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미-러 대치, 美 BEI 최고치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에 대한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군에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진입을 명령하자, 유럽연합과 영국은 러시아에 대해 제한적 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추가 액션을 경고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침공을 시작했다며, 러시아를 상대로 추가 제재조치를 가하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발틱해 지역에 미군을 추가로 보내 NATO 회원국을 방어하겠다고 공언했다. 미 국방장관은 동유럽에 F-35 8대와 아파치 헬기 32대 등의 추가 배치를 명령했다. 바이든이 외교 창구는 열어두겠다고 말했지만,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주 예정됐던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취소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러시아 국채의 해외 발행과 신규물 거래를 막아 서방세계에서 자금 조달 채널을 차단하고, 러시아 은행 2곳에 전면적 제재를 가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Clay Lowery는 단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은 주지 않겠지만, 유럽의 제재조치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Pictet Asset Management는 러시아의 자금줄이 막힌다 하더라도 쌍둥이 흑자에 낮은 외채 수준, 높은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할 때 해외 펀딩이 없이도 러시아가 버틸 수 있다고 지적했다. PGIM Fixed Income는 러시아 정부의 경우 해외 채권을 발행할 필요가 없지만 러시아 은행 전반으로 제재가 확대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니켈은 2011년래 처음으로 톤당 2만5000달러를 넘어섰다. 밀과 옥수수, 알루미늄에 이르기까지 각종 상품가격이 널뛰고 있다. 이같은 가격 급등세에 놀란 미국채 투자자들은 미국의 향후 2년 기대 인플레이션을 사상 최고치인 3.76%까지 높였다. 뉴욕증시는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본격적인 기싸움이 물리적 충돌이나 강력한 제재조치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가운데 주요 주가지수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S&P 500 지수는 연초 고점에서 조정으로 진입했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채권시장 인플레 우려

채권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지정학적 우려 속에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로 뛰어 올랐다. 미국 2년물 BEI가 한때 9bp 오른 3.76%로 블룸버그가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같은 만기의 국채와 물가연동국채를 비교해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보여준다. 5년물 BEI는 2.97%, 10년물은 2.46%로 올라섰다. 한편 미국 컨퍼런스보드 소비자기대지수는 2월 110.5로 9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수십년래 가장 뜨거운 인플레이션 속에 경제 성장 및 금융 전망에 대한 기대가 약해진 영향이다. 애버딘자산운용의 James Athey는 “스테그플레이션 충격”이라며, 유가 상승은 보다 매파적 연준과 물가 상승, 성장 둔화를 가져와 미국채 단기물 금리는 오르고 장기물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렁이는 유가

우크라이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독일이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한 해저 가스관 사업인 ‘노드스트림2’ 승인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한때 13% 급등했다. 석탄과 전력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러시아는 유럽의 최대 천연가스 공급처로, 이 중 3분의 1이 우크라이나를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브렌트유는 4% 넘게 뛰어 배럴당 99.5달러까지 올랐다가 이란 핵협상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에 96달러대로 오름폭을 줄였다. 유럽과 러시아는 이란 핵합의 부활 결정이 이르면 이번주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해 역사적인 타협이 성사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오안다의 Ed Moya는 “우크라이나 긴장이 쌓이면서 유가 상승에 대한 베팅이 선호되고 있지만 이란의 원유 공급 확대 기대가 유가 랠리를 어느 정도 막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외환시장은 리스크온

외환시장에서 투기세력들이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안전 통화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FTC 자료에 따르면 레버리지 펀드들의 엔화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은 지난 9주 중 7주 동안 증가해 11월래 최대를 기록했다. 또다른 안전통화인 스위스프랑 역시 9월래 순매도 포지션이 이어지고 있다. 현물시장의 경우 화요일 엔화와 스위스프랑은 후퇴한 반면 다른 주요 통화는 미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이는 시장이 러시아 사태에 대해 아직 크게 불안해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제프리스의 Brad Bechtel은 진단했다. BNY Mellon의 Geoffrey Yu는 투자자들이 엔화와 스위스프랑을 급하게 매수할 생각이 없다며, 통화시장이 여전히 캐리트레이드를 즐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FX는 상당히 리스크온 시나리오”로, 원자재 상품 통화와 금리 인상으로 채권 금리가 높은 중부·동유럽 통화가 인기라고 전했다.

러시아 해법 찾는 월가

월가 은행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과 관련해 제재를 받을 경우 러시아 관련 금융거래를 관리하기 위해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SocGen)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해법을 찾는 모습이다. SocGen의 최고경영자(CEO)인 Frederic Oudea는 지난 금요일 아태지역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미국과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청산 등 뱅킹 업무를 도와줄 수 있는지 자사에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SocGen이 세계 나머지 지역과 거래를 계속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은행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은행들이 접근했는지, 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타운홀 내용 사본에 따르면 직원들은 자사의 러시아 비즈니스와 러-중 관계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Oudea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할 가능성은 일축하면서도 만일 그같은 제재조치가 강행될 경우 러시아 시스템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취한 제재조치는 특정 개인을 타겟으로 하거나 특정 분야 또는 금융 상품에 제한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일드커브 역전 경고

연준이 다음달 금리 인상 주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채 일드커브가 이르면 올해라도 역전을 향할 수 있다고 BofA가 진단했다. 장단기 금리 축소는 경제가 성장 주기상 중간 지점에서 후반기로 갈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곤 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 이상으로 올릴 경우 통화정책이 성장 속도를 늦추게 되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한다. BofA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일드커브가 역전된 후 내년 상반기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드커브 역전 후 미국 경제는 대개 18개월 후 침체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