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달러 스마일, 꺼지는 증시거품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중앙은행들이 물가 통제에 실패했다는 비난 속에 통화정책을 제약적 수준까지 긴축하게 되면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의 변동성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세계 GDP성장률이 올해 2.2%에 그쳐 “사실상 정체”를 보일 전망이라며, “침체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안전자산 선호에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15bp 가까이 밀렸고, 미국채는 4거래일 연속 빠져 장중 2.81%까지 내려왔다. ING Groep의 Antoine Bouvet은 투자자들이 수주간 경고 신호를 무시했으나 마침내 글로벌 성장 하방 리스크가 채권시장을 비추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에서 장중 2% 가까이 급락했던 S&P 500 지수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75bp 인상은 “주요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장막판 반등을 시도했다. 파월 연준의장은 Marketplace 인터뷰에서 다음 2차례 FOMC 회의에서도 각각 50bp씩 기준금리를 올리는 방안이 적절할 것 같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대비 기준 3월 수정치 1.6%에서 4월 0.5%로 둔화된 점도 인플레이션이 피크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주장에 근거를 보탰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7%로 50bp 인상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 속도를 높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북한은 12일 저녁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기습발사했고, 미국은 이르면 5월에 북한이 핵실험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달러 스마일

달러 강세가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달구면서 일부 통화당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미국채와 같은 피난처를 찾으면서 미달러 수요가 늘어 달러가 대부분의 통화 대비 상승했다. 스위스프랑은 2019년래 처음으로 달러와의 1:1 패리티를 시도했고, 유로-달러 환율은 한때 1.5% 급락해 2017년 1월래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JP모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경제를 짓누름에 따라 유로 역시 결국 패리티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견했다.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연준 금리 인상 기대 속에 장중 0.6% 가량 상승해 2020년 4월래 고점을 기록했고, 올해 들어 7% 이상 올랐다.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이 무너지면서 리스크 회피가 시장 전반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Bank of Montreal의 외환 전략 글로벌 책임자 Greg Anderson은 “이번 스파이크가 언제 어느 수준에서 피크에 이를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른바 ‘달러 스마일’ 현상 때문에 달러가 최근 흥미로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리스크 회피에 반응하고,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되면서 달러화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웰스파고증권의  Brendan McKenna는 “달러가 더 상승할 수 있다”며, “달러는 여전히 뛰어난 안전자산 통화로, 위험 자산이 저조한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흐름은 달러를 계속해서 지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연준의 긴축 기

엔화의 재발견

두달에 걸친 엔화의 자유낙하가 이제 끝난 듯 보인다.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중국의 성장 둔화 및 연준 금리 인상이 가져올 미국 경제 타격에 대한 우려 등으로 엔화의 안전자산 매력이 부활했다고 말한다. 지난주 131선을 훌쩍 넘어서며 약 20년래 고점을 기록했던 달러-엔 환율은 간밤 한때 127.52로 거의 1.9% 급락했다. 달러가 대부분의 통화 대비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G-10 통화 중 홀로 강세를 보인 점은 주목할만하다. ANZ는 미국 주식의 폭락과 미국채 금리 하락이 엔화 반등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고, 일본 바클레이즈 증권은 일방적인 엔화 가치 절하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ANZ의 Hiroyuki Machida는 다우 지수의 주요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시장 심리가 바뀌었다며, “위험자산이 마침내 조정되기 시작해 시장이 리스크오프 모드로 이동하면서 엔화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Shinkin Asset Management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글로벌 악재에 엔화의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며, 달러-엔 환율이 125 부근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중앙은행들이 매파로 돌아서면서 유동성이 축소됨에 따라 안전자산 매수가 나타나 미국채 금리 상승을 억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미 시장이 연준의 공격적 긴축 전망을 가격에 완전히 반영한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다시 넘어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PBOC의 고민

중국인민은행(PBOC)이 1년여래 최장기인 8거래일 연속 위안화를 시장 예상치보다 강세 고시했지만 연준 금리 인상 기대 속에 위안화는 약세를 확대했다. 달러-역내위안화 환율은 목요일 한때 1.1% 가량 급등한 6.7987로 2020년 9월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은 6.8292까지 치솟았다. 첸위루 PBOC 부총재는 경제 성장의 안정화가 최우선 순위라며, 당국이 대출 금리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위안화에 하방 압력을 더했다. 리커창 국무총리는 수요일 국무원 회의에서 고용과 경제 안정을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RBC Capital Markets의 아시아 통화 전략 헤드인 Alvin Tan은 “중앙 정부가 경제를 지지하겠다며 다양한 약속을 내놓았지만 강력한 액션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며, “심각한 코로나 관련 사회 규제 속에 통화정책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고 진단했다. 트레이더들은 PBOC가 월요일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인하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품 꺼지는 美증시

씨티그룹 스트래티지스트들은 “미국 주식이 거품 영역에서 벗어남에 따라 리스크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주요 주식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 대부분의 글로벌 주식 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며, 지금부터는 “보통 이하”의 수익률이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주보다 값싼 가치주를 선호한다고 투자자노트에서 밝혔다. 미국 주식 시장이 2020년 10월 거품 영역에 진입했으며, 거품의 대부분은 이익이 나지 않는 미국 테크 기업에 집중되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부동산을 포함해 다른 글로벌 자산들은 아직 버블 경고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날뛰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테크주 등 미래 어닝 성장을 토대로 랠리를 펼쳐왔던 주식 종목들이 최근 몇주간 글로벌 증시 매도세를 주도해왔다. 나스닥 100 지수의 경우 예상 주가수익비율이 2020년 4월래 최저치인 20배 정도로 작년 11월 기록적이었던 약 29배에서 크게 후퇴했다.

러시아 vs 독일

독일은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의 제재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축소했다며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러시아 가스프롬의 자회사가 수송 물량을 하루 1000만 입방미터 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이는 대체로 상징적인 행동으로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3% 정도에 해당된다며, 대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벤치마크 천연가스 가격은 20% 넘게 급등했다. 독일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통한 유럽 공급 물량 역시 현지시간 목요일 군사 움직임으로 인해 축소됐다. 러시아는 폴란드를 지나는 가스 수송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잠재적인 백업 루트마저 끊어놓은 상태다. 러시아가 자국산 천연가스 구입시 루블화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유럽과 수주간 신경전을 벌여왔었다. 독일 Uniper 등 여러 기업들은 EU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러시아산 에너지를 계속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고, 루블화 계좌를 개설하는 유럽측 바이어들이 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