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인 글로벌 관세 조치를 무효로 판결하자 금요일 뉴욕증시가 상승하고 관세 수입 차질에 따른 재정적자 우려에 미국채와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이번 판결에 안도하면서도 미국의 무역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즉각 10% 글로벌 관세 부과를 발표했고 하루만에 이를 15%로 올렸다. 미국 당국자들은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과 맺은 무역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고, 베선트 재무장관은 2026년 관세 수입이 거의 그대로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지표와 관련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1.4%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반면 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은 전년비 3%로 다시 가팔라졌다. B.라일리웰스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기대에 못 미친 성장이라는 혼재된 메시지는 연준이 통화정책 조정에 시간을 두려는 현재의 기조를 재확인해준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군의 전력 배치가 중동 지역에서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란 핵협상이 26일 제네바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트럼프 관세 판결에 달러-원 하락…이란·연준은 달러 지지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위법으로 판결나자 4거래일 연속 오르던 달러(BBDXY)가 하락으로 돌아섰다. 이에 달러-원 환율(REGN)이 금요일밤 1444원까지 밀렸다가 전 거래일비 3원 넘게 내린 1447원 부근에서 마감했다. 웰스파고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안도감은 불확실성 완화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위험자산에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시장은 경제와 노동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최근 지표에 다시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연준을 당분간 관망 기조에 머물게 하고, 달러의 추가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가 이란에 대해 핵합의 압박을 위해 제한적 공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달러를 지지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RBC캐피털마켓츠는“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유로화와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고, 그 공백을 달러가 대신 메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보뱅크는 “시장이 적극적으로 달러 매수 포지션을 쌓을 상황은 아닐 수 있지만, 미국 경제지표가 계속해서 예상보다 좋게 나올 경우 추가적인 숏커버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관세, 美연방대법원에서 위헌 판결
미 연방대법원은 6대3으로 트럼프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펜타닐 밀매 대응을 명분으로 특정 관세를 부과한 결정은 권한을 초과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작년 4월 2일 ‘해방의 날’에 대부분의 국가를 상대로 10~50% 수입 관세를 부과했던 조치가 무효화됐고, 펜타닐 밀매를 구실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도 효력을 잃게 됐다. 브라질과 인도산 제품에 대해 여러 이유로 부과했던 별도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 역시 법적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다만 대법관들은 수입업체들이 환급을 받을 권리가 어느 범위까지 인정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하급심에서 이를 다루도록 했다. 전면적으로 환급이 허용될 경우 환급 규모는 최대 17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으며, 이는 트럼프 관세로 거둔 세수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절반 이상 낮아질 수 있다. 판결 이전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에 불리한 광범위한 결정이 내려질 경우 평균 관세율은 13.6%에서 6.5%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다른 법률에 근거해 부과된 것이어서 이번 판결의 직접적 영향은 받지 않는다.
트럼프, 글로벌 관세 10%→15%…EU 비준절차 보류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고 추가 수입세를 도입할 수 있는 각종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는 현지시간 금요일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은 관세 자체를 뒤집은 것이 아니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의 특정 적용 방식만 문제 삼은 것”이라며, 우선 1974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기본 관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최대 15%까지의 기본 관세를 150일 동안만 유지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트럼프는 바로 다음날 글로벌 관세를 15%로 올렸다.
또한 트럼프는 과거 중국산 수입품과 자동차, 금속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데 활용했던 301조와 232조에 따른 추가 조사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15~30%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른트 랑게 EU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정부의 관세에 대해 “완전히 혼란 상태”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오는 월요일 긴급 회의에서 이른바 ‘턴베리 협정’ 승인과 관련한 입법 절차를 “포괄적인 법적 검토와 미국 측의 명확한 약속을 받을 때까지” 중단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당국 역시 비슷한 이유를 들어 이번 주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무역협정 마무리 협상을 연기하기로 했다.
관세 판결, 또다른 변동성…트럼프 레임덕?
라운드힐 파이낸셜은 “시장은 관세 철회를 단기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공급망에 부과된 즉각적인 세금 부담을 줄이고 하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관세 논쟁의 끝은 아니다. 오히려 다음 국면의 시작이며, 향후 법적·정책적 변동성은 줄어들기보다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르네상스 매크로 역시 “트럼프와 관세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다양하다. 가장 법적 근거가 취약한 IEEPA를 사용했을 뿐이다. 문제는 관세 위협을 철회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나소은행은 향후 몇 주간 대체 관세 세부안이 나오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려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인테그리티 자산운용은 주요 수혜주로 관세 부담을 가장 크게 받아온 소비재와 산업재 업종을 꼽았다. 블룸버그 스트래티지스트는 관세가 의미 있는 재정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이를 철회할 경우 정부의 재정 적자가 확대된다고 우려했다.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도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美4Q GDP 성장률 실망…12월 근원 PCE 인플레이션 3%
미국 경제가 사상 최장기 정부 셧다운, 소비 둔화, 무역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예상보다 저조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연율 기준 1.4% 증가에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치 2.8%을 상당폭 하회한 수치로, 3분기 4.4% 성장에서 크게 둔화됐다. 2025년 연간 기준으로는 2.2%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4분기 성장률은 블룸버그가 집계한 모든 이코노미스트 전망치를 밑돌았다.
미 정부는 해당 분기 3개월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기간 동안 셧다운 상태였으며, BEA는 셧다운이 GDP를 1%포인트 가량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GDP 보고서 발표 약 1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셧다운이 미국 GDP를 “최소 2%포인트” 낮추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연준이 선호하는 기저 인플레이션 지표인 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비 3%로, 2025년 초 2.8%에서 오히려 높아졌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