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달러-원 환율이 10일 작년 6월이후 처음으로 1100원을 하회했다. 지난주 미국 고용지표 호조로 지지력을 얻는 듯 했던 미달러가 2분기 생산성 지표 부진 및 계속되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 기대 속에 반등 모멘텀을 지키지 못하고 있지만 원화는 꾸준한 외국인의 원화 자산 매수세 속 S&P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호재까지 나오며 추가 강세 모멘텀을 얻고 있다. 달러-원 환율의 하락추세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2014년 저점부터 올해 고점까지 상승구간의 피보치 되돌림 61.8% 수준인 1098.6원 수준마저 붕괴, 2014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상승세로의 전환은 요원해 보인다. 특히 달러 뿐만 아니라 유로화 및 위안화, 엔화 등 대 무역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원화 강세가 심화되고 있어 상반기와 달리 3분기에는 환율 변동에 따른 한국 수출기업들의 실적 부담이 예상된다.
달러-원 1000원도 불가능하지 않다
기술적 분석상 달러-원 환율은 최근 ‘헤드 앤 숄더’ 패턴을 완성하고 목선에서 추가 하락한 탓에 기술적으로 하락 압력이 더욱 굳어졌다. 소시에테제네럴은 이달 보고서에서 “달러-원 환율에 헤드 앤 숄더 패턴이 매우 뚜렷한 가운데 1125원 부근인 목선을 하향돌파하며 하락 신호를 보내는 상황이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편 블룸버그 가격 기준 엘리엇 파동 분석상으로도 6월 초 시작된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가 1081원대까지 연장될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엇 파동 분석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의 달러-원 환율 급등에 따른 하락 되돌림(하락 5파 및 상승 되돌림 3파)의 큰 추세는 올해 고점을 끝으로 완성됐고, 현재는 이후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하락채널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고점인 1245원 부근이 이 하락채널 상단의 시작점이며, 4월 저점인 1128원 부근이 채널하단의 시작이다. 4월 저점부터 5월말 고점까지의 반등세가 이 채널의 상단 저항을 넘어서지 못한 뒤 기술적 하락세가 더욱 굳어진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1081원대 아래 지지는 1027원대, 929원대에 위치한다.
부산은행 김대훈 차장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엘리엇 파동이 최근의 달러-원 환율 흐름을 기술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다며, 아직 요원해 보이지만 이 파동대로라면 이번 하락세는 기술적으로 1000원 아래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업체, 3분기 원화 약세 수혜는 없다
이처럼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가 연장된다면 수출업체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중 한국 기업의 순이익은 원화 약세 및 유가 하락 등의 효과로 전년대비 10% 이상 증가됐는데, 하반기에는 동 영향에 따른 순이익 개선 효과가 약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 관련 설명에서 2분기 중 달러 및 유로 등 주요 통화에 대비 원화 강세는 자사 영업이익에 약 3000억 원 가량의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 서대일 이코노미스트는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달러-원 환율이 너무 빠르게 내려왔다”며 “작년 하반이 평균환율이 1160원이었는데 현재 이를 하회하고 있고, 계속 하회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하반기 기업들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집계기준 달러-원 환율은 올해 2분기 중 8원 가량 올라 전년동기 5.8원 상승 대비 상승폭이 컸지만, 7월에는 31원 가량 하락했다. 작년 7월 중 55원 가량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수출기업의 평가이익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배가 될 수 있다.
유로-원 환율은 2분기중 18원 가량 내렸고, 3분기 들어서는 60원 가량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유로-원 환율이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원화는 위안화에 대해서도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분기기준 2014년 이후 최장 강세 흐름이다. 위안-원 환율은 1위안 당 165원 수준으로 2014년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ANZ은행 아시아 리서치 부문장 KHOON GOH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강세 뿐 아니라 위안화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수출부분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올해 위안화의 약세는 한국 수출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게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오정근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은 연말 미국의 금리인상 전에 연내 달러-원 환율이 1000원선을 하향돌파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한국 수출기업들은 거의 초토화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달러-원 연내 하단전망 하향 조정 이어져
굳어진 달러-원 하락세에 일부 기관들은 이달들어 달러-원 환율의 3분기 및 연말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스탠다드차타드가 3분기 전망을 1210원에서 1140원으로, 연말 전망을 1200원에서 1170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ING는 연말 환율전망을 1130원에서 1080원으로 내렸다. 동부증권도 어제 연내 달러-원 하단 전망을 1100원에서 1080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어제 연말까지 달러-원 전망을 1060원~1160원 수준으로 내렸다. 모간스탠리는 달러-원 환율이 당국의 스무딩에도 불구 1060원까지 하락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블룸버그가 집계한 주요 기관들의 달러-원 전망 평균은 3분기 1163원, 4분기 1187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올해 3분기와 4분기 달러-원 환율 전망을 1100원 아래로 제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DBS는 최근 보고서에서 달러-원 환율의 장기 상승채널이 유효하다며 6~12개월 뒤면 1200원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경진, 박정연 기자 (송고: 08/11/2016)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OBPXPU6S972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