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 서은종 “韓시장 개방노력에 패시브 해외투자자 관심↑”

한국 채권과 주식의 WGBI 및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해외투자자를 위한 원화 시장 접근성 제고 등 현 정부가 근래들어 굵직한 시장 개방 관련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보듯 실제 해외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글로벌 IB 서울지점의 한 시장 전문가가 전했다.

BNP 파리바 서울지점의 서은종 금융시장본부 대표는 과거 정부의 시장 개방 시도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다르다”며 지난주 블룸버그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부가 시장 관행, 오퍼레이션, 결제 등 실무적인 부분까지도 종합적으로 보고 있어, 이러한 준비과정이 장기적으로 시장 개방 관련 제도의 안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20년 넘게 금융시장에 몸담은 시장을 대표하는 전문가로서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 소속의 시장전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이다. BNP 파리바에 2016년 트레이딩 책임자로 처음 합류하기에 앞서 JP모간과 씨티은행에서 16년간 FX 및 금리 거래를 했다.

시장 개방화 “천천히, 체계적으로”..WGBI 편입은 내년 전망

서은종 대표는 시장 개방 관련 정책은 “느릴 수 있지만 천천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채권 재담보, 유로클리어 국채 통합계좌 등 제도는 완비됐지만 시장 관행 및 결제 제도 등이 개선되지 않아 실제 제도가 잘 실행되지 않은 점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국고채의 WGBI 편입이 9월에 될 확률을 50%로 보면서, 내년에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고 방향이 중요하다”며 WGBI 편입의 분수령은 ‘유로클리어’라고 말했다. WGBI 추종 투자자들은 특정 국가를 제외한 채 투자할 수도 있기 때문에 편입된다해도 자금 유입에 불편을 주는 장애물을 제거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로클리어, FX 시스템, 외국인 투자 등록제도는 물론 기간물 레포 시장, 선진적인 신용보강부속서(CSA), 레포거래의 국제적 표준인 GMRA 등 국채 관련 배후시장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 대표는 야구 리그를 빗대어 “게임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야구장에서 마시고 먹고 하는 것과 주차 등의 제반 시설이 편해야 흥행한다”고 말했다. “인프라가 뒤쳐지면 관중은 중계방송(NDF)을 선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패시브 펀드 등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

그는 예정된 고객 미팅들을 보면 “이전과 달리 패시브 펀드 투자자들이 눈에 띈다”며 한국 시장의 “이런 제도적 변화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손님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앞으로 목표로 삼아햐 하는 고객군은 패시브 펀드로 이들은 액티브 펀드대비 안정성과 깊이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한국에 투자중인 고객군은 주로 각국 중앙은행, 국부펀드, 글로벌 리얼 머니와 함께 신흥통화의 대표 통화로서 원화를 거래하는 매크로 및 헤지펀드들이다.

그동안 명목 정책금리의 차이로 인한 자본이동은 영향이 제한적이었으나 앞으로 시장 개방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낸다면 정책금리 차에 대한 자본유출입의 민감도가 장기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리스크는 크레딧..“올해 여름 잘 보내야”

역사적으로 연준의 강력한 긴축 사이클의 끝자락에 고금리가 유지되는 1~3년 동안은 크레딧 리스크가 촉발된 경험이 있다면서 서 대표는 “올해 여름을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년전 체결했던 고가 전세 만기가 올 여름에 많이 도래하고,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와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과 유사한 사례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신 상황이 긴축적으로 변한다면 그 효과는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 못지않게 시장에 강한 긴축 효과를 주게 되고 국내에서도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환율에 대해서는 여름에 고점을 본 뒤 대규모 여신관련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연말에는 1200~125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빠른 인상 사이클은 일단락

서 대표는 “일단 한국은행의 빠른 인상 사이클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올해 평균 한미금리차를 175bp로 예상하며, 이달 금통위에서 언급된 “추가 인상 가능성은 한미 금리차가 200bp 이상 벌어질 경우를 대비한 보험적 성격”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정책 변화는 내년 1월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지만 올해 11월 정도에 시작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언급했다. 급격한 통화정책 완화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킨 경험을 고려해, 2회 내지 3회 연속 인하를 단행하기 보다는 완만히 길게 이어가는 형태를 예상하고 있다고 그가 말했다.

정부의 KP물 지원 등에 외화자금 안정적일 것

올해 외화자금 시장에 대해서는 정부의 역할 속에 글로벌 크레딧 상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달러 조달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현재 무역수지 적자 상황이기 때문에 국제수지가 중립이 되려면 무역쪽에서 부족한 달러를 해외에서 펀딩해 와야 한다”며 정부가 KP물 발행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시장의 방향과 평가를 바꾼 것 중 하나가 외평채였다”며 하반기 외평채 발행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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