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폭탄을 던지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쳤다. 달러(BBDXY)는 장중 한때 0.7% 올라 전일 하락분을 되돌렸고, 멕시코 페소와 캐나다 달러가 크게 밀렸다. 미국채 금리는 전 구간에 걸쳐 올라 10년물의 경우 4.32%로 5bp 가까이 상승해 전일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 온건파로 알려진 월가 베테랑 스콧 베센트의 미 재무장관 낙점으로 잠시 안도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무역전쟁 불안에 휩싸였고, 설상가상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수장에 트럼프 1기 무역전쟁을 지지해 온 케빈 하셋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슈왑의 Liz Ann Sonders는 “관세는 인플레이션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성장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상승은 큰 서프라이즈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옵션시장에서는 미국채 금리 급등세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관세 위협으로 시험대 오른 中시진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무역전쟁 재개를 향한 첫발을 내딛었다. 다만 선거 유세 중 언급했던 60% 관세 공약에서 후퇴한 것인지 아님 이에 10%를 더하겠다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중국 외교부는 화요일 성명서에서 트럼프가 관세 부과 근거로 내세운 펜타닐 이슈가 “미국의 문제”라면서도, 중국이 마약 밀매 퇴치를 지원하는 등 양국간 협력 성과를 부각시키려 애썼다. “중국은 평등, 상호 이익,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미국과 마약 퇴치 협력을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미국은 중국의 선의를 소중히 여기고 어렵게 얻은 중-미 마약 방지 협력의 훌륭한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주미 중국 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미국측에 마약 퇴치 노력의 진전 상황과 더불어 양국 간 경제 및 무역 협력이 “상호 이익”이라는 점을 설명했다면서, “무역 전쟁이나 관세 전쟁에서 누구도 이길 수 없다”고 X에 올린 게시물에서 지적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중국 분석 센터 연구원인 Neil Thomas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시험대 위에 올랐다며,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하면 당장 고통스러운 관세는 피할 수 있지만, 트럼프는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가장 큰 불확실성은 중국이 트럼프가 개시한 1차 미-중 무역전쟁 당시처럼 처음에는 분쟁 확대를 피하고 보복에 앞서 미국의 행동을 기다리는 ‘전략적 평정’ 전략을 되풀이할지 여부다. 중국은 이후 ‘전랑 외교(Wolf Warrior Diplomacy)’라고 불리는 보다 공격적인 기조로 전환했다. Thomas는 중국이 트럼프의 대결-합의간 균형을 파악할 때까지 그의 위협에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중국 경제가 현재 취약해 확전을 막는 또다른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랜드뷰 연구소의 Zhu Junwei는 중국이 직면한 새로운 무역긴장을 “비대칭적인 방식으로 더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보복으로 맞서기보다는 다른 나라들과 ‘윈윈’ 협력을 강화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동맹도 예외는 아니다…캐나다와 멕시코도 관세
트럼프과 멕시코와 캐나다산 모든 제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멕시코 페소가 달러 대비 장중 한때 2% 넘게 밀리고 캐나다 달러는 2020년 4월래 최약세를 기록했다. 북미 관세가 높아지면 자동차 산업은 물론 북미 3국이 고도로 통합된 식품 등 소비재 부문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멕시코의 자동차 산업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취약하며, 전자제품과 플라스틱 등 기타 소비재 제조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으롭부터의 수입 비중이 줄어들면서 멕시코는 미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멕시코 정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연간 8000억 달러에 달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양국간 협력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보복 관세로 대응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업체협회의 Flavio Volpe 회장은 캐나다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서로 얽혀 있는데다 이익마진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25% 관세는 말도 안된다며, 트럼프 첫 임기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그는 공개적으로 강하게 말하지만 협상은 힘들어도 합리적이라며 인내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에너지 비용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캐나다는 미국이 가장 많이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는 이달 초에 캐나다산 에너지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국경 감시 강화와 보복 관세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중이다.
FOMC 의사록 ‘점진적 금리 인하에 광범위한 지지’
연준위원들이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접근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시간 화요일 공개된 11월 7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경제가 최대 고용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표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중립적인 정책 스탠스로 움직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연준은 9월 50bp 인하에 이어 25bp 인하를 단행했다. 정책 위원들은 경제의 회복력 외에도 경제 성장을 제약하지도 자극하지도 않는 수준인 이른바 중립금리에 대한 불확실성도 신중해야 할 이유로 지적했다. “많은 참석자들은 중립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통화정책의 제약성 정도에 대한 평가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며, 따라서 정책 제약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또한 일부 위원들은 지표에 따라 금리 인하를 중단하거나 보다 빠른 인하를 선택지로 생각했다.
시장에선 12월 FOMC에서 25bp 추가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약 50%로 낮췄고, 내년 말까지 25bp씩 3차례 미만의 인하를 가격에 반영 중이다. 트레이더들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과 씨름하고 있으며, 이는 차기 행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전일 발언에서 12월 추가 인하를 고려하는 것은 여전히 적절해보인다고 진단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는 현지시간 월요일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노동 시장이 악화되기를 원치 않지만, 연준은 아직도 인플레이션을 현 수준에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연준위원들은 익일물 역레포(RRP) 금리를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 하단과 일치하도록 5bp 낮추는 ‘기술적 조정’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다른 머니마켓 금리에도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현재 RRP 금리는 4.55%로 연준의 정책 목표 범위인 4.5%~4.75%의 하단에 비해 약 5bp 높은 수준이다.
ECB 부총재 ‘예측대로 간다면 금리 추가 인하할 것’
루이스 데 귄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인플레이션이 ECB 전망대로 갈 경우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향후 금리 인하의 궤적이 “인플레이션의 전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구체적인 인하 횟수와 폭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Helsingin Sanomat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는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으며 통화 정책의 궤적은 분명하다”면서, “우리의 예측이 확인된다면 통화 정책 기조를 계속해서 덜 제약적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CB는 올해 마지막이 될 12월 정책회의에서 추가 인하를 단행해 단기 수신금리를 3%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도 다음 달 금리 인하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신 통계 데이터와 새로운 광범위한 전망 업데이트가 현재의 인플레이션과 성장 전망을 뒷받침한다면 12월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금리가 늦은 겨울엔 중립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르투갈의 마리오 센테노 총재는 “유럽 경제가 정체되었다”며, “이러한 침체는 유럽인들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지불하고 있는 희생”이라고 설명했다.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카작스 총재는 민간 분야의 활동이 최근 침체를 보인 것과 관련해 “우려스럽다”며, 금리를 내려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지적했다.
OPEC+, 증산 계획 다시 연기
주요 OPEC+ 국가들은 1월로 예정됐던 석유 생산 재개를 잠재적으로 몇 달 동안 연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대표단이 전했다. 이들 국가는 글로벌 공급 과잉 징후 속에 내년 1월부터 하루 18만 배럴을 예정대로 증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이후 추가 증산 계획마저 연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OPEC+는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2022년 말부터 산유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지난 10월에도 증산 계획을 늦춘 바 있다. 이에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9% 가량 치솟아 배럴당 74달러 위에서 거래되었으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합의를 현지시간 화요일 발표할 예정이라는 CBS 뉴스 보도에 72달러대로 밀렸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 및 모하메드 시아 알 수다니 이라크 총리를 화요일 바그다드에서 만나 석유 시장 안정에 대해 논의했다고 이라크 총리실이 전했다. OPEC+ 전체 회의는 12월 1일 온라인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주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트레이더들은 OPEC+의 증산이 2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RBC Capital Markets는 2분기 후반까지도 연기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는 OPEC+가 증산계획을 완전히 철회하더라도 내년에 공급 과잉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과 JP모간은 유가가 6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증산이 현실화될 경우 더 아래로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