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시아 장중 원화 및 유로화의 강세 속 반락하는 듯 했던 달러인덱스가 유럽장에서 다시 반등하며 또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속도감 있게 다시 추진되며 긍정적 기대를 낳고 있지만,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이 연일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 내 위험회피 분위기가 쉽게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과 영국의 휴일 여파에 관망세를 예상했던 시장은 위험회피 속 이탈리아 국채금리 급등 및 브라질 증시 급락 등에 숨돌릴 틈이 없어 보였다.
한편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어제 베를린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지난 금융위기 동안에 뱅커들이 그들만의 이익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며, 이들이 이탈리아와 같은 국가들에 포퓰리즘이 번져나가게 한 책임이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유가는 하반기 주요 산유국의 감산 완화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중반쯤 지급준비율(RRR)을 다시 인하하고 공개시장 운영을 강화해 유동성을 높일 수도 있어 보인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오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이탈리아 정정 불안 속 금리 고공행진 이어져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IMF 관료 출신의 카를로 코타렐리에게 과도정부 구성을 요청했다. 코타렐리는 이탈리아가 유로존에 머물 것이며, 유럽연합(EU)과의 건설적인 대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포퓰리즘 정당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집권을 위한 노력을 막고 있다며 마타렐라 대통령과 유럽연합을 비난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반이민 진영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와 만나 “가능한 조기에” 선거를 치룰 것을 요구하고 6월 2일 로마에서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위험회피 속 이탈리아 국채 금리 전반은 상승세를 더욱 키웠다. 3년물 금리가
42bp 가량 급등해 2014년래 최고 수준에 마감했다. FTSE MIB 지수를 비롯한 이탈리아 주요 주가지수도 2% 가량 하락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스트래티지스트 Roland Kaloyan 등은 향후 수개월 내에 상황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특히 새로운 선거 논의가 대두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탈리아 주식에 대해 저점매수에 나서서는 안된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이 앞으로 몇 주 내에 하향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브라질 금융시장 전반, 파업 여파 속 소용돌이
브라질의 트럭 파업으로 십억 마리의 닭이 폐사할 수도 있는 가운데 파업 여파가 브라질의 오렌지주스 및 바이오디젤 시설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커피와 대두 수출은 이미 중단됐고 옥수수 선적이 다음 차례가 될 수도 있다. 8일간의 파업은 금리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스왑금리는 꾸준히 상승 중이고, 현재 시장은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40%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간밤 4.5% 가량 급락했다. 작년 5월 중순래 최대 하락으로 올해의 지수 상승분을 모투 토해냈다. 이 같은 불안 속에 브라질 헤알의 가치 또한 가파른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달러-헤알 환율은 간밤 2.3% 가량 급등해 작년 5월 중순래 최대폭 상승했다. 1월 연저점 대비로는 약 20% 가량 상승한 수준이며, 2015년 고점부터 2017년 저점까지 하락구간의 61.8% 가량을 되돌린 상태다.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에 아베 재팬 패싱 막기 위해 안간힘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다시 힘이 실리는 가운데 일본측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가 북미 회담 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시기와 장소는 6월 8-9일 G-7 회의가 열리는 캐나다 퀘벡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한편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미정상회담의 의전 등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진행할 양측 대표단이 어제 싱가포르에 잇달아 입국했다.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副) 비서실장은 이르면 오늘 싱가포르 모처에서 만나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 의전과 경호 등을 협의한다. 동아일보는 북-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 협상팀이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긍정적인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며, 양측이 합의문 초안을 작성할 경우 북측 실무 총책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이번 주 내로 미 워싱턴을 방문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세번째로 평양을 방문하며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막바지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백악관은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추진을 미루고 있다.
유로화 반등 실패..지정학적 불안에 美 무역협상 앞둔 부담까지
어제 아시아 장중 반등세를 보이던 유로-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고점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하락 반전해 또다시 연저점을 경신했다. 1.16달러 수준에서 지지력을 다졌지만 반등의 조짐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유럽연합(EU)은 6월 1일 예정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를 막기 위한 막판 무역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EU의 보복관세를 촉발할 전망이다. 수요일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파리에서 타협안을 협상하기 위한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갖게 될 예정이다.
터키 리라 일단 반등 성공..당국 정책 힘 발휘할까?
달러-리라 환율이 어제 장중 한때 3.4% 가량 급락해 2015년 11월 초 이후 최대폭 하락했다. 터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여파다. 터키 통화 당국은 6월부터 시작하는 정책 금리에서 2017년 1월 이후 주요 자금조달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던 1주일 레포 금리를 벤치마크로 삼기 시작할 예정이다. 1주일 레포금리는 16.5%로 결정됐다. 한편 터키 5년물 CDS 프리미엄은(뉴욕 CMA 집계 기준) 어제 5거래일만에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