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던 이 빠진 시장...달러-원 1100원 시대 작별해야

꺾이지 않을 듯 하던 한국물 CDS 프리미엄마저 16일 결국 시장의 예상대로 본격 하락 조짐을 나타냈다. 당국의 적극적인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1100원을 하회한 달러-원 환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한 시중은행 FX 딜러가 이날 장마감 후 전화통화에서 “과거 경험상 환율이 급락하고, 당국의 의지가 강할때는 다음날 개장초부터 환율이 끌어올려진 적이 있다”며 강한 경계감을 보였지만 실제 17일 개장 후 달러-원 환율 움직임에서 급반등은 없었다. 이제 달러-원 환율의 1100원 위 시대는 작별을 고해야할 시점인지 되짚어볼 때다.

북한 관련 대형 호재 터질까

달러-원 환율이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하락세에 돌입한 것은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 이벤트가 시장 우려와 달리 무난하게 지나가고, 트럼프의 방한이 악재가 아닌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싹트면서 부터였다. 결국 트럼프의 방한은 원화에 기대를 넘어서는 호재가 됐고,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기에 이르면서 ‘한국과 북한의 대화도 재개될 수 있다’라는 긍적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달러-원 환율이 1120원 아래로 레벨을 낮추는 과정에서 원화가 기타 통화에 비해 유독 강세를 보인 만큼 추가 강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한국과 북한이 대화의 물꼬를 트는 등 북한 관련 대형 호재가 터진다면 달러-원 환율 낙폭은 더욱 깊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물 CDS 프리미엄 본격 하락

최근 달러-원 급락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대북위험 경계 속 요지부동하던 한국물 CDS 프리미엄이 16일 급락세를 보인 것은 이 같은 시장 전망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날 한국물 5년 CDS 프리미엄(뉴욕 CMA 집계 기준 5년물)이 66bp 수준으로 내려 9월 중순이후 오름폭을 모두 되돌렸다. 이는 8월 중순래 가장 큰 폭의 하락으로 달러-원 매도 베팅에 나서고자 했으나 여전히 70bp 대에 머무는 CDS 가격으로 인해 꺼림칙해 하던 투자자들에게는 앓던 이가 빠진 셈이다.

연내 1060원도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 요원해 보이지 않아

도이치은행 최경진 FIC 본부장은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이슈가 해소되고 외국인들의 자금유입이 본격적으로 유입된다면 “연내 1060원도 가능하다”고 내다본 바 있다. 그의 전망이 더이상 요원하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다.
외국인은 이번주 들어서 코스닥 현물을 66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16일 하루에만 21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해 1999년 집계 이래 최대 순매수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코스피 현물 거래에서는 차익실현 움직임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날은 6거래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3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해 본격 매수우위의 귀환을 알렸다. 이달 1일 이후 최대 순매수였다.
한국은행 금통위의 금리인상이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에 부담에 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있지만, 오안다의 Stephen Innes은 “한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현 단계에서 증시 투자자들에게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라고 진단한 바 있다.

수출업체들에 이어 PB 물량까지 가세할까

신한은행 백석현 연구원은 16일 전화인터뷰에서 “달러-원 환율이 1110원을 하회하면서 업체들은 달러 매수를 일부 정리하는 모습이지만 PB 고액 자산가들은 왠만해서는 포지션을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또 다른 시중은행 FX 딜러는 이날 장마감 후 전화통화에서 “최근 들어 딜링룸을 바로 연결해 줄 정도로 큰 규모의 달러-원 매도에 나서는 PB 고객들이 목격되고 있다”며 상반된 입장을 전했다. 달러를 가진 자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버틸지 미지수다. 한 외국계은행 FX 딜러는 전화통화에서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을 하회하면서 어제 오늘 어떻게 해야하냐는 고객들의 문의가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은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의 증가폭을 보이며 732.8억 달러로 증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전화 인터뷰에서 “자사는 내년도 달러-원 환율 전망을 105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지만 한국 역시 정책 금리를 이달 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에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집계 분석 기준 달러-원 환율 상단이 연말까지 1100원 아래에 머물 확률은 12.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진 기자 (송고: 2017년 11월 17일)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OZJO8T6KLVR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