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CPI 서프라이즈? ECB 인상예고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를 경고하면서 보다 확실한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60개국 이상의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이미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데 이어 ECB마저 제약적 통화정책을 예고하며 ‘따라잡기’에 나선 것이다. 이에 성장 우려가 불거지며 뉴욕증시는 이틀째 하락했다. S&P 500 지수는 장막판 매도세가 가열되며 2.4% 급락으로 장을 마쳤다. 미국 5월 CPI 지표가 예상보다 뜨겁게 나올 경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더욱 서두를 수 있어 시장이 허를 찔릴 위험이 있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가 9월 긴축을 쉬어갈 수도 있다고 발언한 이래 주가는 5% 가량 오른 상태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약세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상수지는 4월 0.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물가상승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고 오늘 한은 창립 제72주년 기념사에서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ECB 금리 인상 예고

수년간 이어진 유럽중앙은행(ECB)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이 마침내 막을 내린다. ECB는 현지시간 목요일 정책회의에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십여년래 처음으로 다음 달 정책금리를 25bp 인상하기로 하고, 더불어 가을에 더 큰 폭의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공격적인 긴축 경로를 제시한 셈이다. 대규모 자산매입은 7월 1일 종료한다. ECB는 성명서에서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9월 회의에서 더 큰 폭의 움직임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의 평가를 토대로 정책위원회는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인 금리 인상 경로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현재 -0.5%인 단기 수신금리는 3분기 말이면 적어도 마이너스를 탈출하게 될 전망이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는 우리의 여정에 있어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트레이더들은 긴축 베팅을 높여 12월까지 150bp 인상을 내다보았다. 골드만삭스는 ECB가 9월과 10월 각각 50bp씩 금리를 인상하고 12월에 25bp로 속도를 늦춘뒤 내년 6월 최종금리 1.75%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TD Bank는 유로 추가 약세를 예상하고 포트폴리오에 유로-달러 숏 포지션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1개월 시계로 1.05를 목표로 제시했다. ECB 발표 직후 유로는 달러 대비 0.5% 가량 올랐으나 강세를 지키지 못하고 0.9% 넘게 밀렸다.

미국 생활물가 압박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계산에서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곤 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현재 매일 이같은 품목의 가격 폭등에 시달리고 있다. 연료와 전력, 식료품 등 생활에 불가피한 주요 소비 지출 품목의 가격이 1981년래 처음으로 전년비 두자리수 증가를 두달째 기록 중이다. 현지시간 10일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비 8.2%로 소폭 진정될지 모르지만 생활비 물가는 아마도 더 가파른 증가세가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매우 낮은 실업률을 자랑하며 강력한 경제 회복을 선전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일반 가정의 식탁에서 대화 주제는 일상 생활비의 인플레이션이다.

Inflation Insights의 설립자인 Omair Sharif는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동시에 치솟은 것은 이례적 현상이라며, 과거의 경우 한 품목의 인플레이션은 대개 고립적으로 수개월 후에 전이되곤 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이 이번 인플레이션 사이클의 피크였다고 주장하지만 일반 미국인들의 현실은 다르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에 이르고 식료품 가격이 40여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는 등 심각한 물가 압박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주택이나 자동차 같은 큰 규모의 지출을 꺼릴 수 있다. 미국인들은 이미 팬데믹 시기에 늘렸던 저축을 꺼내쓰기 시작했다.

연준 50bp씩 3-4번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연준의장 시절 연준부의장을 지냈던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50bp씩 3-4차례 올려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끌어내리기 위해 경기침체를 견뎌야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은 다음주 FOMC에서 또다시 50bp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7월에도 50bp 인상을 예고했지만 9월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블라인더는 내년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50%를 약간 넘는다며, 연준이 “아주 운이 좋아야” 마이너스 GDP 성장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현지시간 수요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 오르겠지만 결국 물가 압력이 사그라들 것이라며, 국내 수요에 따른 근원 인플레이션 2%p 정도만 연준이 대응하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는 GDP 성장과 고용 증가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이는 결국 실업률이 다소 높아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4-5년간 실업률이 1%p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이 2%p 낮아진다는 오랜 경제학 이론도 언급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인데다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IT 규제 완화

중국 금융당국이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되살리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목요일 늦게 해명자료를 내고 앤트 IPO 재개에 관한 검토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자격을 갖춘 플랫폼 기업들의 중국 및 해외 상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거의 2년에 걸친 IT분야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는 명확한 신호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 제로’ 정책을 흔들림 없이 고수하면서 동시에 경제의 요구와 균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상하이는 이번 주말 일부 지역을 봉쇄하고 대규모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美SEC, 테라 조사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와 자매 가상화폐 루나의 폭락 사태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 코인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에 대해 증권 및 투자 상품 관련 투자자 보호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소식통이 밝혔다. UST는 알고리즘과 루나 거래를 통해 달러와 1:1 페깅을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마켓팅을 해왔으나, 지난 5월 7일 페깅이 깨지면서 무너졌다. SEC 조사는 테라폼랩스와 최고경영자인 권도형을 더욱 압박할 듯 보인다. 권도형 대표는 이미 SEC로부터 미국 주가를 추적하는 디지털 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테라의 탈중앙화금융(DeFi) 플랫폼 ‘미러프로토콜(Mirror Protocol)’과 관련해 조사에 직면한 상태다. SEC는 코멘트를 거부했으며, 테라폼랩스는 UST에 대한 SEC 조사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