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동결…채권금리상승 주목, 추가인상 열어둬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22년래 최고 수준인 5.25%-5.5%로 9월에 이어 다시 동결했다. 동시에 미국채 금리의 최근 상승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수도 있음을 시인하며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그 필요성이 낮아졌음을 시사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현지시간 수요일 성명서에서 “가계와 기업의 금융 및 신용 여건이 더욱 타이트해지면서 경제 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 여건만을 언급했던 이전 성명서와 달리 이번엔 금융 여건을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영향의 정도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물가 안정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시간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데 적절할 수도 있는 추가적 정책 강화의 정도”를 결정하는데 그동안의 통화정책 긴축 및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 등을 감안하겠다는 기존 문구를 되풀이했다.
파월 발언과 전문가 진단
파월 연준의장은 지금까지 상당히 정책을 긴축해온 점을 감안할 때 이제 FOMC는 “신중하게 나아가고 있다”며, 회의 때마다 상황을 보고 결정을 내리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연준의 초점은 얼마나 오랫동안 정책을 제약적으로 유지해야 할 지에 있다며, FOMC가 금리 인하에 대해 생각하거나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멈췄다가 금리 인상을 재개하는 것이 어렵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장기 채권 금리 상승이 주의를 기울어야 할 문제지만 금리 인상 기대만을 반영한 현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확실히 높아졌다며, 그같은 지정학적 요인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FOMC가 동결 기조를 좀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실업률이 4분기에 연준의 전망치인 3.8%를 쉽게 오버슈팅할 가능성이 있어 연말 노동시장이 좀더 빠르게 식어갈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은 이대로 막을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Toro의 Callie Cox는 “채권시장이 대신 금리를 올려줬기 때문에 연준이 오늘 동결했다. 이는 투자자들을 안심시켜줄 것이다. 연준은 큰 그림을 보고 있으며, 매우 타이트한 금융 여건에 더해 기준금리를 무작정 올릴 경우 경제를 절벽에서 밀어버릴 위험이 있음을 알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의 Valentin Marinov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미국채 금리가 더 오르고 주가가 더 하락하는 등 금융 여건이 좀더 타이트해지길 기대하고 있어 달러가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美4분기 리펀딩 1120억 달러
미 재무부가 4분기 리펀딩 규모를 1120억 달러로 발표했다. 월가 컨센서스 1140억 달러를 약간 하회한 수치로, 당국이 지난 몇달간 이어진 채권 금리의 급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10년과 30년만기 장기물 발행의 증액 규모가 월가 예상 및 3분기 리펀딩 당시 증액에 비해 각각 10억 달러 적게 책정됐다. 재무부는 이제 증액된 입찰 규모가 정부의 차입 수요 전망에 상당히 근접한 만큼 분기 리펀딩이 앞으로 한번만 더 늘어나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시장 참여자로 구성된 국채차입자문위원회(TBAC)는 전반적으로 미국채에 대한 선호가 약해지고 있다며, 10년물보다 만기가 짧은 증권이 유동성과 수요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내주 진행될 리펀딩 입찰 일정은 다음과 같다.
- 11월 7일 3년만기 480억 달러 vs 8월 리펀딩 420억 달러 (10월 마지막 입찰 460억 달러)
- 11월 8일 10년만기 400억 달러 vs 8월 380억 달러
- 11월 9일 30년만기 240억 달러 vs 8월 230억 달러
- 이번 리펀딩으로 신규 자금 약 98억 달러 조달 예상
美10월 ADP 취업자수 실망…9월 JOLTS 구인건수는 예상 상회
미국의 민간기업 고용 증가세가 지난달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약해지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미국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 ADP가 스탠포드 디지털 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ADP 취업자수는 10월 11만3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시장 예상치 15만명을 크게 하회했다. 9월엔 8만9000명 증가에 그쳐 202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둔화됐었다. 일자리 증가는 교육과 건강 서비스가 주도했으며,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이끌었던 레저와 접객 부문은 2022년 초 이래 가장 부진했다. 9월과 10월 ADP 보고서를 함께 들여다보면 실업률이 아직 낮고 임금이 계속 오르고는 있지만 노동시장이 팬데믹 영향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면서 기업들이 채용을 점점 더 축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미 노동통계청이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9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955만건으로 전월 수정치 950만건에서 소폭 증가했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값 기준 940만건을 예상했었다. 소위 전체 고용 중 자발적 퇴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3개월째 2.3%로 2021년 초 이래 최저 수준에 머물러 미국인들이 현재 시장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약해졌음을 시사했다. 실업자 한 명당 빈 일자리는 1.5개로 집계됐다.
BOJ 엔화 방어 비관론
도이치은행의 글로벌 FX 리서치 헤드인 George Saravelos는 일본은행(BOJ)의 엔화 방어 노력이 성공을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엔화를 움직이는 동인인 채권 금리와 대외 계정만 보더라도 엔화가 튀르키예 리라나 아르헨티나 페소와 진배없다”며, “엔화 방어를 위한 일본 당국의 개입은 잘해야 효과가 없거나 최악의 경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투자자 노트에서 경고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 역할을 해왔던 엔화를 지난 10년간 달러 대비 90% 넘게 가치가 절하된 개도국 통화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Saravelos는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시도는 오히려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며, 일본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더욱 깊어지면서 일본으로부터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년에 걸친 엔화의 저조한 움직임이 뒤집히려면 단 한가지 간단한 일만 벌어지면 된다. 즉 BOJ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야 하며 단순히 마이너스 금리 탈출이 아니라 더 높게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러-엔 환율은 BOJ의 일드커브통제(YCC) 정책 조정 실망에 전일 장중 한때 1.8% 가까이 급등해 151.72엔까지 올라 33년래 고점을 위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