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금리 기록경신, 英와해위기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미국채 2년물 금리가 12bp 넘게 올라 4.55%로 2007년래 고점을 다시 썼다. 5년물 역시 13bp 상승한 4.35%로 2007년래 최고 수준을 경신했고, 10년물은 장중 4.13%로 2008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경제지표에서 미국의 소비자 물가 압력이 피크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서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억눌린 가운데 캐나다와 영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마저 각각 전년비 6.9%와 10.1%로 시장 예상을 상회하며 글로벌 긴축 기대를 부추겼다. 트레이더들은 연준 최종 금리 기대를 5% 부근으로 높였다.

영국 트러스 총리 사임 압박 속에 내각마저 와해 위기에 놓이면서 파운드는 1% 넘게 급락했고, 달러-엔 환율은 149.90까지 올라 150선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역외위안화는 달러당 7.2747로 2010년 거래가 처음 시작된 이래 최약세를 기록했다. 이틀간 랠리를 펼쳤던 뉴욕증시는 미국채 금리 상승과 연준 긴축에 따른 경착륙 우려 속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테슬라는 3분기 매출이 215억 달러로 월가 기대치 221억 달러에 다소 못미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한때 5% 가량 빠졌다. 테슬라는 생산 및 운반 관련 병목현상을 언급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영국 길트채 안정 조짐…정국혼란 소용돌이 

영란은행(BOE)이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보유 채권 매도에서 일단 장기채를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길트채 30년물 금리가 한때 34bp 급락해 10월 4일래 처음으로 4%를 하회했다. 이번주 초 최대 63bp까지 벌어졌던 5년-30년 금리 스프레드는 10bp로 급격히 축소됐다. 9월 23일 영국 정부의 ‘미니예산’ 발표 후 길트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장기물과 지수연계 증권을 대량 보유한 연기금이 마진콜 압박 속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BOE가 개입해 한시적 채권 매입을 단행했다. Mediolanum International Funds는 “정상화 트레이드의 일부”라며, 시장이 진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씨티그룹은 한시적 유동성 백스톱을 거둬들일 정도로 상황이 호전되면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BOE가 양적긴축(QT)에 돌입할 여건이 충족되었다고 판단한 듯 하다며, “BOE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중시해 정부의 곳간으로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규모 감세안을 포기한 트러스 총리를 둘러싸고 정국 혼란이 극단으로 치닫을 수 있어 극심한 시장 변동성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은 수요일 개인적 실수로 사임한다면서도 “현재 정부 방향이 우려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게다가 영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비 10.1%로 7월 기록했던 40년래 최고치로 다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BOE의 인플레이션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BOE에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11월 75bp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美근원 인플레 피크 증거 없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경우 피크를 지났을 가능성이 있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이나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아직 정점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없다고 진단했다. 만일 근원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 경우 연준이 내년 어느 시점엔가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출 수도 있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연설에서 말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의 경우 9월 전년비 6.6%로 40년래 최악을 기록했고,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8.2%로 3개월 연속 후퇴했다. 카시카리는 “인플레이션을 꺾지 못할 경우 그 비용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라며, 과잉 긴축보다 대응부족에 따른 리스크가 더 크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연준은 여전히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침체를 말하다가 정말로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이 경제에 완전히 영향을 미치려면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연준위원들이 예상하는 금리 인상을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라며, 연준이 이를 “끝까지 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예상을 상회했기 때문에 금리가 4.5% 4.75% 부근에 가야만 한다고 수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연준이 주식시장 하락에 반응해서는 안된다며 금융 경색 우려를 일축했다.

연준 의사록과 베이지북

지난주 발표된 12페이지에 달하는 연준의 9월 회의 의사록에서 연준 실무진의 판단을 보여주는 세 단어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해 눈길을 끈다. 연준내 실무진은 그들의 미국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상당히 하향 조정(revised down significantly)”됐다고 밝혔다. 생산성 개선이 부진하고 경제참가율이 저조한 증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추정치나 수정치는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정책적 함의가 크다”며,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사실은 미국 경제가 작년과 올해에 실제보다 더 달궈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실질 GDP 성장률과 잠재성장률 간의 차이인 ‘아웃풋 갭’을 줄이려면 금리를 더 올리거나 보다 장기간에 걸쳐 추세에 못미치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간밤 공개된 연준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10월 초까지 “완만하게(modestly)” 성장했지만, 지역이나 산업별로 차이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4개 지역은 경제활동이 성장을 멈췄고 2곳은 후퇴했다며, “전망은 수요 약화에 대한 우려가 늘면서 보다 비관적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모기지 금리가 20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미국 9월 주택착공건수가 전월비 8.1% 감소를 기록했다.

롤러코스터 시장

모간스탠리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Lisa Shalett는 수요일 뉴욕 증시 하락이 이번주 초반 랠리가 “매우 인내심이 부족한 시장”의 징후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시장 약세가 다 끝났기를 바라고 있지만, 통화정책 긴축과 경기 둔화에 따른 충격은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갈곳 없는 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정기적으로 베어마켓 랠리를 보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고통에 대한 인내심이 없어 바람이 그들 방향 쪽으로 불기 시작할 수도 있다는 신호만 나타나면 2-3일 랠리가 나오곤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3분기 어닝 발표가 일부 잘못된 낙관론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ECB 75bp 인상

유럽중앙은행(ECB)이 10월과 12월에도 기준금리를 각각 75bp씩 인상해야 한다고 Bostjan Vasle 정책위원이 주장했다. 이를 통해 유로존 금리가 중립 수준 부근까지 갈 수 있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한 “2023년 쯤이면 대차대조표 축소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슬로베니아 중앙은행 총재이기도 한 Vasle은 일단 중립금리에 도달하고 추가 금리 인상을 논의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다음 단계로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기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이 거의 10%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시장은 ECB가 다음주 예정된 정책회의에서 9월에 이어 75bp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Vasle은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점차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ECB가 얼마나 더 금리를 올려야 할지는 향후 지표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