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윤석열 당선, 유가급락, ECB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숨막히는 접전 끝에 대한민국 제 20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는 48.6%를, 이재명 후보는 47.8%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보수당이 대권 장악에 성공하면서 한국 정부는 중국 및 북한에 대해 매파적 기조로 돌아설 전망이다. 또한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보다 강화하고, 그동안 중국에 의존해왔던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공급망을 동맹국 위주로 재편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과 감세 등을 내세운 윤석열의 당선으로 한때 1238원까지 치솟으며 2020년 5월래 고점을 경신했던 달러-원 환율이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해 수입 금지를 결정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지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와 일부 타협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고 OPEC+ 증산 요구까지 나오면서 이번주 초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유가(WTI)는 고공행진을 멈추고 110달러로 후퇴했다. 글로벌 증시가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려 애쓰면서 독일 DAX 지수는 7.9% 급등했고, 뉴욕증시 역시 주요 주가지수 모두 2% 넘게 반등했다. 미국 2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비 7.8%로 1982년래 최고 기록이 예상되어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를 부채질 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월 8%, 3월 또는 4월에 9% 부근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아마존은 20:1 주식 액면분할과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0% 넘게 급등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유가 급락…UAE, OPEC+ 증산 요구

국제유가(WTI)가 글로벌 에너지 전쟁 우려 속에 4거래일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UAE가 OPEC+ 산유국들에게 증산 속도를 높이자는 요청을 할 생각이라고 밝힌데다 우크라이나가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대화를 제안하면서 WTI는 한때 16% 넘게 폭락했다. 브렌트유 역시 장중 최대 17.5% 후퇴했다. 이번주 들어 거의 매일 10달러 이상 움직이며 변동성이 극대화된 가운데 트레이더들은 미국과 영국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에 따른 시장 영향을 가늠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당장 이번 제재에 동참하기 어렵지만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크게 낮출 방침이다. 골드만삭스는 오일시장이 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공급충격 중 하나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휴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외교정책 고문인 Ihor Zhovkva는 안보가 보장되는 한 러시아 측의 중립 요구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만 자국 영토의 ‘1인치’도 내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외교적 해법에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그같은 협상의 최우선 선제조건은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 군대의 철수”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역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멈추기 위해 일부 타협을 고려할 생각이 있다며, 러시아 측에게도 양보를 요구했다. 또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직 직접 접촉한 적이 없다며, 양국 지도자가 직접 만나 담판을 지어야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Rosatom)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ECB 서프라이즈?…유로 베팅

유럽의 인플레이션 베팅이 수직에 가까운 랠리를 펼치면서 현지시간 목요일 유럽중앙은행(ECB)이 매파적 서프라이즈로 유로 약세론자들의 허를 찌를 가능성이 있다. 시장 포지셔닝 및 심리의 바로미터인 리스크 리버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유로화에 대해 10년여래 가장 비관적인 모습이다. 트레이더들이 ECB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 역풍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시장은 유로화의 추가 약세에 대비 중이다. 반면 인플레이션 전망을 측정하는 스왑 레이트와 채권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손익분기금리(BEI)가 급등하며 ECB의 2% 목표를 넘어섰다.

코메르츠방크는 ECB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이같은 시장 예상과 비슷하다면 ECB는 당장 금리를 올려야만 한다며, 아직 행동에 나서진 못하겠지만 물가 안정 의지를 강하게 시사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에너지 등 원자재 상품 가격 급등에 단기 인플레이션 지표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중장기 인플레이션 지표마저 들썩이면서 물가 상승세가 고착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부 스트래티지스트들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되었다기 보다는 기술적 요인에 따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및 국방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주 대규모의 유로존 공동채권 발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전해진 가운데 유로는 달러 대비 전일 0.4% 오른데 이어 1.5% 가량 상승했다.

인플레 시대

미국의 2월 CPI 상승률이 7.8%로 1982년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몇 주 전만해도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수치가 피크일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전쟁과 제재조치로 공급 차질이 더욱 악화되면서 이제 전문가들은 3월이나 4월에 8%-9%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Inflation Insights의 Omair Sharif는 “향후 6개월간 상당한 노이즈가 예상된다”며, 물가 예측이 천배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블랙록 최고경영자인 래리 핑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이션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전쟁은 세계화의 후퇴를 가속화시키고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만으로 이같은 구조적 도전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블랙록의 헤지펀드Emerging Frontiers Fund가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었을 때 러시아 주식 투자를 확대했다가 2월에 10% 넘는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현재는 러시아 포지션을 모두 정리해 익스포저는 제로 상태다.

니켈 거래 중단

런던금속거래소(LME)는 니켈 가격이 이틀 동안 최대 250% 폭등하며 톤당 10만 달러를 넘어서자 “질서정연한 시장 기능의 지속을 보장하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지했다. LME 역사상 사상 초유의 폭등세로 브로커들이 대규모 숏스퀴즈에 마진콜 압박에 놓이자 결국 LME가 개입해 현지시간 화요일 거래를 중단하고 이날 체결된 모든 니켈 거래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마진콜은 현재로선 월요일 종가 약 4만8000달러를 토대로 계산하기로 했다. 또한 3월 11일 전에 거래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광범위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정확한 재개장 날짜를 발표하지 않는다면서, 거래 재개 이후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내놓았다. 우선 유럽장 시간에만 거래를 시작하고 일일 가격 제한폭을 10%로 정할 방침이다. 또한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재개장에 앞서 숏포지션 미결제약정의 규모를 줄일 수 있을지 모색 중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세계 최대 스테인리스 및 니켈 생산업체인 중국 칭산은 대규모 니켈 숏포지션에 따른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JP모간과 중국건설은행 등 국내외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