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거래일시중단, 잔인한 하락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현지시간 화요일 오전 미국증시 개장과 동시에 금융업종 주식을 겨냥한 대규모 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이례적으로 다수의 종목이 거래가 잠시 중단되는 혼란이 발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거래 오류로 보고 일부 거래는 취소된다고 밝혔다. 전일 45.03달러에 마감했던 웰스파고 주가는 38.10달러로 15% 넘게 폭락한 뒤 반등했고, 모간스탠리 역시 전일 종가 97.13달러에서 개장 직후 84.93달러로 12.6% 하락한 뒤 낙폭을 거의 회복했다. NYSE는 “시스템 이슈”를 유발한 원인에 대해 아직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고, 미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안다의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 Ed Moya는 “다소 우려스럽다. 이들 종목은 시세 조정이 쉬운 전형적인 밈(meme) 주식이 아니라 대형주”라고 지적했다. 이틀간 기술주를 중심으로 랠리를 펼쳤던 뉴욕증시는 빅테크 기업 실적 발표를 앞두고 혼조세로 마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장 마감 직후 작년 10월-12월 기간 동안 주당 조정 순이익이 시장예상치를 상회한 2.32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선전한 덕분으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반도체 생산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지난 분기에 2020년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줄어들었으며, 업계 침체로 인해 이번 분기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 상장폐지 트윗과 관련한 소송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은 한번도 회사를 위해 자금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기업활동 위축

미국의 기업 활동이 7개월 연속 위축되고 투입재 가격은 작년 5월래 처음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S&P 글로벌 미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1월 예비치가 46.6으로 확장과 위축을 나누는 기준치 50 아래에 머물렀다. 전월비로는 1.6포인트 상승해 4개월래 첫 개선을 보여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악화 속도는 둔화되었다.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의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 Chris Williamson는 기업들이 높은 물가와 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 공급과 노동력 부족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설문이 연초부터 경제활동의 하강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투입재 비용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 압력과 연계되어 가속화되고 있다점에서 우려스럽다.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추가적 공격적 긴축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가 1월 13일-18일 73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GDP 성장률은 소비가 정체됨에 따라 2분기 연율 0.6%, 3분기 0.3%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년에 걸쳐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65%로 집계됐다.

‘잔인한 증시 하락’ 경고

GMO의 공동 창립자이자 장기 투자 스트래티지스트인 제레미 그랜섬(Jeremy Grantham)은 미국 주식의 거품이 다 터지려면 아직 멀었다며 투자자들에게 시장의 연초 강한 출발에 대해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S&P 500 지수의 가치가 연말이면 약 3200포인트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말 대비 거의 17% 하락이자 현 수준 대비 20% 후퇴에 해당한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범위는 평소보다 더 크다.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클 것”이라며, “잘 될 수 있는 일보다 잘못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일이 잘못되어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잘못되기 시작할 가능성이 확실히 있다”고 진단했다. 오랫동안 대표적 월가 약세론자 중 한 명인 그랜섬은 S&P 500 지수가 2000선까지 떨어지는 “잔인한 하락”이 될 위험한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았다. 또한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며, 향후 1-2년에 걸쳐 가치주가 성장주를 20%p 가량 앞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ECB 금리 경로 이견

다음주 예정된 ECB 정책회의에서 지난달에 연이은 50bp 인상은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 긴축 속도에 대해선 ECB 내부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Ignazio Visco나 그리스의 Yannis Stournaras는 좀더 점진적인 속도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Fabio Panetta ECB 집행이사는 Handelsblatt와의 인터뷰에서 3월의 경우 경제전망이 업데이트되어 상황을 재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금리 조정에 대해 분명한 가이던스를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Gediminas Simkus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임금이 오르고 있는데다 기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강하기 떄문에 ECB가 계속해서 50bp씩 금리를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투아니아 중앙은행 총재인 Simkus는 비록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고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사상 최고치에서 내려왔다 하더라도 ECB가 12월에 제시했던 금리 경로에서 벗어나야 할 근거가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통화 긴축은 여름 전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강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향후 회의에서 50bp 인상으로 정해놓은 경로를 유지해야할 이유가 확실하다. 내 생각에 단호하게 50bp 인상을 선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이번엔 러시아 전쟁지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국영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도움을 제공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중국 당국이 이같은 활동을 인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려 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러시아에 각종 보복 제재를 가했지만 중국 국영기업들이 무기를 뺀 군사 및 경제 지원을 지속하고 있어 미국 정부가 중국측에 우려를 제기하고 경고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과 중앙정보국(CIA)은 언급을 거부했고,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메일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그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직접 비판하는 발언을 삼가해 왔지만, 평화협상에 있어서 중국이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하고 핵무기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정보가 분명하지 않고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미국측은 러시아-중국 관계가 현재 극도로 가까우며 중국이 러시아 지원에 과거보다 더욱 적극적이라고 믿고 있다. 만일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고 있다는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골치아픈 이슈가 될 수 있다.

美부채한도와 연준 양적긴축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조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짐에 따라 연준의 양적긴축(QT) 프로그램이 이른 종료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일부 이코노미스트와 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과 더불어 채권 보유 포트폴리오를 월 최대 950억 달러씩 축소해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데, QT가 조기 종료될 경우 미국 경제에 어느 정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미 재무부가 부채 한도에 따른 제약을 받게 되면서 일련의 복잡한 반응을 통해 QT의 영향이 올해 늦게 다소 증폭할 가능성도 있다. RBC Capital Markets의 Blake Gwinn은 부채 한도 문제가 지준에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재무부가 정부 보유 현금으로 버티고 국채 발행을 자제하기 시작해야 할 경우 단기 재정증권 공급이 줄어 머니마켓펀드가 역레포에 더욱 의존해야만 할 수도 있다. 또한 은행 지준이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시장이 요동칠 위험이 있다.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 7월 연준의 분석 모델상 펜데믹 기간 동안 연준 완화 정책에 급증했던 은행 지준이 “새로운 균형”을 찾으려면 양적긴축이 2년에서 2년반 정도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지난 주에 정책당국이 부채한도와 지준 변동성 리스크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QT의 조기 종료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