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G2 장기전 대비? 성장피해

미-중 무역전쟁이 양국의 자존심을 건 패권 다툼으로 전개되면서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새로운 대장정’을 선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에 피해를 본 자국 농민 보호에 나섰다. 비록 일부 화웨이 봉쇄 조치에 90일 유예를 허용하면서 작년 ZTE 사태처럼 무역협상 진전시 트럼프가 물러날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오지만, 중국내 반미 감정이 극도로 악화된데다 시진핑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미국 소매업체들도 연달아 관세 충격을 경고했다. OECD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2%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의 경우 두달만에 2.6%에서 2.4%로 낮추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관세인상으로 2021년 글로벌 GDP에 6000억 달러 가까이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화웨이 유예조치에 3거래일 연속 급락했던 반도체업종이 반등하며 뉴욕 증시는 상승했다. 미국채 금리는 단기물 중심으로 올랐고, 달러(BBDXY)지수는 하루만에 상승세를 재개했다. 파운드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를 조건으로 의회에 2차 국민투표 선택권을 제안하면서 한때 0.7% 가까이 뛰어올랐으나, 야당 대표가 반대의사를 밝히는 등 회의론이 제기되자 약세로 돌아섰다. 터키 중앙은행이 일시적 통화 긴축을 되돌리면서 리라 가치는 0.4% 가량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이번주 나올 미국 경제지표와 FOMC 의사록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와 민주당의 소환장 대결에 워싱턴 정계 역시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브렉시트 재투표?

“과감한” 새로운 브렉시트 제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던 메이 영국 총리가 의회에게 자신의 브렉시트안을 일단 지지해준다면 2차 국민투표를 결정할 선택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메이는 브렉시트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어 자신은 또다른 국민투표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그동안의 시도가 번번히 무산되자 의회 설득을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가 내놓은 브렉시트안이 기존 노선과 거의 비슷하다며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크레디아그리콜은 메이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질경우 지난 몇주간 매도세에 시달렸던 파운드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을 기대하라고 조언했다. 2차 국민투표는 브렉시트 자체가 번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파운드에 최선의 시나리오 중 하나로 여겨진다.

로젠그렌 ‘무역 불확실성 부담’

로젠그렌 연은총재는 미-중 무역 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경제 전망에 하방 리스크를 더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교역이나 경제를 심각하게 교란시키지 않고 무역합의가 체결될 것이라는 게 나의 기본 시나리오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에 추가 하방 압력을 더할 정도로 미국 경제가 올해 충분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낮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은 연준에 향후 금리 경로에 있어서 상반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는데 만족한다고 밝혔다. 에반스 연은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를 밑돌고 연준이 이를 만회하고 싶다면 물가수준 목표제의 성공을 위해 오버슈팅이 필요하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가 2%를 넘어서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 주장했다.

미-중 보복전에 위안화 초관심

미-중간 무역 긴장에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스트레스의 새로운 척도로 중국 위안화를 지켜보고 있다. 다행인 점은 달러-위안화 환율이 2주간 가파르게 오른 후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시장 예상보다 위안화 강세로 고시해 막말이 오가는 무역전쟁에서 시장에 일종의 평형감각을 제공했다. Nordea는 위안화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계기판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미국 관세를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투자자들이 중국 자산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신호인지 논쟁이 활발하다. SG는 달러당 7위안선이 뚫릴 경우 중국 당국이 위안화 추가 약세를 허용할 수 있다는 강한 신호가 될 수 있다며,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 경우 달러의 추가 강세에 베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침체 장기화 우려

Raymond James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와 화웨이 사태로 인해 많은 반도체업체가 실적 전망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멘텀 홀딩스에 이어 코보도 전망을 하향했다. 자일링스, 애널로그 디바이스, 브로드컴, 인텔, 엔비디아, 스카이웍스 솔루션스 등도 익스포저가 상당하다. RJ는 화웨이가 미국 제재조치 발표 전에 최대한 1년치 정도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관세 인상과 중국 보복 가능성까지 겹쳐 현재 반도체업종의 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심하고 오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이 해결책을 기다리면서 공급체인이 아예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투심이 충분히 악화되고 실적전망이 다시 하락하면 좋은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3거래일 연속 급락을 멈추고 화요일 최대 2.6% 반등했다.

화웨이의 선택은?

미국의 거래 제한 조치에 화웨이는 자체 운영체제(OS)를 개발하고 있다며 구글 안드로이드의 대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이 화웨이의 신제품에 일부 OS 기능 접근을 차단한다고 발표하자 구글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EU지역 대표인 Abraham Liu는 구글 시스템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될 경우 “당연히 화웨이나 다른 누군가가 대안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결정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유럽내 자체 모바일 앱스토어를 개발해 확산시키기 위해 앱 개발자와 유럽내 통신사들을 상대로 홍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반사이익이 기대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미 행정부와 시장에선 이번 화웨이 조치가 작년 ZTE 처럼 협상카드로 이용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