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AI 도입, 아시아 자산관리 시장 변화 이끈다

블룸버그 프로페셔널 서비스, 2018년 1월 15일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산관리가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AI 도입이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싱가포르, 홍콩, 시드니에서 개최된 2017 머신 러닝 컨퍼런스(Machine Learning Decoded) 행사에 참여한 패널들의 의견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공지능을 통한 자산관리의 주요 초점 중 하나가 퀀트 전략인데, 아시아에서는 퀀트 전략의 사용률이 훨씬 낮고 대신 펀더멘털 투자가 강세이기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 업체 그린위치 어소시에이츠(Greenwich Associates)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에서 퀀트 투자 전략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킨 금융기관은 전체의 삼분의 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시아의 AI 도입이 초기 단계를 벗어날 촉매제가 될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첫째는 AI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이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펀더멘털 투자에까지 그 적용이 확장되는 것이고, 둘째는 역내에서 퀀트 트레이딩 전략의 사용의 확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아시아 투자자들이 펀더멘털 매니저와 상관성이 낮은 새로운 알파 출처를 찾아 투자 다각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퀀트 전략을 솔루션으로 눈 여겨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미 어딘가의 누군가는 알파 창출 전략부터 리스크 분석까지 전체 투자 프로세스를 자동화해둔 상태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따라가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블룸버그의 게리 카잔체프(Gary Kazantsev) 머신 러닝 엔지니어링 부문장이 참석자들에게 한 말이다.

핵심 강점을 강화하기

현재까지 아시아의 자산관리 회사들은 틈새 애플리케이션에 AI 기능을 출시하고 있는데,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독점 알고리즘을 구축하도록 퀀트 트레이더들을 지원하거나, 펀더멘털 매니저가 분석에 더 많은 데이터와 비 재무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IT와 총무팀이 반복적인 ‘잡무’에 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일례로 한 퀀트 회사는 AI를 사용하여 데이터 수집을 개선하고 자사 펀드매니저들이 동일한 데이터에서 더 많은 알파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펀더멘털 쪽에서 이 회사는 AI 인지 엔진을 이용해 대량의 데이터를 축적하여 주식 부문 펀드 매니저들에게 실행 가능한(actionable)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평판이나 사이버 위험 등 다양한 유형의 리스크를 경감하고, 트레이더들의 활동을 주시하는 데에도 인공지능을 사용한다.

또한 인공지능의 한 형태인 머신 러닝을 이용해 컴퓨터에게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회사들도 있다. 일례로 어떤 스타트업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투자 의사결정에 ‘투표권자’로 참여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또 머신 러닝을 사용하여 자금을 추적하고 보고서를 분석하여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회사 등 경영관리 부문에도 적용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AI를 도입하여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정형 데이터를 데이터 테이블처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거나, 자연어 인터페이스를 검색 기능에 통합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데이터 확보전에 뛰어들기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역내 많은 투자 회사들이 AI나 빅데이터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할 용도로 데이터 구매를 늘리고 있다.

“사람들이 대량의 데이터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퀀트 펀드들뿐만 아니라 기존에 퀀트 전략에 손대 본 적도 없었던 펀더멘털 펀드들도 여기에 돈을 쓰고, 빅데이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머신 러닝 컨퍼런스에서 GAO 캐피탈의 차우웨이 야크(Chauwei Yak) 설립 파트너가 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욱 발전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으며, 회사들은 데이터의 구매가 어떻게 수익의 증가와 주가 예측의 정확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야크는 덧붙였다.

도이치 뱅크의 글로벌 퀀트 전략 부문의 코이 레 빈(Khoi Le Binh) 아시아태평양 헤드는 특히 머신 러닝에 대해 컨퍼런스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머신 러닝이 투자를 위한 새로운 통찰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마법의 지팡이는 아니”며, “데이터를 확보하거나 머신 러닝을 사용한다고 해서 갑자기 훌륭한 모델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들이 빅데이터와 퀀트 전략을 통합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투명성이다. 상관관계 파악이나 투자 권유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것의 어려움 중 하나는 투명성의 부재이다. 어떻게, 왜 어떤 투자가 추천됐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고, 상관관계도 허구적일 수 있다. 투자 모델에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설명하는 것이 매니저들에게 특히 중요한 업무가 될 것이다.

투명성과 해석가능성(interpretability)은 아시아에서 특히 중요한 이슈이다. 투자자들이 ‘블랙 박스’ 전략에 경계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위치 어소시에이츠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설문에 답한 아시아 기관투자자의 45%가 퀀트 전략을 ‘지나치게 불투명’하다고 평가했으며, 매니저들이 전략을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블룸버그의 이벤트 중심 피드(Event-Driven Feeds)는 블랙박스 애플리케이션에 기계 가독형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전략에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지원해 준다.

해석가능성은 특히 금융업에 적용되는 머신 러닝의 핵심 이슈 중 하나라는 것이 블룸버그의 카잔체프의 지적이다. 왜냐하면 투자자의 리스크 수용 프로필에 따라 이해 가능한 투자 논거를 요구하는 투자자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타 분야에서 야기되는 변화만큼이나 자산관리 업계에서도 광범위한 영향을 발휘하겠지만, 아시아의 회사들은 이제 그 가능성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수준이다. AI의 발전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아시아의 자산 운용사들은 데이터 확보나 전략의 투명성 구축이 가지는 가치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