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올해 110억 달러의 외화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달시장 가운데 스왑시장 여건이 달러운용 중심 발행사에게 우호적인 호주달러 시장을 가장 눈여겨 보고 있다면서 경우에 따라 한 번 정도 뉴질랜드 달러 시장도 나갈 것이라고 윤희성 자금시장단장이 10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윤단장은 “기본적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시장이 최근 당행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원으로 부상하며 그 중요성이 더해졌다”면서 “이들 시장이 계절상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액티브한 시기”라서 올해 첫 기업설명회를 호주에서 빠르면 3월쯤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호주달러는, 엔화나 유로화와 달리 달러화로 바꾸는 베이시스스왑 금리가 플러스 상황이라 달러화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조달자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호주 대형은행들이 자국통화 이외의 통화로 조달해 자금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 베이시스스왑 시장에서 호주달러를 달러로 바꿔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투자자 모집 측면에서도 “호주가 주는 안정적인 이미지와 높은 금리를 노린 개인투자자들도 많다”며 호주 이외 지역의 투자자를 끌어들이기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현재 호주와 같은 자원부국이자 트리플 A 신용등급을 가진 캐나다의 10년물 지표금리는 1.7% 수준에 거래되는 반면, 호주달러10년물 지표금리는 2.7%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윤 단장은 수출입은행이 2012년 처음 캥거루본드를 처음 발행할 당시 단발성 발행에 그칠 것이란 투자자의 회의적 시선이 있었지만 현재 발행잔액 기준 4위를 차지하는 “메이저 플레이어”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첫 발행 무렵 “호주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정기적으로 투자설명회를 하면서 다양한 만기물을 발행해 유통시장에서 일드커브도 만들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말했는데 “현재는 (그러한 약속을) 모두 실현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번달 7일 5억 호주달러 발행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6회에 걸쳐 공모로 29억 호주달러 어치의 채권을 발행했고 현재 24억 호주달러의 발행 잔액을 갖고 있다.
윤희성 단장은 호주와 비슷한 성격의 뉴질랜드 카우리본드 시장에도 작년에 데뷰했고 “앞으로도 할 만 하다”며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발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위안화 조달시장
한편, 위안화나 말레이시아 링깃, 그리고 태국 바트화 등 자본유출 이슈에 노출된 통화로 올해 조달할 기회는 쉽게 생기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뷰에 함께 참석한 구자영 수출입은행 외화조달2팀장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역외위안화로 조달할 기회가 꽤 있었는데, 그런 기회가 없어진지 꽤 됐다”며 중국이 위안화 자본유출입 및 환율방어에 민감한 모습을 보인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또한 위안화는 익일물 금리 등 자금시장 금리와 통화스왑 금리가 굉장히 요동을 치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발행을 쉽지 않게 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구 팀장은 또 엔화 관련해서는 움직임이 불안한데다가 달러화로 스왑할 경우 금리조건이 불리해지는 문제가 있으며, 싱가포르달러의 경우 시장규모가 작아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는 호주달러와 뉴질랜드 달러를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 단장은 위안화 등을 통한 외화조달 여건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매크로한 이유”라며 “달러화 자산이 인기가 없어 돈이 신흥시장으로 옮겨오는 상황이 돼야 수출입은행 입장에서 신흥통화 조달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통화
윤희성 단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통화 이외에 유로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조달) 시기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유로화 대출이 늘어날 것 같아 조달 측면에서 매칭 수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수출입은행은 대출자산의 상당부분이 달러표시라 통화 매칭을 위해 이종통화 조달시 기본적으로 스왑을 하지만, 통화별 대출 수요 등에 따라 유로나 엔화 등을 보유하기도 한다.
미국 경기개선 등의 영향으로 달러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유럽 지역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거나 달러 거래가 어려운 이란에 기업들이 투자한다면 유로화 대출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과 미국의 관계 진행 여부에 따라 유로화 대출 수요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외화표시 채권 발행을 통해 총 11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으로 이는 작년대비 20억 달러 가량 줄어든 규모다.
한편, 윤 당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물 채권 거래에서 여전히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서포트를 받는 정책은행이란 점이 어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민영화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현재 트럼프 당선 이후 예측이 어려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 변화 가능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국 경제의 경착륙시 한국에도 문제가 생길 것인지에 대해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있다며, 이에 대해서는 IR 등을 통해 ‘한국이 중국 성장의 수혜를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경쟁 관계에 있고, 또 홍콩이나 대만에 비해서는 중국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환웅, 박정연 기자 (02/15/2017)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OLCP9J6JIJ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