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달러-원 환율은 평균 1070-1080원 선에서 거래되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한국씨티은행의 FX트레이딩 헤드 이상훈 부부장이 전망했다. 특히 환율 “저점은 1030선까지도 테스트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달러가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수개월 동안 글로벌 통화시장의 주요 테마로 자리 잡고 있는 달러 약세 뷰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고 이 부부장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상하원 장악 아래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게 되면, 미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연준이 올해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달러는 늘어난 시중통화량으로 인해 쉽게 강해지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유로달러 선물과 연방기금 선물 움직임이 매우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며 단기 및 중기적으로 연준 정책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하는 것도 달러 약세의 근거라고 이 부장은 말했다. 실제 지난 주 파월 의장은 ‘지금은 출구전략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단기적으로 볼 때 달러 약세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기도 했고, 올해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신흥 통화 및 원화의 강세를 선제적으로 프라이싱한 측면도 있지만 “세계 경기회복세가 지표로 본격화된다면 올해 원화 강세는 추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로-달러 환율에 있어서는 1.25 레벨을 주목해서 보고 있으며, 달러-역외 위안은 6.30을 단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 금리 상승의 시장 영향 크지 않아”
이 부부장은 최근 미 채권금리가 많이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2013년 중순 테이퍼 탠트럼이나 2016년 말에 비하면 “아주 유의미한 수준의 상승세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0.8%대에서 1%대로 올랐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는 금융시장이 흔들리기에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실질금리의 상승세가 더디다면 주식시장이나 글로벌 리스크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달러의 반등 배경으로, 금리 뿐 아니라 기존의 달러 매도 포지션이 깊었던 것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FX스왑이 다소 무거운 것도 “미 금리 상승과는 별개”라고 진단했다.
스왑의 경우, 연말 환율 하락 속에 짧은 기간쪽 NDF 매도가 많았는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하루짜리 스왑이 이론가를 하회한 가운데 작년 10-12월 운용사들이 해외투자 물량을 올해 1월로 많이 롤오버 해놓은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부장은 “아무리 큰 트렌드라고 하더라도 가격은 늘 조정을 받으며 이어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FX옵션 활용한 전략으로 승부수
지난해 씨티는 역내 외은지점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발(發) 변동성으로 트레이딩 실적이 상당히 좋았다. 이 부부장은 변동성이 매우 컸던 FX스왑을 3월말과 4월초에 저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고 페이한 것과, 5월 중순 이후의 달러 매도 포지션을 가장 성공적인 거래로 꼽았다. 특히 달러 매도 포지션은 FX 옵션 구조를 이용하여 팀차원에서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비교적 낮은 프리미엄을 가진 옵션 구조를 짜면, 뷰를 현금화하기에 매우 효과적”이라면서 스팟 상품 하나로는 중기적인 포지션을 몇 달간 캐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부부장은 연말 등에 스왑포인트가 급락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수급과 마찰적 요인으로 스왑포인트가 비교적 상승할 때를 포착해 연말이나 분기를 넘기는 거래를 하라고 제안했다. 달러를 필요량보다 더 많이 확보해 놓을 경우 실제 연말 또는 분기말에 가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사례가 빈번하게 있다며 “남들보다 미리 확보하되 남들이 안할 때 하는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부부장은 2009년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서울에 입사한 뒤 2015년부터는 뉴욕 본사에서 역외 위안화와 홍콩달러, 필리핀 페소, 한국 원화의 메인 트레이더로 활약했다. 이후 2019년 7월 한국씨티은행으로 옮겨와 FX트레이딩 부서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