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러 송유관중단, 추가플래트닝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엔비디아에 이어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러지가 우울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수요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신호를 더했다. 마이크론 주가는 장중 한때 6% 가량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 넘게 빠졌다. 팬데믹 봉쇄가 풀리고 고인플레이션이 가계 지출을 강타하면서 컴퓨터는 물론 데이터센터 등 다른 분야마저 수요가 부진해지는 모습이다. 뉴욕증시는 테크주를 중심으로 후퇴했다. 한편 한국의 7월 계절조정 실업률은 2.9%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고, 취업자 수는 전년비 82만6000명 증가했다.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미국채 금리가 단기물을 중심으로 올라 2년-10년 구간의 금리 역전폭이 한때 49bp까지 확대됐다. 블룸버그 인텐리전스는 추가 플래트닝이 예상된다며, 시장이 연준 최종금리를 5%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할 경우 2년물 금리가 3.9%까지 오르겠지만 10년물은 3.25%에서 강한 저항에 부딪혀 역전폭이 65bp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BofA는 일드커브 역전이 얼마나 더 진행될지는 인플레이션 함수가 될 연준의 최종 금리에 달려 있다며, 85bp까지도 가능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글로벌 플래트닝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종종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채 2년-10년 구간이 20여년래 최대폭으로 역전된 가운데 뉴질랜드에선 장단기 금리차가 7년래 최소로 좁혀졌다. 호주에선 3년-10년 국채 선물 구간이 10여년래 가장 평평해졌고, 영국의 일드커브는 이달초 잠시 역전을 보였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공격적 긴축에 나서면서 자칫 경제성장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대부분의 선진국을 휩쓰는 모습이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미국 기업 활동과 주택시장 등 주요 지표가 약세 신호를 보임에 따라 중앙은행들의 경기 연착륙 노력이 성공할지 의구심이 늘고 있다. RBC의 Su-Lin Ong은 과도한 긴축, 에너지 쇼크,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일며 일드커브 플래트닝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송유관 중단

러시아 국영 송유관 운영업체인 트랜스네프트는 제재로 인해 운송료 지불이 막히면서 지난주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로 가는 원유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브렌트유는 상승세로 돌아서 한때 배럴 당 98달러를 상회하며 1.8% 급등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를 가로 지르는 남부 드루즈바 송유관을 운영하고 있는 우크르트랜스나프타(Ukrtransnafta)가 8월 4일에 러시아산 원유 운반을 중단했다고 트랜스네프트가 화요일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해당 구간은 대개 하루 약 25만 배럴의 원유를 실어나른다. 트랜스네프트는 해결책을 찾고 있으며, 벨라루스를 지나 폴란드와 독일로 이어지는 북부 드루즈바 송유관은 이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은 에너지난이 악화될 경우 올 겨울 정전을 선택해야만 할 수도 있다.

바이든, 반도체법 서명

바이든 미 대통령이 현지시간 화요일 반도체 산업육성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대만과 한국 등 아시아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으로, 국내 반도체 연구·개발 등에 약 520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바이든은 법안 서명식에서 “우리는 일상적 비용을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미국에서 반도체칩을 생산해야만 한다”며, 미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있어서 세계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힘입어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업체들은 대규모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낙관론은 ‘적신호’

씨티그룹은 매우 낙관적인 애널리스트들의 연이은 주식 추천이 주식시장 랠리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셀사이드 평가 지수는 2000년과 2007년 도달했던 강세 피크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며, 그 당시 이후에 글로벌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늘 매도보다는 매수를 더 많이 추천하지만 현재는 특히 열성적으로 보인다며, 이는 시티의 ‘약세장 체크리스트’에서 적신호라고 설명했다. S&P 500 지수가 6월 저점에서 10% 넘게 반등하자 애널리스트들의 낙관론이 기세 등등해졌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길들이기 위해 추가 긴축에 나서야하는 상황이지만 다가올 경기침체에 대해 큰 두려움이 없는 듯 보인다고 씨티는 지적했다.

QT 조기종료 기대

파월 연준의장은 약 8조 달러에 달하는 보유 채권을 최소 2년에 걸쳐 축소해 나갈 생각이지만 월가에서는 이르면 내년쯤 양적긴축(QT)이 끝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만기 도래하는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을 개시해 9월부터 속도를 높여 월간 최대 950억 달러씩 줄여나갈 방침이다. 일각에선 연준이 내년 경기 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 인하로 돌아서면서 양적긴축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치은행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Matthew Luzzetti는 연준이 혼선을 막기 위해 정책 수단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내년 9월 금리 인하와 양적긴축 종료를 점쳤다. TD증권의 Priya Misra는 내년 7월로 예상했다. 2019년처럼 미국 은행권에서 유동성을 너무 많이 흡수해 금융시장 혼란이 야기될 경우에도 양적긴축이 멈출 수 있다. 월간 양적긴축 한도가 500억 달러에서 950억 달러로 확대됨에 따라 바클레이즈는 2023년 초쯤이면 채권 보유 축소가 과도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양적긴축이 조기 종료될 경우 미국채 장기물 금리의 상승 압력이 일부 제거될 수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