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유로 패리티, 항복 시그널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11조 달러의 시가총액이 날아가고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최장기 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 침체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 보인다. MSCI ACWI 지수 급락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기업 주가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졌지만 모간스탠리나 씨티그룹 등 여러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한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매파적 중앙은행, 특히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전반적인 거시경제 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는 금요일 저가매수에 힘입어 반등해 나스닥 100 지수가 장중 4% 넘게 급등했지만, 주간 기준 6주 연속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인수를 일단 보류한다고 말하면서 한때 11% 넘게 급락했다. 몇시간 후 여전히 인수 합의를 지키겠다고 말했지만 인수가 과연 성사될지 의구심을 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위협을 느낀 핀란드와 스웨덴이 수십년에 걸친 중립국·군사적 비동맹 노선을 포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결심했다. 러시아는 핀란드에 전력 공급을 중단하고 NATO 가입은 “실수”라고 경고했다. NATO의 확장으로 러시아와의 긴장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안전자산 선호가 더욱 강해지며 달러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유럽연합은 제재조치를 위반하지 않고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들여올 수 있는 해법을 모색 중이다. 다만 독일은 연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유로 패리티

유로화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 달러와 1:1 패리티를 시도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2월 제시했던 4%에서 대폭 수정한 것으로 블룸버그가 확인한 초안에 나타났다. 내년 성장률은 2.7%에서 2.3%으로 하향조정됐고,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3.5에서 6.1%로 높였다. 최종 확정치는 현지시간 월요일 공식 발표되며 그 전에 바뀔 수도 있다.

금융시장 혼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 강세를 이끌면서 유로-달러 환율은 이미 1.03으로 5년래 최저치로 후퇴했다. HSBC와 RBC Capital Markets 등은 올해 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헤지펀드들이 이미 지난 한달간 패리티에 베팅하는 옵션에 70억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유로화 추가 절하를 예상하는 트레이드 중 가장 인기를 끌었다. ING Groep NV의 통화 스트래티지스트 Francesco Pesole는 “유로화가 현재 매력적 통화는 아니다”라며, 유로화에 대해 6개월 전망치를 1.05달러로 유지하면서도 달러 강세와 시장 변동성을 감안할 때 1달러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항복 시그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모든 자산군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애플과 같은 대표주자마저 버리면서 엑소더스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EPFR Global 데이터를 토대로 5월 11일까지 일주일간 주식과 채권은 물론 현금과 금마저 자금이 유출되었으며, 특히 금융주와 기술주의 가치가 각각 26억 달러와 11억 달러 가량 증발했다고 설명했다. BofA 스트래티지스트 Michael Hartnett은 “진정한 항복이란 투자자들이 애정하는 것을 파는 경우를 말한다”며, 현재 암호화폐와 투기적 테크의 붕괴가 과거 닷컴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팬데믹발 시장 붕괴 이후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 지수를 사상최고치로 끌어올렸던 대표 종목 중 하나인 애플은 약세장에 진입했다. 3월 말에 주가가 역대 최고 수준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할 때 갑작스런 반전이 아닐 수 없다. BofA는 주가가 단기적으로 반등이 예상되지만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두려움과 혐오는 약세장 랠리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궁극적인 저점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채권의 헤지 매력 부각

일부 용감한 투자자들이 채권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월가 채권 강세론자들이 올해 크게 패배당했지만 지난 일주일 사이에 시장 심리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미국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수년래 고점에서 하락했고,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지에서 국채 금리가 후퇴했다. 심지어 미국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세계 곳곳에서 물가가 여전히 날뛰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어느 누구도 확신을 갖고 주요국 채권 금리가 피크에 달했다고 말하진 못한다. 그러나 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경기 하강을 유발해 글로벌 자산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경우 채권이 강력한 헤지수단을 제공할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TwentyFour Asset Management는 “이제 막 미국채를 사기 시작했다”며, “미국채 금리가 그렇게 많이 올라서 기쁘다. 경기주기의 모멘텀이 꺾이는 후반부에 미국채가 필요할 것이란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美침체 가능성↑

블룸버그 최신 월간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2개월에 걸쳐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30%로 3개월 전에 비해 두 배나 높아졌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4월엔 27.5%를 기록했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5월 6일부터 11일까지 실시됐으며 경기침체 질문에 응답한 이코노미스트들은 37명이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양상이다. 인플레이션은 수십 년래 가장 뜨거우며 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 경로를 예고하는 등 물가 불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동시에 지나친 긴축으로 자칫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미시간대 소비자신뢰가 5월 59.1로 2011년래 최저를 기록하며 이전치 65.2에서 크게 악화되었다. 블룸버그 사전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는 중앙값 기준 64였으며, 이 중에서 가장 낮은 추정치는 61이었다.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은 5.4%였고, 5년-10년의 경우 3.0%으로 이전달과 변함이 없었다.

골드만의 경고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이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반영해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 역시 2.2%에서 1.6%로 낮췄다. 실업률은 향후 몇달 안에 3.4%까지 내려간 후 내년 말이면 3.7%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 전 최고경영자는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매우 높다며,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이에 대비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현지시간 일요일 CBS 인터뷰에서 “내가 만일 대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면 나는 이에 매우 대비할 것이다. 내가 소비자라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피하는 길이 좁아보인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강력한 수단이 있는데다 그동안 잘 대응해왔다고 진단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