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고삐풀린 엔화? 채권 매도 비상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일본은행(BOJ)의 깜짝 정책 변경에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고, 달러-엔 환율은 한때 4.6% 급락해 131엔선을 하회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일본 머니매니저들이 BOJ의 매파적 스탠스에 적응함에 따라 내년 1월에 125엔마저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BBH는 내년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페그가 풀리기 시작하면 시장은 피냄새를 맡고 몰려든다. BOJ가 어쩌면 너무 일찍 요술 램프의 요정 지니를 꺼내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MUFG 역시 예상보다 빨리 120엔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axo Bank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긴축 속도를 늦추고 있는 가운데 BOJ가 예상치 못한 액션을 취하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며, 추가 랠리 여지는 있지만 글로벌 채권 금리가 최근의 하락세를 재개하지 않는 한 곧 상단이 막힐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4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던 뉴욕증시는 저가매수가 나오며 반등을 시도했다. 페덱스는 가격 인상과 비용 절감이 택배 물량 감소를 상쇄한 덕분에 시장 예상보다 좋은 분기 이익을 발표했다. 나이키 역시 11월말까지 3개월간 글로벌 매출이 예상을 상회한 133억 달러로 17% 증가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대표 사임을 찬성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뒤 후임자를 적극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트위터의 정보 보호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공동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미국 송환에 합의했다고 ABC가 보도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고국을 떠나 현지시간 수요일 미 의회 연설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이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구로다 충격 

구로다 일본은행(BOJ) 총재가 시장 압박에 일드커브 통제(YCC) 범위를 확대하며 충격을 안겨줬다. 10년에 걸친 BOJ 총재 임기를 내년 4월 마칠 때까지 자신의 YCC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벌기용 포석에 불과할지, 아니면 전례없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끝을 알리는 신호일지 아직 판단하긴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해 글로벌 시장이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간 이를 가격에 반영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UBS Securities의 수석 일본 이코노미스트 Masamichi Adachi는 “BOJ가 뭐라고 부르건 간에 이는 출구를 향해 한발 내딛은 것으로, 신임 총재 하에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의 문이 열린 셈”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Oxford Economics의 Shigeto Nagai는 “BOJ가 내년 총재가 바뀐 후에도 YCC 정책을 고수할 생각임을 확인시켜줬다”며, “BOJ가 YCC 정책을 보다 지속적으로 만들기 위해 그 비용으로 사실상의 긴축을 받아들인 듯 보인다”고 주장했다. 시장 일각에선 1989년 연말 단행됐던 금리 인상과 2014년 채권 매입 결정을 떠올리며 BOJ가 이번에도 전략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투자자들의 허를 찔렀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이 BOJ 충격에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UBS자산운용과 슈로더, 블루베이자산운용 등 몇몇 펀드들은 BOJ의 정책 변경을 정확히 예측한 덕분에 축제 분위기다. UB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Tom Nash는 일본국채 10년물에 숏을 취했다며, BOJ가 국채 금리 상승을 허용한 결정이 “우리에겐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고 말했다.

떨고 있는 유럽 채권시장

일본 채권 금리 상승에 일본 투자자들이 본국으로 향하면서 유럽 국채시장이 그동안 가장 충실했던 매수자 중 일부를 잃을 위험이 제기됐다. 일본은행(BOJ)이 10년만기 일본국채 금리의 목표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하자 초완화적 통화정책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추측이 일면서 글로벌 채권 매도세 속에 유럽 역내 채권도 타격을 입었다.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여러 유럽 국가의 10년물 채권 금리가 10bp 넘게 급등했다. 2021년 말까지 국제통화기구(IMF)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계 투자자들이 보유한 유로존 채권 중 3분의 1 이상이 프랑스가 발행한 채권이다. 일본 투자자금의 엑소더스는 내년 국채 발행 증가가 예상되는 유럽 채권시장에 추가적인 역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중앙은행은 연이은 금리 인상과 더불어 수년에 걸친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보유 채권 축소를 준비하고 있다. Carmignac의 Michael Michaelides는 “일본국채가 금리의 세계 최저 ‘기준점’을 높이면서 미국이나 특히 프랑스와 같은 대체 채권 시장의 상대적 매력이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회사채 시장도 불안

BOJ 충격에 회사채 시장은 아직 최악의 한 해가 끝나지 않은 듯 보인다.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미국 크레딧 리스크 주요 지표 역시 스프레드가 확대됐다. 블랙록의 iShares 유로 회사채 펀드는 11월 중순래 최저 수준으로 밀리며 올해 거의 13% 하락했다. 미달러와 유로화 표시 우량등급 회사채를 추적하는 블룸버그 지수 모두 역대 최악의 연간 성적을 향하고 있다. Commerzbank는 “약세장 다이내믹스가 계속되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어 채권금리와 스프레드가 당분간 높게 유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Mohamed El-Erian은 BOJ발 전이 리스크에 대해 미달러 회사채의 주요 투자자인 일본 기관들이 이를 팔고 본국 시장으로 되돌아갈 우려가 있다며, 다만 아직 채권금리 움직임이 그같은 매도를 촉발할 정도로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에 투자자들이 금리 리스크와 크레딧 리스크를 동시에 헤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내년 경기 침체 확률 70%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70%로 11월 65%에서 높였다. 6개월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수요와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하향 조정됐다. 이번 설문은 12월 12~16일에 걸쳐 실시됐으며, 38명의 이코노미스트가 경기침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답했다.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중앙값 기준 0.3%로 집계됐으며, 2분기엔 연율 -0.7%로 예상됐다. Comerica Bank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Bill Adams는 “미국 경제가 금리 급등과 높은 인플레이션, 재정 부양책의 종료, 해외 수출 시장 약화로 큰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기업들이 재고 및 고용 확대에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신용이 더 비싸지고 주문이 줄어들면서 건설 및 기타 자본지출 계획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둔화가 예상되지만 여전히 연준의 2% 목표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OPEC+ 선제적 태세…러시아 니켈 감산

사우디 석유장관은 OPEC+가 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태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은 일부 극심한 충격에 영향을 받아왔다. OPEC+가 적극적인 접근방식과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석유시장도 다른 에너지 시장에서 목격한 것과 같은 대혼란을 겪게 되었을 것”이라고 Saudi Press Agency에 말했다. 또한 OPEC+가 의사 결정과 진단 및 예측 과정에서 정치를 배제하고 온전히 시장 펀더멘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글로벌 석유 시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다. 한때 원유 가격이 세 자릿수로 치솟자 인플레이션 급등에 놀란 많은 국가들이 산유국에게 유가 진정을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OPEC+는 올해 4분기와 내년에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며 감산을 결정해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한편 글로벌 니켈 시장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하는 러시아의 MMC Norilsk Nickel PJSC가 내년 니켈 생산량을 10% 정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금속 수입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공급 과잉 가능성마저 제기된 영향이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