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인베스트 인 아시아: 차이나 포커스

한중 경제 시너지, 크로스보더 투자의 기폭제 되다

중국의 압도적인 경제력은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동시에 인접 교역국들의 성장도 견인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두 번째로 큰 교역국인 한국은 대표적인 수혜국으로 꼽힌다. 고성능 반도체와 가전 제조 분야에서 오랫동안 축적해온 한국의 독보적인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맞물려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한중 간 산업 연계성이 강화되면서, 한국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 주목하고 크로스보더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시장의 거대한 흡입력

한국 투자자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수출 성장 둔화라는 악재를 딛고 여전히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 중인 중국 경제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중국 경제는 연평균 5.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 기반 위에서 한중 교역 규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최근 개최된 블룸버그의 한중 크로스보더 투자 세미나에 따르면, 2025년 양국 간 교역 규모는 3,3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중 약 4분의 1이 중간재 거래로 집계됐다. 올해 전망은 더욱 밝다. 1분기 교역액이 이미 전년 동기 대비 35.4% 급증하며, 양국 공급망의 긴밀한 연결성을 입증하고 있다.

한중 시장: 구조적 동질성으로 통합 가속화

한중 양국은 여전히 신흥시장으로 분류되지만 선진시장적 특성을 공유하며 시장 통합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우선 두 나라 모두 높은 저축률을 바탕으로 탄탄한 소비력을 갖추고 있어, 서로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투자자 기반 또한 빠르게 진화 중이다. 특히 중국은 과거 개인 투자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 투자자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보험 기금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 축으로, 중국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 흐름을 제공하며 경제 전반의 완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중 산업 정책의 전략적 공통점

양국은 AI, 바이오, 신에너지, 스마트 제조 등 미래 성장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어, 산업 정책 측면에서도 높은 정합성을 보인다.

중국은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신질생산력’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첨단 기술 혁신을 대도시에서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동시에, 경제 전반의 고도화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이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오픈소스 모델을 적극 장려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폐쇄형 생태계를 추구하는 미국 빅테크와 대비되는 접근방식으로, 더 많은 기업과 개발자가 기술 혁신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텐센트와 알리바바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슈퍼앱’ 생태계 구축의 핵심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블룸버그 세미나에서도 양국의 산업적 상호보완성이 글로벌 반도체 및 AI 공급망의 핵심 요소라는 점이 강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전기차 운영체제(OS), 바이오 산업 및 기술 주도형 산업 전환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양국의 무역 정책 또한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금융 서비스를 핵심 의제로 포함하는 데 합의했다. 협정이 최종 체결될 경우, 양국 금융 시장의 통합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경제 구조는 두 나라를 사실상 ‘공생적 경제권’으로 묶어놓았다. 실제로 최근 개최된 블룸버그 세미나에서 “이제 한중 양국 경제는 어느 한쪽 없이는 존립할 수 없을 정도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금융 강국으로 자리 잡은 중국

한국 투자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포인트는 중국 금융 시장과 인프라가 이미 자본 배분의 핵심 투자처로 자리 잡을 만큼 충분한 성숙 단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상장 기업 수가 5,000개를 넘어선 중국 주식 시장은 연일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ETF(상장지수펀드)는 시장 확장과 다각화를 촉진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구하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빠르게 증가하는 중국의 젊은 투자자층을 중심으로 ETF 투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젊은 층의 투자 열기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산업 기반을 첨단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그 결과 ‘신질생산력’ 정책에 기반한 신생 기업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오픈소스 AI 기술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증가하면서 혁신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욱 불붙은 이른바 ‘성장에 목마른’ 신생 기업들의 등장은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인한 경기 둔화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부상하는 중국 채권

중국 채권 시장은 한국 투자자와 한국은행의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상당 규모의 중국 국채와 위안화(RMB) 자산을 보유 중이다.

현재 국채 발행 잔액이 198조 위안에 이르는 중국 채권 시장은 세계 2위 규모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투자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정책 불확실성과 경제 둔화 우려로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유럽연합(EU)이 에너지 및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 채권은 새로운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다져나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위안화의 안정적인 흐름이 뒷받침하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위안화는 지난 1년간 높은 안정성을 유지하며 시장 신뢰를 높여왔다.

또한 위안화 표시 국채는 글로벌 주요 채권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투자 포트폴리오의 분산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변화는 시장 구조의 개선이다. 과거 유동성이 낮고 시장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던 중국 채권 시장은 이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냈다. 지난해 일평균 거래 대금은 1조 5,000억 위안을 돌파했으며, 주요 국채의 매수·매도 스프레드는 약 4bp 수준으로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중국외환거래시스템(CFETS)을 통해 모든 채권 거래 데이터가 중앙화되고 시장 참여자들에게 실시간 수준으로 제공되면서, 가격 및 거래 투명성 역시 크게 개선됐다.


시장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100대 자산운용사 중 40%가 이미 중국 채권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해외 투자자의 보유 규모도 3조 3,000억 위안을 넘어섰다.

게다가 투자자들의 관심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같은 대도시 금융 허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질생산력 정책의 지역 분산 전략에 따라 경제 활력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투자 기회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 시장 접근성 개선

한국 투자자들의 중국 시장 접근성 역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중국의 주식 투자는 여전히 QFII(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 제도가 핵심 투자 경로로 활용되고 있으며, 채권 투자는 ‘본드커넥트(Bond Connect)’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두 채널 모두 투명성이 크게 개선됐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성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특히 홍콩을 거점으로 운영되는 자동화 프로그램인 ‘커넥트(Connect)’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주식뿐 아니라 스왑과 환매조건부채권(repo) 시장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블룸버그 세미나에서는 중국 시장이 서구 선진 자본시장과 유사한 수준의 기능과 인프라를 갖추고, 한국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투자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시장 접근성과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은 블룸버그 전자거래시스템(ETS)과 같은 플랫폼을 통한 제3자 연계 거래도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블룸버그 ETS는 기존에 우편으로 제출해야 했던 규제 보고 절차를 간소화해, 거래 효율성과 운영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처럼 시장 개방성 확대와 시장 경쟁력 강화, 블룸버그와 같은 기술 기반 플랫폼을 통한 접근성 향상이 맞물려, 한국 투자자들은 한중 경제 협력에서 창출되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