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 한국은 지정안된다는 안일함..원화 약세 확대 위험 경계

미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시장 일각의 우려대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원화 강세 보다는 약세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년의 경험상 조작국 지정 우려는 해당국 통화 강세 재료가 되어온 바 있어, 이번에도 만에 하나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위안화 강세 속 원화도 강세로 갈 것이라는 기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글로벌 무역전쟁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만큼, 여느 때와 같은 통념을 따라 베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에 주목할 때다.

환율 조작국 지정, 머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심리는 움찔

미 재무부의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 기준 심층분석대상국 지정 기준은 ‘대미 무역흑자 200억불 초과, GDP 대비 3%를 초과하는 경상흑자, GDP 대비 2%를 초과하는 일방향적 시장개입에 의한 달러 순매수’의 세가지.
중국은 위의 기준 중 첫번째 요건 한 가지에만 해당되는 상황이고, 한국은 환시 개입 내역 공개를 결정하며 관찰대상국 지위에서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온 만큼 시장의 컨센서스는 ‘중국과 한국 모두 이번에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모아져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팩트체크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전쟁의 연장선 상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 재무부가 해당 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 간밤 미 재무부 실무진이 므누신 장관에게 내부적으로 제출한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권고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전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최근 미국채 금리 상승 및 달러 강세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만큼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위험을 배제할 수는 없다.

교보증권 이영화 연구원은 11일 전화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승기를 굳히려는 미국이, 환율 조작국 지정 요건을 더욱 완화해 자의적으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며, 이 경우 한국은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작국으로 지정될 위험에 또 다시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만 없다면 한국은 충분히 관찰대상국 지위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조작국 지정을 위한 대미 무역흑자 기준을 200억불 아래로 낮추는 등 미국이 새로운 조치를 취한다면 한국은 또 다시 관찰대상국 지위에 머무를 것이며 조작국 지정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조작국 통화, 단기적 약세 불가피..좋을 것이 없다

이 연구원은 또, 일각에서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고 원화도 동조 속 강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위안화가 약세 압력에 놓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중 관계 악화로 중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안다의 APAC 트레이딩 헤드 Stephen Innes는 11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든 안되든 모든 상황이 위안화 및 원화에 좋을 것이 없다”며, 위험회피 분위기 속 위안화 및 원화 매수에 신중해야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특히, 만에 하나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중국인민은행은 금리를 내리고 위안화를 더욱 약세로 이끌 것인데, 이는 중국 증시로부터의 엄청난 자금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외환보유고를 쓰는 대신 보유한 미국채를 팔고 역외거래에서 달러를 매수하는 방식을 택할 것인데, 이는 전반적인 미국채 매도를 촉발해 결국 증시의 붕괴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원화 뿐 아니라 아시아 통화 전반이 약세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ANZ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에서 9월 한달간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으며, 이같은 유출세가 계속될 경우 2008년래 처음으로 연간 자금 유출을 기록할 수 있다.

美 환율보고서 이후 원화 약세 전망

TD증권 신흥시장 담당 선임 스트래티지스트 Mitul Kotecha는 10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반기 환율보고서가 원화에 대한 단기적인 방향성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찰을 계속한다는 점은 향후 수개월간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식적으로 미국이 밝힌 환율조작국 지정의 세가지 요건에 기초할 때 한국은 조작국 요건에 해당되지 않고, 이에 한국이 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을 것으로 믿지만 “조작국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해도 어떤 나라도 조작국 지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역 관세 영향을 감안할때 원화에 대한 약세 압력이 연말까지 더 커질 듯 하며, 이에 달러-원 환율은 향후 3개월간 1150~1160원 수준을 향해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은 이달들어 코스피 현물을 2조 원 가량, 코스닥 현물을 1800억 원 가량 순매도했다.

UOB의 FX 스트래티지스트 Peter Chia는 10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조작국으로 지정되지는 않겠지만 관찰대상국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무역전쟁 속 아시아 통화 전반이 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도 연말 1150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외환당국의 환시 개입 수준이 지난번 보고서에서 GDP의 0.6% 수준에 불과했던 만큼 환시 개입이 미 재부무가 지정한 조작국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경진, 김후연 기자 (송고 2018/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