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ETN 폭풍 성장...단발성 예상 빗나가

국제유가가 상승 일변도를 보이면서 움츠러드는 듯 했던 국내 원자재 ETN 시장의 열기가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이 급속하게 유입되면서 다시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올해 ETN 시장의 눈부신 성장이, 원유 상품 인기에 기댄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회의적 우려를 털어내는 부분이다. 박스권에 머물 때는 ETN 레버리지만한 투자선택이 없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판단이 이번에도 적중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버스 상품에 자금 3배 이상 늘어”

신한금융투자 윤채성 주식파생부 팀장은 이번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추석 연휴 이후 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인버스 상품으로의 자금 유입(AUM)이 3배 이상 늘었다”며 ETN 투자자들이 유가가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팀장은 11월 10일 장마감 기준 자사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의 잔고가 140억 원, 인버스 WTI 원유 선물 ETN 잔고가 36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WTI)는 지난 8일 배럴당 58달러 부근까지 올라 2015년래 최고를 경신했고, 이후 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저점은 42달러 수준이다.

올해 韓 원자재 ETN 거래 폭풍 성장

한국 금융시장에 ETN 상품이 거래된 지 이달로 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거래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원자재, 특히 원유 ETN 상품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부터다. 윤 팀장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원자재 ETN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원유 레버리지 상품’의 인기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42달러~56달러의 박스권에 머물면서 기관을 비롯한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에 대한 박스권 베팅에 나섰고, 이에 원유 레버리지 ETN 상품이 선택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KRX 증권상품시장부 ETN시장팀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월별 누적 기준 올해 1월 약 3600만주에 불과했던 전체 ETN 거래량은 9월말에는 3배 이상 늘어난 1.3억주로 정점을 찍었고, 10월에도 1억주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전체 거래 중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상품이 차지 하는 비중은 1월 16%에서 10월에는 72%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상품의 성공으로 천연가스 및 비철 등 기타 원자재 가격을 기초지수로 한 원자재 ETN 상품 출시도 줄을 이었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원자재 ETN 상품은 1월 21개에서 10월말 기준 37개로 늘었다.

경쟁 과열 속 기현상 속출…역마진 감수하는 발행사

한편 윤 팀장은 “거래량이 모두 허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거래량만으로 시장이 성장했고 잘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펀드의 잔고(AUM) 또한 꾸준히 증가하며 성숙한 시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잔고가 100만 원인 펀드가 100억 원 씩 거래되는 것은 잘못된 기현상이라고 본다”며 과열 경쟁 속에 증권사들이 역마진을 감수하고 ETN 발행에 나서는 상황인데 “시장이 아직 미성숙한 상태에서 과열 경쟁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TN 시장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증권사들이 스프레드를 어느 정도 가져가야 하는데 과열 경쟁으로 그렇지 못할 경우 ETN은 잘 팔린다고 해도 결국 증권사에는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TN은 증권사가 기초지수의 수익에 따른 성과를 보장하는 대신, 투자자는 증권사의 도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전체 ETN 발행액 중 투자자 매출액 비중은 올해 1월 3% 수준에서 10월말에는 5% 수준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ETN 시장은 투자자보다는 발행자 중심이다.

ETN 꾸준한 성장 전망하는 이유

삼성증권 임상백 주식파생운용팀 디렉터는 인터뷰에서 “유가가 박스권에 있다보니 박스권 트레이딩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았고, 이에 WTI 원유 선물 레버리지 상품 위주로 올해 ETN 거래량이 많이 늘어났다”며 개인 및 기관의 거래 모두 활발했는데, 특히 증권사 프랍데스크들의 거래가 활발했다고 진단했다.
“ETN은 추적오차가 없는 것이 장점”이라며, 여타 펀드와 달리 ETN은 무엇으로 운용하든 고객에게 기초지수 성과와 똑같은 성과가 돌아가기 때문에(물론 기타 수수료는 제외) 특히 기관의 입장에서는 ETN으로 거래시 성과가 명확하다는 점을 선호하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추적오차가 중요한 레버리지류, 고변동 상품들의 단기 전술적 매매는 ETN이 편리할 수 있다”며 원자재 이외에도 금리, 환율 등을 기초로 한 상품도 중장기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 (송고: 2017년 11월 14일)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OZDS9K6JTSE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