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bp 인상 지지한 前 한은맨의 소회 “인플레 잔불 남아있어”

한국은행이 300bp 금리 인상을 거쳐 1년 넘게 3.5%에서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한은의 다음 행보는 금리 인하라는 시장 컨센서스가 우세하다. 그러나 300bp 인상을 지지했던 한국은행 실무부서의 책임자는 지난주 퇴임을 계기로 만난 자리에서 여전히 물가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금리인하에 손사레를 쳤다.

홍경식 전 통화정책국장은 4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추세 자체는 디플레이션 과정에 있지만 레벨 자체가 아직 너무 높다”며 “큰 불은 다 껐지만 잔불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홍 전 국장은 2021년 여름, 한은이 주요 중앙은행 중에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리기 직전부터 통화정책국장을 맡아 왔다.

그는 상당기간 2%를 중심으로 물가가 움직이면서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 심리가 형성되려면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은이 완화정책을 펼친다면 “씻을 수 없는 실책을 범할 우려가 있다”고 30년 이상 중앙은행에서 근무한 한은맨으로서 강조했다.

홍 전 국장은 연준 정책금리 5.5%와 한은 금리 3.5%의 격차를 고려하면 미국보다 한국이 일찍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무리 내외 금리차가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다 하더라도, 2022년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할 때 우리는 빅스텝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환율이 긴박하게 움직였던 상황을 회상하며 “정책기조의 선후 또는 금리 차이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생각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가계부채와 금통위원 교체

그는 이어 2021년 8월 첫 금리 인상의 배경이었던 주택가격 급등과 맞물린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지금 금리를 내려도 당시의 심각했던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 만큼 거시건전성 정책이 마련되어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부동산 불패 신화는 결국 물가 기대심리랑 다를 바 없다. 기대심리를 제거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등이 없이 인하를 했다가는 물가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의 급등을 유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 전 국장은 다가올 금통위 구성원 교체로 초기의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잃게 된다면서, 이는 인플레이션이 재가속할 경우 물가 압력을 완화하려는 노력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4월에 임기 만료되는 조윤제 위원과 서영경 위원은 코로나로 인해 한은이 금리인하 정책을 폈을 당시 금통위 위원으로 있으면서 과감한 완화정책의 부작용을 직접 경험했었다고 그는 언급했다.

그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인상하자고 했을 때 그들은 전적으로 동의했었다. 4월이 지나면 그런 경험을 가진 위원이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다시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사 관련 문의: 김대도(서울) 기자 dkim640@bloomberg.net, 김혜성(서울) 기자 skim609@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