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협상팀이 런던에서 제네바 합의 이행을 위한 기본 틀(framework)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이 현재의 낮은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는 사흘간의 상승 흐름을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Mark Hackett)은 “주가가 이미 반등한 상태이고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새로운 고점을 돌파하려면 실적 전망이 더 좋아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날 애플이 약 2% 하락하는 등 대형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며 나스닥지수는 0.5% 떨어졌고,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던 S&P 500 지수도 0.3% 하락했다. 뉴욕 증시는 장 초반, 미국의 5월 근원 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자극한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달러 가치는 202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중국이 희토류와 자석을 선제 공급하고, 미국은 중국 유학생의 자국 대학 입학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정부가 중동 지역의 안보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이라크 주재 대사관 일부 구역에 소개 명령을 내리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달러-원 거래량 급증세..美CPI 둔화 속 달러 지수 하락
수요일 밤 달러-원 환율(REGN)은 전거래일 대비 2원 가량 오른 1369원 부근에서 마감했다. 전반적인 달러 약세 흐름에도 불구하고 달러-원이 이틀째 오르면서 원화는 상대적으로 가장 약세를 보인 통화 가운데 하나였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중단 등의 소식을 재료로 삼아, 한미 외환협상 및 새정부 정책 기대 등으로 한쪽으로 내달렸던 시장 흐름이 다소 되돌려지고 있다. 원화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리스크 리버설도 원화 약세 방향으로 빠르게 반등 중이다.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0.3% 하락했다. 한국시간 어제 저녁 미국의 5월 근원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보다 덜 증가한 것으로 발표된 이후 달러는 유로 등을 중심으로 낙폭을 키웠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야간 원화 시장 개장 이후 올해 들어서는 달러-원 거래량이 늘어나는 모습이 확연하다. 지난달 7일에는 하루 거래량이 사상 최초로 20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트럼프 ‘중국, 희토류 공급..미중 무역협상 타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합의 틀이 완성됐으며, 이에 따라 중국은 희토류와 자석을 “선 공급”하고, 미국은 중국 유학생들의 자국 대학 입학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런던에서 열린 미-중 간 협상 이후, 양국이 현재 수준의 낮은 관세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말했다. 그는 이 합의안에 본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종 서명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과의 합의는 완료됐으며, 이제 시 주석과 나의 최종 승인만 남았다”며 “우리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총 55%의 관세를,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를 적용하기로 했다. 양국 관계는 매우 훌륭하다!”고 게시했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발언은 화요일 런던에서 이뤄진 합의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시장은 불확실한 분위기로 반응했고, 미국 증시 선물은 한때 손실을 만회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가 언급한 관세 수치에는 10%의 기본 관세, 펜타닐 밀매 대응과 관련된 20%, 그리고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부과된 약 25%의 기존 관세와 최혜국 대우 기준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근원물가 상승률 4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 하회
미국의 5월 근원 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는 기업들이 높은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노동 통계국(BLS)이 현지시간 수요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4월 대비 0.1% 올랐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중간값 0.3%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8% 상승한 수준이다.
근원 CPI에 포함되지 않은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제한적 상승에 그쳤다. 전체 CPI는 전월비 0.1%, 전년동월비 2.4% 올랐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가격은 전달과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러한 CPI 발표 이후 미국채 가격은 상승하고 달러는 하락했으며, S&P 500 선물 지수는 올랐다. 스왑 시장에서는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9월 인하 확률을 75%로 보고 있다. 미즈호증권의 이코노미스트인 Alex Pelle 등은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일부 ‘결정을 망설이고 있는’ 위원들에게는 이번 CPI와 곧 발표될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다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美 이라크 대사관 일부 소개 명령에 국제유가 급등
미국 정부가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라크 주재 대사관 일부 구역에 소개 명령을 내리자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한때 배럴당 68달러를 돌파하며 약 5% 상승했다. 미국 정부는 중동 지역의 지속적인 안보 불안을 이유로 이라크 대사관 인력을 줄이고 군인 가족들의 해당 지역 이탈을 허용했다. 영국 해군도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로 인해 해상 운송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례적 경고를 내렸다.
AFP 통신은 만일 갈등이 발발할 경우 이란이 중동 지역내 미군 기지들을 목표로 삼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CIBC 프라이빗 웰스 그룹의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 Rebecca Babin은 “이란의 발언이 눈에 띄게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협이 실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유가 상승은 일반적으로 매도 기회로 여겨지지만, 이번에는 협상 결렬시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 가능성이라는 추가적인 변수 때문에 트레이더들이 상승시 매도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 폐쇄에 동의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홍콩 연기금, 미국채 등급 강등에 대비한 강제 매각 계획 수립
홍콩의 연기금 펀드들은 미국이 최고 신용등급을 상실할 경우, 3개월 이내에 미국채 보유 비중을 줄이는 예비 계획을 수립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전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의무 가입제인 홍콩의 퇴직연금제도(MPF)는 미국이 공인 신용평가사로부터 AAA 또는 이에 상응하는 등급을 유지할 경우에만 자산의 10% 이상을 미국채에 투자할 수 있다.
지난달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현재 미국에 최고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신용평가사는 일본의 R&I가 유일하다. R&I는 등급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MPF를 감독하는 당국은 이미 지난달 연기금 매니저들에게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 대비한 계획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홍콩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이러한 잠재적 강제 매각이 미국채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다만 포트폴리오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부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미국만큼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하는 대체 투자처가 부족해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다.
— 기사 관련 문의: 이경호 기자 klee1072@bloomberg.net, 김대도 기자 dkim640@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