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지속 방침을 밝히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단기간 내 재개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글로벌 공급 위기 공포에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했다. 실물 원유 거래의 대표 기준 가격인 브렌트 현물은 한때 배럴당 141.37달러까지 상승해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뉴욕증시는 이란이 오만과 함께 해협 선박 통항을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에 장초 낙폭을 모두 되돌렸다. LPL파이낸셜은 “시장은 유가 상승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보다는 해협 재개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라며 “유가가 위험자산 선호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증시 반등의 지속 가능성은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목요일에도 페르시아만 전역에서 공격을 이어가며 패배 인정은 커녕 협상에 나설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란 최대 교량이 붕괴돼 다시는 사용되지 못할 것이다. 더 많은 공격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란은 너무 늦기 전에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대해질 수 있는 나라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고 강력 경고했다. 트럼프의 대국민 연설이 상반된 메시지로 뒤섞여 패배를 승리로 포장하려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편 앱스타인 파일과 강경 불법이민 단속 논란에 휩싸인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이 전격 경질됐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달러-원, 해협 통과 기대에 반락…美고용보고서 주목
간밤 달러-원(REGN)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원 가량 내린 1511원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가 시장의 종전 선언 기대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장중 한때 1523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란이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마련 중이라고 밝히자 반락했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최근 원화 변동성은 중동 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에 주로 기인하나, 한국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된 투기적 거래 행태도 일부 관찰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밤 나올 미국 고용보고서도 주목된다. 시장은 2월 크게 감소했던 비농업부문 고용이 3월에는 6만5000명 늘어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넥스는 상당한 고용 반등을 기대하며 달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웰스파고는 “견조한 지표와 회복탄력적 수요는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를 고려할 때 연준에 더 어려운 정책 판단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시장 전반은 이번 위기가 예상보다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교적 단기에 그치고,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쟁 지속 방침에 국제사회 압박…호르무즈 플랜B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지속 방침에 국제사회 압박이 커지는 모습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의 군사력을 통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 요구를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고, 이란과의 협의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유엔에 해협 재개를 위해 무력 사용을 포함한 조치를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40여개국은 미국의 개입 없이도 해협을 정상화하는 플랜B를 논의했다. 영국이 주도한 목요일 화상 회의에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호주와 캐나다 등이 참여했으며, 이란과의 외교적 접촉과 해협 봉쇄 해제를 위한 제재 가능성 등이 논의됐다.
트럼프가 해협 문제 해결 없이 이란 작전을 종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참석국들은 미국이 이란과의 휴전 협상에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동맹국들은 미국 없이도 해협 재개를 추진해야 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국의 군사 관계자들은 다음 주 회의를 열어 전쟁 종료 이후 해협에서의 치안 유지 및 기뢰 제거를 위해 해군 전력을 어떻게 배치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이 통행료 부과 체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가 110달러 돌파·디젤 200달러 상회
이란 확전 우려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최대 13.8% 상승해 배럴당 114달러에 육박했고,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도 110달러 부근까지 올랐다. 유럽 디젤 선물 가격은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했다. 예상보다 강경한 트럼프 발언에 WTI 근월물 스프레드는 장중 배럴당 16달러 이상으로 확대되어 사상 최대 프리미엄을 기록했다. 이는 전쟁 조기 종료에 베팅했던 약세 포지션이 급격히 청산된 데다, 해외 수요 증가로 미국산 원유 공급이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TC ICAP의 스콧 셸턴은 “시장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다”며 “투자자들은 긴장 완화를 기대했지만 정반대 상황이 전개됐다”고 말했다. 웨스트팩은 “트럼프 연설이 시장의 현실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해협이 사실상 한 달째 봉쇄된 상황에서 최소 몇 주 이상 공급 차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리스타드에너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모호한 발언은 단기적으로 다양한 군사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며 “긴장 완화 경로가 보다 명확해질 때까지 시장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아울, 사모신용펀드 환매 제한…최대 41% 환매 요청
블루아울캐피털이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급증하자 두 개의 사모신용펀드에 대해 환매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블루아울 주가는 장중 최대 8.7%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 서한에 따르면 360억 달러 규모의 블루아울 크레딧인컴(OCIC) 펀드에 3월 말 기준 전체 지분의 21.9%에 대한 환매 요청이 들어왔으며, 이는 직전 분기 5.2%에서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또 다른 블루아울 테크놀로지인컴(OTIC) 펀드에서는 환매 요청 비율이 40.7%에 달해 이전 분기의 15.4%에 비해 급증했다.
이들 펀드는 그동안 5% 환매 한도를 초과하는 요청도 수용해왔지만, 이번에는 업계 다른 운용사들과 마찬가지로 환매를 5%로 제한하기로 했다. 블루아울은 펀드 구조에 따라 환매를 5%로 제한하는 것은 “환매를 신청한 투자자와 잔존 투자자 간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록 등 여러 기관들이 BDC(비상장 기업개발회사) 환매 한도를 제한하는 추세로 가고 있긴 하지만, 블루아울의 이번 환매 요청 규모는 사모신용 시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댈러스연은총재 ‘물가·고용 위험 모두 키워’…美주담대금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총재는 이란 전쟁이 인플레이션 상승과 노동시장 약화 위험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분쟁은 경제와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높였다”며 “연준의 양대 책무 양쪽 모두에서 위험을 증가시켜 정책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빠르게 종료되고 해협이 재개될 경우 경제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분쟁이 장기화되고 해협 재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경우 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물가와 고용 리스크가 “균형적”이라며 금리 동결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주 연속 상승하며 봄철 주택 거래 성수기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6.46%로 전주(6.38%)보다 상승하며 지난해 9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은 전통적으로 거래가 활발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경제에 대한 우려가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의 움직임을 제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얼터닷컴은 “빠르게 변하는 대출 여건과 전반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성수기에 접어든 주택시장에서도 더 많은 매수자가 관망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