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아그리콜 김시준 “WGBI 9월 편입가능성 여전히 있어”

한국 채권시장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정부의 WGBI 편입 추진에 대해 시장의 전망이 올해에서 내년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다.

크레디아그리콜의 김시준 한국 트레이딩 본부장은 “기술 및 제도적 개선을 감안하면” 여전히 9월 편입 가능성이 있다고 23일 서면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만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국제증권예탁결제기관(ICSD)의 “국채통합계좌도입에 진전이 없다면 2024년 3월 편입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레디아그리콜은 올해 국고채 전문딜러(PD) 협의회 회장 기관으로, 김시준 본부장은 2017년에 합류한 이후 이듬해부터 트레이딩 헤드를 맡고 있다.

WGBI 편입은 ‘게임 체인저’…내년 3월 가능성 열어둬야

WGBI 편입은 통상 워치 리스트에 포함된 후 2년 정도 걸린다. 한국은 작년 9월 여기에 추가됐다.

하지만 외환시장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 개선과 이자소득세 면제 등을 고려하면 올해 9월 편입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고 김 본부장은 말했다. “높은 신용등급의 대한민국 국고채를 담보로 활용하는 기관들의 수가 크게 증가하는 등 국고채 위상의 제고 또한 편입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김 본부장은 편입에 주요 걸림돌은 유로클리어 및 클리어스트림을 통한 국채통합계좌 도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GBI를 관리하는 FTSE 러셀은 200~300명의 글로벌 투자자로 구성된 자문 위원회로부터 시장접근성 개선에 대해 피드백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국채통합계좌 도입에 진전이 없다면 2024년 3월 편입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의 WGBI 편입 추진은 한국 채권 시장에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며 한국 금융시장의 신용도 향상에도 “매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은 WGBI 편입으로 국고채 시장에 58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WGBI를 추종하지 않는 기관의 경우, 현재 한국 국고채를 신흥국과 선진국 중간 정도로 분류해 자금을 배분한다.

하지만 “WGBI 편입 후 선진채권으로 분류될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국내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고 전망했다. 국고채 수요에 따른 원화 강세 또한 예상된다고 김 본부장은 덧붙였다.

원화 약세 재료 대부분 반영..4분기 강한 되돌림

김시준 본부장은 원화의 부정적 요인들은 대부분 가격에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부채 한도 이슈가 해결되면 올해 말까지 달러 약세는 지속될 것이며, 중국 성장 모멘텀도 소폭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기적인 정치/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있겠지만 결국 아시아 통화는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올해 과도하게 약세를 보인 원화의 되돌림은 WGBI 편입과 더불어 4분기에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사이클이 올해 상반기에 바닥을 지날 가능성이 높고, 원유가격과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수입 감소 및 무역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원화에 우호적 재료로 판단했다.

다만, 김 본부장은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고, 단기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팻테일 리스크’로 남아있는 부분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화 금리 리시브..커브 스티프너 선호

원화 스왑은 전반적인 금리 하락 추세와 정책금리 고점 기대 등으로 올해 강세를 보인 이후 WGBI 편입 여부가 확인되는 9월 이후부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김 본부장은 판단했다.

3개월 CD금리가 금융기관의 자금 수급으로 인해 상승했지만, 아웃라이트 원화 스왑에 대해서는 저가 매수 리시브 전략을 선호한다고 그가 말했다.

커브에 대해서는 스티프너를 추천했다. 한국 정책금리 인하가 선행될 가능성과 보험사의 IFRS 도입 이후 장기 스왑 리시브 포지션이 언와인딩되고 국고채 매수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타 주제에 대한 김 본부장의 발언

  • 최근 한국 정부는 장기채 발행을 통해 국고채 시장에서 듀레이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단기채에 대한 수요가 강하기 때문에 단기채 공급과 유동성 제고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 투자자 입장에서 ESG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그린 국고채를 탐색하고 개발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
  • 정부의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 가운데, 현 시점에서 실제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은 제3자 FX 허용이다. 역외 투자자의 외환업무 편의성 제고와 은행간의 건전한 경쟁이 가능해졌다.
  • MSCI 선진 시장 지수 편입은 공매도 규제 및 한국거래소와 MSCI 간 지수 활용 등과 같은 더 논의가 필요한 쟁점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워치 리스트 편입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 연준은 올해 남은 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물가 상승기를 교훈 삼는다면 연내 금리 인하는 과도하다. 당분간 단기 구간 미국채 금리는 시장 예상보다 높게 유지될 것이다.
  • 한은은 올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다. 다만, 하반기에도 성장 모멘텀 개선이 보이지 않는다면 올해 11월이나 늦어도 내년 1월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할 것으로 예상한다.

— 기사문의: 김대도(서울) 기자 dkim640@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