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헤지비용 '09년 이후 최고...보험사, 국내 장기물 더 담는다

  • LG전자 첫 20년 만기 채권 발행, 남동발전 30년물 보험사 가져가
  • 보험사 부채 듀레이션 올해 말 30년까지 확대…장기물 늘려야

(블룸버그) — 원화 스왑포인트가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에 머무르는 가운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 국내 보험사들이 울상이다. 헤지비용 급등으로 달러채권 투자가 어려워진 만큼 국내 장기물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보험사의 수요 기반에 힘입어 이달 초 처음으로 최장기인 20년 만기 채권을 사모로 발행한 데 이어 내달 15년물 장기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한국남동발전이 공모로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30년물 회사채도 모두 보험사가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국내에서 장기물은 가능한 한 계속 사오고 있었고, 헤지비용 상승으로 요즘 달러 익스포저를 줄이고 국내에서 장기물을 더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달러채권을 사면서 원화 3개월 스왑포인트로 롤오버해 헤지하는 경우 약 연 1.3%p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2년 전만 해도 달러채권을 헤지하면 헤지프리미엄이 발생했지만, 현 헤지비용은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험사가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양이 있는데, 현재로선 달러채권 투자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며 “결과적으로 원화 초장기 채권을 더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달러나 유로화채권을 대안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달러-원 스왑이 내재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 통화에 대한 스왑이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문 연구원은 최근 금리가 오름세인 만큼 매수 시점을 좀더 지켜보려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헤지비용 상승은 다른 기관들보다 보험사에 더 치명적이다. 강화된 자본 규제로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 보험사로서는 국내 장기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로 해외에서 장기자산에 많이 투자해왔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IFRS17 시행에 대비, 보험사 재무건전성과 리스크관리 향상을 위해 지급여력(RBC)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부채 듀레이션 확대다.

IFRS17에서는 보험사 부채(보험계약)의 만기에 제한이 없다. 그에 맞춰 금감원은 RBC제도 하의 금리리스크 산출 시 보험계약의 만기(maximum)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부채 듀레이션을 20년에서 25년으로 늘렸고, 올해 12월에는 30년까지 늘린다. 늘어나는 부채 듀레이션에 맞춰 추가로 자본 확충을 하지 않으려면 보험사로서는 자산-부채 듀레이션 매칭을 위해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한다. 보험사가 장기채권을 더 담아야 하는 이유다.

그간 국내 장기채권 커브가 계속 눌려 있었던 데에는 보험사의 장기물 수요 영향이 컸다. 국채 10년-30년 스프레드는 이달 약세장이 되며 소폭 올랐다가 이번 주 다시 마이너스(-)로 내려왔다. 보험사가 국내에서 장기물을 더 적극적으로 봐야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커브를 더 압박할 수도 있다.

문 연구원은 “스왑 절대 수치가 별로 안 좋기 때문에 큰 그림에서 볼 때 내년까지 원화채 쪽 집행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금리를 올릴 동력이 세지 않고, 국내 금리가 미국 금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