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銀 엄지용 ``스왑시장 매우 심각''

원화 FX 스왑시장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가파른 하락세를 경험한 이후 아직 이렇다 할 반등세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연시의 계절적인 현상일 뿐 자연스럽게 하락세가 잦아들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씨티은행 엄지용 자금시장그룹 본부장은 지난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원화 스왑시장 하락세가 매우 심각하다”며 연초가 지나도 스왑시장 하락세가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 위험이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들이 달러를 너무 값싸게 빌려주고 있다

엄 본부장은 “그간 은행들이 외화자금을 증권사나 보험사 등 해외투자 기관들에게 너무 싼 값에 공급하고 있는 여파가 이제야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이며, 특히 지난해 12월 스왑시장 하락세는 시장 예상 밖이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시장 수급이 단단히 꼬여 있었다는 지적이다. 
G-SIB(Global Systemically Important Banks) 관련 규제에 따른 여파는 이미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스왑시장 하락세가 지속되었다는 사실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보다는 “증권사 및 보험사의 해외투자 관련 달러 펀딩을 위한 스왑시장의 롤오버가 쏠리면서 어떠한 크리티컬 포인트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원화의 베이시스가 이들의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상당히 좁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곪아서 터져봐야 알게 될 때가 있다

물론 한국 스왑시장이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G-SIB 관련 밸런스 시트(balance sheet) 거래가 풀리고 나면 유로와 엔화의 베이시스 등이 올라오면서 원화 스왑시장의 하락세도 잦아들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스왑시장의 하락압력이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스트레스가 시스템 내에 쌓이면 어떻게 커질지 모르며, 문제가 터져 봐야 알게 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전에 인터뱅크시장 참여자가 적었을 때에는 시장의 일시적인 수급 왜곡 등의 여파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제 증권사의 진입으로 참여자들이 많아졌고 그만큼 시장의 쏠림도 티가 나는 상황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엄 본부장은 당국의 경우 전체를 보지만 “시장은 플로우”라고 강조했다. 전체를 본다면 결국에는 사자와 팔자의 짝이 맞을테니 당장 염려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나, 시장은 늘 직선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플로우의 유입에 따라 심한 굴곡을 만들며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최근의 시장 왜곡 속 하락세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엔화와 유로화의 단기 베이시스스왑은 지난해 연말 급반등에 성공해 일부는 올초에도 작년 고점 수준에서 반등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원화 FX 스왑포인트는 여전히 11월의 낙폭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 올해는 ‘언제 파느냐’가 중요할 것

한편 올해 달러-원 환율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 엄 본부장은 “올해 달러-원 환율이 1000원까지 하락하지 못할 이유를 여전히 찾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반전 하려면 새로운 재료가 나와줘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는 달러-원 환율이 아래 
방향으로 열려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 중국과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가 나빠질 이유가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며, 글로벌 경기 상승 모멘텀이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 약세 기조가 유지된다면 달러-원 환율이 대외적인 요인으로 크게 오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세제개편에 따른 “미국 기업들의 이익 본국송환도 결국 달러 강세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04년~2005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미 달러로 헤지가 되어 있는 규모가 상당할 수 있어서 외환시장에는 영향이 미미할 듯 하다는 설명이다. 대북 위험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수준 이상으로 이슈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환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이제는 달러를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더 불안한 상황이고, 따라서 올해는 언제 파느냐가 중요할 것이다”고 그는 말했다.

오버슈팅 없다…따라서 급락도 없을 것

다만 엄 본부장에 따르면, 올해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는 작년과 같이 가파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는 “2016년 미 대선 결과 확인부터 작년초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우려, 작년 여름부터는 북핵 이슈 등으로 달러 매수 오버슈팅이 나타났었지만, 올해는 이러한 오버슈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오버슈팅이 있어야 관련 헤지 및 스탑 물량들이 쏟아져 나오며 환율이 급하게 밀릴 여지도 높은데, 올해는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을 붕괴하고 내려왔다는 사실은 원화 약세 위험에 대해 오버 헤지 혹은 일부 헤지 했던 부분들이 정리되고 스탑 물량이 나온 여파라며, 원화자산에 투자한 글로벌 투자자 등 원화 자산에 포지션이 있고 원화 약세 위험을 헤지할 사람들은 이미 다 헤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환율의 레벨이 낮아진 만큼 트레이딩 계정에서 섣불리 달러-원 숏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북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역외도 현 수준에서는 달러 숏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달러-원 환율 하락세를 이끄는 상수값인 사상 최대의 거주자 외화 예금, 수출업체 네고 등 실제 팔아야 할 물량 위주로 처리되며 달러-원 하락세는 서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송고: 2018년 1월 8일)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P27DEH6JIJU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