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변동성↑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통화정책 회의가 현지시간 12월 15-16일에 모두 몰려 있어 통화 트레이더들이 미리 가격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양상이다. 이번주 들어 향후 한달간 유로-달러 환율의 변동성에 대한 헤지 비용은 작년 3월 팬데믹발 충격 이래 가장 크게 상승했다. 옵션시장은 이같은 움직임이 아직 끝나려면 멀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긍정적 소매판매 지표에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긴축 기대를 앞당기면서 달러는 1년래 고점을 경신했고, 달러의 엔화 대비 1개월 변동성은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옵션시장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달러의 추가 랠리를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Vanda Research의 글로벌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 Viraj Patel은 “최근 몇달간 나타난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와 더불어 FX 변동성 역시 단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G-10의 경기 회복 속도가 달라 경제와 정책 차별화로 인해 이종통화 환율이 코로나19 이후 머물러왔던 제한적인 박스권을 벗어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사례가 다시 늘어나고, 에너지 위기 우려가 높아지고, 브렉시트 관련 갈등이 재개되면서 통화 트레이더들에게 새로운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의 Elias Haddad는 미국의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가 연준의 2% 목표에 안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FX 변동성 확대가 더 분명해지고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CB 진단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통화정책 결정시 인플레이션의 상하방 리스크를 모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력한 분데스방크 총재 후보인 슈나벨은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현 수준인 4% 이상에서 둔화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내년이면 확연하게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겠지만 동시에 불확실성이 늘었다며, ECB가 일시적 물가 충격에 대응해 섣부르게 긴축에 나서서도 안되지만 상방 리스크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요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선택지를 유지해 물가 안정을 대칭적으로 수호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어느 방향으로든 목표치에서 멀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ECB가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제시했던 금리 인상을 위한 조건들이 내년 충족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루이스 드 귄도스 ECB 부총재는 수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현재의 물가 불안 요인들이 일시적인 것으로 내년이면 이같은 사실이 분명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둔화가 몇개월 전 예상했던 것처럼 급하게 큰 폭으로 진행되긴 어려울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또한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 상승의 장기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임금 협상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 금리 베팅
모간스탠리에 이어 씨티그룹도 연준이 에상보다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경우 수익이 예상되는 트레이드를 지지했다. 연준 정책 금리의 향후 경로를 추적하는 유로달러 선물에 대해 2022년 6월물-2025년 6월물간 스티프너를 추천했다. 해당 일드커브 구간에 추가 금리 프리미엄이 가격에 반영될 경우 이익이 나는 구조다. 모간스탠리의 경우 2022년 9월과 2023년 12월물간 스프레드 스티프너를 타겟으로 제시했다. 현재 스왑시장은 내년 6월 FOMC까지 18bp 가량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그 후 2025년 말까지는 추가 150bp 정도 만을 예상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같은 경로가 너무 소극적이라며, 2022년 6월-2025년 6월 스티프너 트레이드를 140bp에 진입해 240bp를 타겟으로 한다고 밝혔다.
골드만 솔로몬의 충고
골드만삭스그룹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세계 경제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려 함에 따라 시장이 앞으로 험난한 길을 가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솔로몬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서 “한발 물러서서 지난 40년간의 내 경력을 돌이켜 보면 탐욕이 두려움을 훨씬 앞섰던 때가 있었다. 내 경험에 따르면 그 기간은 길지 않다. 무언가가 리밸런싱을 통해 더 많은 균형감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금리가 오를 경우 그 자체로 일부 시장은 어느 정도 흥분을 빼앗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기후변화라는 도전에 대해 녹색 경제로의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이 자본시장을 키우고 싶어한다며, 글로벌 금융기관의 참여는 중국 자본시장을 강화시켜준다고 주장했다. 포럼에 참석했던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은 중국과 세계가 글로벌 경제 성장을 돕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많은 나라들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문을 더 활짝 열 방침이라고 약속했다.
터키 금리인하 압력
통화정책 결정을 하루 앞두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수요일 저금리를 위해 계속해서 투쟁하겠다고 맹세했다. 이에 달러-리라화 환율이 한때 3% 넘게 급등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르도안은 의회 연설에서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없애겠다”며, 높은 차입 비용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역설을 되풀이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에르도안의 압력에 굴복해 이미 9월부터 두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00bp 인하해 16%로 낮추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거의 20%까지 뛰어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달궈졌지만, 목요일 예정된 정책회의에서도 추가 100bp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에르도안은 수요일 기자들에게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결정한다고 말했지만, 과거 자신의 금리인하 요구를 무시했던 중앙은행 총재와 금통위원들을 전격 경질함으로써 통화정책 당국을 길들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