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글로벌 저금리 장기화로 패러다임이 변화하자 채권 강세 일변도에 그간 효자 노릇을 했던 국내 채권형 펀드들이 이제는 쪽박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대내 정국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외적으로 새로운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대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채권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채권시장 금리도 가파르게 올라왔다.
인플레이션 상승 가속화 기대에 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데다 12월에는 이탈리아 국민투표 및 미 FOMC 등 변동성을확대를 가져올 만한 재료가 산적해 있어 연내 채권 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되길 염원하기엔 요원한 상황이다. 특히 작년 11월 겪은 은행채 공급 확대가 올해도 되풀이 될 것이라는 경계 속에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크레딧물을 포함한 채권 펀드들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운용자산 규모 기준 상위 10개 펀드)의 수익률 분석 결과, 최고 성과를 거둔 펀드의 올 한해 수익률은 블룸버그 한국 국채지수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형 펀드 수익률 높아야 4%..회사채 비중 따라 희비 갈려
블룸버그 집계 기준 국내 10대 최대 채권형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펀드는 삼성 ABF Korea 인덱스 증권투자신탁으로 연초대비 4.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 펀드는 국고채 집중 투자 전략을 구사해 자산의 99% 가량을 국채에 투자한데 따라 회사채 시장 급랭의 악영향을 피해갔지만, 여전히 블룸버그 한국 국채 지수의 연초대비 수익률인 4.4%에는 못 미치고 있다.
같은 기준으로 운용규모가 가장 큰 한화 정통액티브증권투자신탁 1 호는 연초대비 수익률이 1.36% 가량으로 국고3년 금리(1.47%) 및 3개월 양도성 CD금리 수준(1.39%)을 하회 중이다.
이들 펀드 중 가장 성적인 저조한 키움 단기 국공채증권모투자신탁 펀드는 같은 기준으로 마이너스 0.6%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 펀드는 혼합전략으로 회사채에 68% 가량을 투자하고 나머지를 국채 및 모기지 등에 투자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단기 크레딧 및 통안채 수익률 악화가 채권 펀드의 수익률 부진을 가져온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단기쪽 크래딧 금리가 오르면서 통안채 금리도 따라 올랐는데, 이는 은행들이 보유하던 단기 회사채를 매도한 영향이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리보금리 상승으로 달러 조달 비용이 증가하다보니 외국인이 통안채를 팔고 나간 점, 국내 금리인하 기대 후퇴에 따른 회사채 투자 매력 약화 등도 이유로 지적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부분이 있어서 크레딧이 약세다”며 “특히 최근 두달간은 우량물과 국고채간의 스프레드도 벌어지는 상황인데, 작년 11월에 은행채 발행이 급증해 수급상 부담을 겪을 것을 선반영한 측면도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집계기준 국고3년물과 회사채(-AA) 간 신용 스프레드는 최근 2월래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산업용 원자재 가격 급등에 주목해야
미 대선을 전후해 채권시장 변동성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메릴린치 채권 옵션 변동성 지수(MOVE)는 83 수준으로 상승해, 6월 중순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 변동성 확대는 채권 펀드의 수익률 우려로 이어진다.
유안타 증권 이재형 연구원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채권형 펀드의 부진은 글로벌 채권 변동성 확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로 이해해야한다”며 “변동성 확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진다면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 금리상승이 지속돼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올 한해 COMEX 구리선물 최근월물 가격은 19% 가량의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WTI 최근월물도 연초대비 20% 가량 오름세다. 블룸버그 집계기준 ETF를 제외한 국내 원자재 관련 펀드(운용자산 기준 상위 10대 펀드 기준)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 중인 KB스타 골드특별자산투자신탁은 연초대비 19%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 펀드 자산의 채권투자 비중은 29% 수준에 불과하다.
김경진, 박정연 기자 (송고: 11/11/2016)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OGGDV26K50Y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