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銀 최경진: 달러-원 임계점..빠지면 사야할 때

달러-원 환율이 10월래 수차례 1140원선 위를 시도했지만 단 한번도 의미있는 돌파에 성공하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역시 경상흑자의 공급 우위를 무시할 수 없다며 오르면 팔자가 여전히 답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도이치은행 최경진 FIC 본부장은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달러 공급 우위가 달러-원 환율 상단을 제한해 줄 것이라는 안일한 기대를 할 상황은 이제 아닌 듯 하다”고 일축하며, 불확실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는 환율이 올랐을때 팔기보다는 “내렸을때 사는 대응이 맞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최 본부장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달러-원 임계점에 왔다..더 적극적인 당국 대응 필요

6월 중순까지만 해도 1100원 아래에 머물던 환율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레벨을 높여 1110~1140원 박스권을 형성하더니, 10월 글로벌 증시 하락장 경험 후에는 박스권 하단을 1120원선으로 높였다.

최 본부장은 최근의 달러-원 상승은 “주식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된 영향”이라며, 주식, 채권, 통화 모두가 같이 약세를 나타내는 트리플 약세장까지는 아니지만, 주식과 환율이 민감하게 같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고, 시장 쏠림현상이 워낙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시장 안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에는 주식시장의 낙폭이 컸는데도, 당국의 코멘트나 안정 대책 등이 나오지 않아 시장 참여자들이 의아해했었다고 전하며, 원론적으로는 증시 및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하지만, 시장 쏠림 현상이 심한 경우에는 정부 대책이 나와주지 않으면 시장 자체의 자정기능을 상실하고, 손절의 악순환(주식 하락, 환율 상승)이 일어난다고 염려했다. “당국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주식시장과 환율이 연동되는 움직임을 모니터하고, 쏠림시에는 대응이나 대책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주식 자금이 주식 매수 시에는 많은 부분 달러-원 현물시장에 매도로 나오지만, 증시가 출렁일 때에는 NDF 거래에서 달러 매수로 헤지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위기시에는 환율이 증시에 더 민감해진다고 설명했다.

“1140원을 기조적으로 뚫게 되면 1150원까지는 금방이고, 1150원마저 상향 돌파할 경우 위험해질 듯 하다”고. 이러한 견해에 기초할 때 13일 한국은행의 통화금융대책반 회의 개최 및 시장 대응 코멘트는 매우 시의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은 10월 한달간 코스피에서 4조 원, 코스닥에서 6100억 원 가량을 순매도 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금요일까지 코스피에서는 5600억 원 가량을 순매수하고 있지만 코스닥에서는 870억 원 가량을 순매도하고 있다.

달러-원, 내년에는 하락? 회의적…경기 안좋으면 환율 상승은 당연

미중 간 대화 무드가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양국간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짙고, 이탈리아 예산안영국 브렉시트 등 유럽 정치 현안들이 산적한데다, 12월에는 미 연준의 FOMC 회의까지 예정돼 있어 연말까지는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에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 본부장은 이러한 변동성 속에 현재로서는 “달러-원 환율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연말 달러-원 전망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달러가 완전히 약세로 돌아서려면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도달했음을 확인해야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 경제에 대한 논란도 계속 될 듯 해 “연말까지 뿐 아니라 내년 전체를 놓고 볼때 달러-원 환율이 얼마나 아래로 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미국 경기도 둔화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없지 않지만, 현재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신흥국 경기가 불안한 상황이어서 미국 경기가 정점을 지난다고 해도 이머징으로의 자금 재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해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최 본부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시중 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는 결국 성장과 물가인데 둘 다 지금 상황에서는 크게 경기를 자극할 만한 흐름이 못된다고 봤다. 증시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딱히 부양책도 나온 게 없으며, 미중 무역분쟁 여파 등 대외 불안까지 감안할 경우 이달 인상을 한다해도 이후 추가 인상은 어렵다고 봤다.

경기가 안좋으면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달러-원 환율은 ‘윗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달러 자금시장 굉장히 안정적..外人 국선 매수 정리안하는 것 특이

올해 원화 FX 스왑시장은 분기말인 3월과 6월에는 하락압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조용한 움직임을 보였다.

최 본부장도 “올해 FX 스왑시장은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없는 시장이었다”고 소회했다. 다양한 시장불안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달러 공급의 역할을 잘 해서인지 크게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는 모습이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달러-원 현물환율이 임계점을 돌파를 하냐 마냐 하는 불안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외화유동성 측면에서는 굉장히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IRS 시장도 안정적이긴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특이한 점이 있다면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안팔고 있다는 점”이라며, 보통 기존 재정거래(채권 매수 및 IRS 페이) 포지션들이 12월에는 유동성이 없으니 11월부터 포지션을 정리하곤 하는데, 올해는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사상 최대 대비 90~95% 가량 아직도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국내 경기를 안좋게보는 것일 수도 있고, 이머징 리시브-미국 페이의 글로벌 흐름을 따라 가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말에는 유럽이나 홍콩 발로 스퀴즈가 나는 경우가 있으니 연말로 갈수록 경계감은 가져야 할 것”이라고.

연말 달러-원 환율 향방은?

연말까지 달러-원 환율은 크게는 1110원~1150원, 좁게는 1120원~1140원 레인지를 유의미하게 벗어나지는 못할 듯 하다.”

현시점에서는 달러-원 환율 포지션 자체도 한 방향으로 쏠려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업체들이 환율이 1120원 수준으로 내려오면 사고 1140원선으로 올라가면 팔자로 나오는데다, 역외 참여자들도 1120원으로 가면 헤지하려 하고, 1140원으로 가면 팔려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140원선이 달러-원 환율 레벨업을 위한 임계점일 수 있는 만큼, “정부 당국도 달러-원이 연말을 앞두고 1140원대에서 크게 올라가는 것을 마음 편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듯 하다”고 봤다.

위안화 환율은 (연내가 아니더라도) 7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보는데, 중국 당국의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돌파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동조에 따른 달러-원 상승 속도는 그렇게 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집계 가격 분석상 연말 달러-원 환율이 1110원 아래에 있을 확률은 40%, 1150원 위에 있을 확률은 16% 수준이다. 같은 기준 달러-역내위안 환율이 7위안 위에 있을 확률은 26% 수준이다.

달러 팔아야만 한다면..연준의 ‘속도 조절론’ 주목

달러-원 환율의 상승 가능성이 높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를 팔아야할 입장이라면 시장이 급격한 위험선호로 돌아설 수 있는 재료, 즉 연준의 금리인상 신중론에 주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최 본부장은 현재 시장은 달러의 강약보다도 ‘리스크온이냐 리스크오프냐’가 관건인데, 만약 연준이 12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더라도 속도 조절론을 표출하고 달러 강세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내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시장은 리스크온 모드로 급격히 선회하고 달러도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달러-원은 아래로 방향을 틀 것이라며, “올해 수출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달러 현금이 많고 외화 예금도 많은데, 달러가 약세 쪽으로 확실한 추세의 변화를 보인다면 기업들이 달러 자금들을 연말 전에 다 팔자고 나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은 불확실성 속 달러 강세가 끝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에 기업들이 달러를 쥐고 있지만, 리스크 온 분위기가 된다면 이들 포지션 정리의 파급력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진, 김후연 기자 (송고 2018/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