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러시아 병력철수? 시장탈출구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배치한 자국 병력의 일부를 철수하며 외교적 해결 노력을 언급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는 분위기에 뉴욕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 배럴당 95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WTI) 역시 한때 5% 넘게 빠지며 90달러 부근으로 밀렸지만, 오안다의 Ed Moya는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화요일 오후 백악관에서 러시아가 실제로 군대를 철수했는지 아직 검증하지 못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미국채 30년물 금리는 한때 8bp 가량 오른 2.37%로 작년 5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준 은행 감독 담당 부의장에 지명된 사라 블룸 래스킨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상원은행위원회 소속 공화당 위원들이 파월 연준의장(재임)을 비롯한 5명의 연준 고위직 인사 후보에 대한 표결을 가로막았다. 패트릭 툼니 상원의원은 래스킨이 과거 핀테크 회사 이사로 재직할 당시 역할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다른 공화당 위원들까지 합세해 그의 과거 강경한 기후변화 관련 발언을 질타했다. 민주당인 브라운 상원은행위원장은 인준 표결 날짜를 다시 잡겠다며 래스킨이 상원 인준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러시아 ‘부분적’ 병력 철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세계와의 긴장을 외교적으로 풀고 싶다고 말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집결된 자국 군대의 일부 철수를 발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반대를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고 서방세계의 답변을 영원히 기다릴 수 없다며 압박을 가했다. 푸틴은 올라프 숄츠 독일총리와 세시간에 걸친 회담 후 크렘린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당장 또는 가까운 장래에 협상과 평화적 수단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며, “상대편이 우리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숄츠는 “우리가 평화로운 진전으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 측에 고통스런 경제적 제재조치를 가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일부 병력 철수 발표에 서방세계는 조심스럽게 환영하면서도 확실한 증거를 요구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계속해서 주장해왔지만, 푸틴은 자국의 안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군사적 긴장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과 NATO에 따르면 러시아는 침공 준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약 13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러시아가 곧 침공을 단행할 위험이 있다는 미국측 경고에 대해 러시아는 “히스테리”라고 일축했지만 이웃 벨라루스에서 수년래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 중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일부 군대 복귀가 “조심스러운 낙관론”의 근거를 부여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까지 현장에서 어떤 긴장 완화 신호도 보이지 않으며 남아 있는 러시아 군대가 여전히 침공할 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탈출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과 연준 금리 인상 베팅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휩쓸면서 투자자들은 탈출구를 찾고 있다. Schroders의 Kellie Wood는 장기물 미국채가 가장 확실한 투자처로 러시아 리스크와 통화정책 오판 가능성으로부터 피난처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씨티그룹은 미국채 5년물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바꾸었고, 헤지펀드인 K2자산운용은 매도세에 시달린 유럽주식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채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ICE BofA MOVE 지수가 2020년 3월 팬데믹 초기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는 등 시장 곳곳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Wood는 “우크라이나와 연준의 3월 50bp 인상에 대비해 리스크오프(risk-off) 플레이가 나타날 수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지나치게 긴축에 나서는 정책 오류를 범할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테크주 랠리

지정학적 긴장 완화 조짐에 테크주가 랠리를 펼쳤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1% 넘게 올랐고,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인 타워 세미컨덕터를 60억 달러 가량에 인수하는 딜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진 인텔의 주가는 1.8% 상승했다. 엔비디아와 AMD 등 다른 반도체업체 주가도 크게 올랐다. 테슬라는 5% 넘게 급등했다. 나스닥 100 지수는 2.5% 점프했다. 테크주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위험 회피를 촉발하고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우려에 휩싸여 최근 몇 주 동안 극심한 매도 압력에 시달려왔다. 2월 4일-10일 실시한 BofA 설문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은 테크주에 대해 2006년래 가장 비중축소적인 모습을 보였다. BofA는 전반적인 주식 배분 비중이 1월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는 12월 고점 대비 약 13% 하락했고, S&P 500의 정보 기술 섹터 지수는 고점 대비 11% 넘게 후퇴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고점에서 15% 가량 빠졌고, 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Sector 상장지수펀드는 11월 고점에서 20% 이상 급락했다. RiverPark Capital의 최고투자책임자인 Mitch Rubin는 많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술주를 포함해 주식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고수했다. “장기적인 기업 실적 전망이 강하다”며, “채권이 훌륭한 대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화인터뷰에서 밝혔다.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여전히 주식 보유를 원할 거라고 믿는다. 따라서 단기적 혼란은 추가 투자를 위한 흥미로운 기회”라고 주장했다.

ECB 채권매입 종료…BOE 베팅

Francois Villeroy de Galhau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ECB가 곧바로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순자산매입을 이르면 올 3분기에 종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ECB가 정규적 자산매입프로그램(APP)에 따른 순 채권매입을 무제한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이상 적절치 않다며, “너무 오랫동안 우리의 손을 묶어놨다”고 진단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2% 중기 목표로 수렴됨에 따라 부양책을 유지할 이유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에도 30년래 최고치인 5.4%(전년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영란은행(BOE)의 50bp 금리 인상 베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연준과 크레딧 시장

크레딧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해 극도로 예민해질 경우 중앙은행이 긴축 속도를 늦춰야할 수도 있다. 월가의 스트레티지스트들과 투자자들은 그 임계치를 가늠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블룸버그가 비공식적으로 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채 대비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가 150bp를 넘어설 경우 연준의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현지시간 월요일 기준 해당 스프레드는 109bp 정도로, 지난 10년간 팬데믹 초기와 2015-2016년 유가 급락시 석유회사들을 제외하고 150bp를 크게 넘은 적이 없다. 바클레이즈의 Dominique Toublan은 크레딧물의 스프레드가 아직 스트레스 수준은 아니지만 더 크게 벌어질 경우 연준이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