만 현재 높은 리파이낸싱 비용을 감안할 때 이를 건너뛰고 쿠폰이자를 지급하는게 발행자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AT1 투자자들을 실망시킬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무리하게 조기상환을 강행할 경우 주주들에게 역공을 당할 수 있다. 블룸버그 집계 자료에 따르면 유럽에서 올해 첫 콜 시점이 도래하는 조건부 전환사채가 약 180억 달러에 이른다. 바클레이즈는 3월 28일자 투자자노트에서 “올해 대부분의 벤치마크 AT1이 조기상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발행사와 규제당국이 보다 투자자 친화적인 접근 방식을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Natixis는 AT1 시장이 되살아나겠지만 투자자들이 어떤 채권을 살지 좀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epler Cheuvreux는 “CS발 전이가 없다 하더라도 시장이 이를 소화하고 다시 확신을 갖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 유동성 위기 경고

금융 여건이 타이트해지고 경제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글로벌 외환시장이 유동성 경색에 직면할 수 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경고했다. BofA 스트래티지스트은 외환시장이 최근 은행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을 크게 입지 않았지만 미국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를 부추김에 따라 주요 통화쌍 환율의 내재 변동성이 이달 들어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달러에 대한 수요 급증이 유로-달러 1개월 내재변동성을 2020년초 이래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던 작년 후반과 비교할 때 아직 위기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실리콘밸리은행 붕괴와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이후 지난주 연준이 비둘기파적 스탠스를 보이면서 시장을 진정시켰지만, 인플레이션이 고집스럽게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변동성이 다시 튀어오를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신용 긴축이 시차를 두고 큰 충격을 줄 수 있는데다 경제는 주기상 위축 국면에 진입하는 듯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경직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현물 유동성이 다시 시험대 위에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JP모간과 골드만삭스 등 월가 대형은행들이 수익성이 높은 직접 기업 대출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사모대출펀드들와 논의 중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예금인출 2차파동 경고

바클레이즈는 은행권에서 또다시 대규모 예금인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객들이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더 높은 금리가 존재함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SVB 붕괴 여파로 은행 지급여력에 대한 두려움이 초래한 1차 예금인출은 이제 거의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SVB 사태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그들이 저축한 예금에 대해 얼마나 낮은 이자를 받고 있는지 깨닫게 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 안전에 대한 최근의 혼란은 ‘잠자고 있던’ 예금자들을 깨워 MMF로 돈을 옮기는 예금인출 2차 파동을 가동시켰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은행과 달리 MMF 자산은 만기가 짧아 연준의 긴축 주기에서 금리 리스크가 예금에 비해 훨씬 적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방기금금리와 은행예금금리 간의 격차는 역사적으로 큰 편이며, 이번 긴축 주기에서 빠른 속도로 확대되어 돈을 빼내고 싶어하는 강한 유인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ECB 추가 금리 인상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필립 레인은 최근의 금융 시스템 긴장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Zeit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ECB 기본 시나리오상 금융 스트레스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추가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 불안이 보다 강해질 경우 “무엇이 적절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ECB가 글로벌 금융 불안과 인플레이션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해 단초를 제공한다. 앞서 피터 카지미르 ECB 정책위원 겸 슬로바키아 총재는 금융 산업을 둘러싼 혼란에도 불구하고 ECB가 금리 인상을 포기해선 안된다며, 다만 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을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대출을 억제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향후 금리 결정에 있어서 근원 물가 압력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5월 정책회의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추측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며, 경제지표는 물론 금융시장 상황과 특히 자본조달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