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최약세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움직임으로 일본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달러-엔 환율이 한때 0.9% 오른 132.01로 2002년 4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주 상승세를 재개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0bp 넘게 치솟아 3.04%까지 오른데 비해 일본 국채의 경우 0.24% 수준이다. Market Risk Advisory의 Koji Fukaya는 미국 경제의 계속되는 강한 성장에 따른 미국채 금리 상승이 달러-엔을 지지한다고 진단했다. 매파로 확실히 돌아선 연준에 반해 일본은행(BOJ)이 비둘기파 기조를 유지하며 일본 국채 금리를 통제하려 애쓰고 있는데다 에너지 수입국인 일본이 유가 상승에 압박을 받으면서 엔화는 올해 약세 흐름을 보여왔다.
구로다 BOJ 총재는 월요일 연설에서 긴축 정책이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경제가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더 걸린다는 판단인 셈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긴축은 전혀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라고 말해 BOJ가 경제 활성화에 집중할 생각임을 시사했다. 그 결과 달러-엔이 당분간 방향을 바꾸기 어려워 보인다고 웰스파고의 Brendan McKenna는 지적했다.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리고 BOJ가 동결을 지속하는 한 엔화는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기침체 논란
금융 시장과 미국 기업의 고위 경영진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국 경기 침체가 임박했으며 불가피해 보인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는 현지시간 금요일 미국 경제에 대해 심각한 불황은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침체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경기 침체의 위험이 높아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속적인 노동시장 강세와 2조 달러가 넘는 가계의 잉여 현금을 고려할 때 당장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다. 도이치은행 이코노미스트 Peter Hooper는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70%가 넘지만, 연준이 운과 실력으로 물가를 잡는데 성공한다면 침체를 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식히려면 실업률이 올라가야 한다며, 연준이 단기금리를 5%까지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Oxford Economics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Kathy Bostjancic는 침체 가능성을 35% 정도로 평가했다.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유입되면 연준이 굳이 경제를 해치면서까지 긴축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Kroll Institute의 글로벅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Megan Greene는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자들이 팬데믹 시절 지출을 줄이고 재정 지원을 받은 덕에 아직도 자금 여유가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가계와 기업의 재무재표가 여전히 견조해 향후 12개월간 플러스 성장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말까지 좀더 멀리 내다볼 경우 침체 리스크는 높지만 연착륙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경제 ‘허리케인’을 경고했던 제이미 다이먼과 달리 Bruce Kasman JP모간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지시간 월요일 경기침체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분석
현재의 미국 인플레이션이 1980년 피크때와 생각보다 훨씬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경제학자인 Marijn A. Bolhuis 및 Judd N. L. Cramer가 공동 연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지금의 지출 패턴에 맞게 조정한 결과 1980년 6월 근원 CPI 상승률은 9.1%로 추정되었다. 당초 수치는 13.6%였다. 이같은 계산 방식에 따르면 폴 볼커 전 연준의장이 단행했던 1980년대 초 공격적 통화긴축은 근원 인플레이션을 5%p 끌어내린 셈이다. 기존의 공식적 계산은 11%p였다. 당시 볼커는 연방기금금리를 최고 20%까지 약 10%p 인상했었다. 현재는 목표 범위가 0.75%-1%에 불과하다. “오늘날 근원 CPI 상승률을 2%로 되돌리려면 볼커 시대와 비슷한 정도의 디스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지난 4월 근원 CPI는 전년비 6.2% 상승했으며, 이번주 발표될 5월 수치는 5.9%로 예상된다.
美고용 호조…테슬라 감원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이 5월 39만명 증가로 시장 예상치 31만8000명을 크게 상회했다. 4월치는 42만8000명에서 43만6000명으로 상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3.6%를 유지했고, 경제활동 참가율은 62.3%로 소폭 올랐다.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년비 5.2%로 이전치 5.5%에서 다소 둔화됐다. 해당 보고서 발표 후 달러와 미국채 금리는 급등했고, 트레이더들은 향후 5차례 FOMC 회의에 걸쳐 200bp 가량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했다. BMO Capital Markets의 Sal Guatieri는 “안정적인 실업률과 경제활동 참가율 개선, 임금 상승세 진정 가능성이란 차원에서 연준에게 좋은 소식이 되겠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끌어내리기엔 경제가 여전히 너무 뜨겁다는 점에서 우려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경제에 대해 “매우 느낌이 안좋다”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머스크는 금요일 내부 이메일에서 일부 부문의 인력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며 정규직의 10%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와 배터리팩 제조라인은 해당되지 않으며, 시급을 받는 해당 소식에 테슬라 주가는 금요일 9% 넘게 급락했다.
삐걱거리는 트위터 인수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스팸 및 가짜 계정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으나 트위터가 이를 충족하지 않았다며 인수합병 계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현지시간 월요일 수정 공시를 통해 트위터가 해당 정보의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자신의 “정보 권리를 훼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머스크의 주장에 트위터는 합의한 계약에 따라 계속해서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번 합의가 모든 주주들에게 최선이라고 믿으며, 합병 계약을 합의한 가격과 조건에 마무리지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머스크는 트위터가 앞서 밝힌대로 봇(bots)이 사용자의 5%에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을 증명할 때까지 인수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가짜 계정이 적어도 20%는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인수가 불발될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트위터 주가는 한때 5.6% 급락해 38달러를 하회하며 머스크가 인수가로 제시했던 54.20달러와 격차를 더욱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