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마침내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고인플레이션이 과거 이야기가 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어보인다. 뉴욕 증시는 일단 환호했다. 나스닥지수는 7%가 넘는 폭등세를 연출했고, 미국채 금리는 전구간 20-30bp대 급락한 동시에 달러지수도 2% 넘게 밀렸다. 물가지표 발표 이후 연준 당국자들이 금리인상 속도의 완화 여지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다만 금리인상을 멈추는 것은 논의 대상이 아니며, 속도를 늦추는 것이 논의 대상이라며 시장의 기대가 앞서나가지 않도록 선을 그으려는 모습이었다.
美 10월 CPI 예상 하회..그래도 여전히 7%대
미국의 10월 CPI가 전년비 7.7% 상승해 블룸버그 설문에서 전문가 예상치 중간값인 7.9%를 하회했고, 전세계 상품가격 및 유가 급등을 촉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인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년비 6.3% 오르며 예상치(6.5% 상승)를 밑돌았다. 식품과 의류, 중고차 등 품목에 걸쳐 가격 상승세 둔화가 관측되며 미국의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 완화 가능성과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 조정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미국 증시는 물가지표 발표 이후 폭등세를 나타냈고, 미국채 금리의 경우 대체로 20bp-30bp대 급락세를 나타낸 한편 달러지수는 2% 넘게 밀렸다. 하지만, 10월 CPI가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고물가 고착화 우려도 여전한 상태다. BMO 캐피탈 마켓츠의 이코노미스트 Sal Guatieri는 “이제 막 고점에서 내려왔고 겨우 한달치 데이터다”라며 “고작 한달치 보고서에 너무 많은 신뢰를 보내면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인사들,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시사..“통화정책은 여전히 타이트해야”
연준 당국자들이 미국의 10월 CPI 발표 이후 금리인상 속도의 완화 여지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목요일 컨퍼런스에서 “금융과 경제 여건 변화를 더 잘 평가할 수 있도록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조만간 적절할수 있다고 믿지만, 인상 속도 둔화가 완화적 정책을 대표한다고 받아들여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이번 “CPI 데이터는 환영할만 하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다”고 덧붙였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역시 다른 행사에서 “(속도를) 늦추는 것은 생각해 보기에 적절하다”고 발언했다. 다만, 데일리 총재 역시 여전히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멈추는 것은 논의 대상이 아니며, 늦추는 것이 논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역시 한 행사에서 충분히 억제적(restrictive)인 스탠스로 다가가는 가운데 향후 몇달간 “우리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지만 명확히 하고 싶은 것은 50bp 금리인상 역시 여전히 상당폭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연준 위원들이 “더 높은 금리에 대한 경제의 반응을 판단하는 가운데 금리인상에 대해 더 신중한 접근이 특히 유용할 것”이라며 “이미 (그간의) FOMC의 정책 움직임이 금융여건의 가파른 긴축으로 이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이제 초점은 경제를 물가안정으로 복귀시킬 억제적인 정책의 적정 수준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서도 통화정책이 (수요를) 더 억제하는 쪽으로 가야하며 당분간 억제적인 수준에 남아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美바이든-中시진핑 14일 회담..“공동성명 없을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4일 회담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에서 미-중 관계가 추가적으로 악화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요일 언론 브리핑에서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기간 중 진행되며 주요 목표는 양국의 우선순위와 의도에 대해 서로 더 깊은 이해를 하기 위함으로,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려는 것이 아닌 만큼 공동성명 역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북한의 핵활동, 기후변화 억제, 이외 양국간 협력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수요일 시 주석에 “근본적인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양국 관계의 돌파구 마련에 대한 이미 낮아진 기대를 더욱 굳어지게 했다.
샘 뱅크먼 프리드, 알라메다 리서치 폐쇄..FTX.US 직원들, 자산매각 노력
가상자산 거래소 FTX.com에서 촉발된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설립자 샘 뱅크먼 프리드는 알라메다 리서치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그의 크립토 거래소가 고객 자금을 부적절하게 취급했다는 추측의 중심에 있는 트레이딩 하우스다. 미국 기반의 FTX.US 직원들이 일부 자산 매각을 논의 중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가 밝혔다. 특히, 이들 직원중 일부는 뱅크먼-프리드의 명시적인 참여가 없는 상태에서 마이애미의 구장 명명권과 주식 청산 플랫폼인 Embed 등을 포함한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도 관계자는 밝혔다. FTX.US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한편,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FTX 관련 조치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FTX.com의 로컬 자회사에 대해 12월 9일까지 대고객 서비스 중단 명령을 내렸고, 해당 기간 동안 고객들로부터의 신규 자산을 받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 바하마 증권 규제당국이 FTX 디지털 마켓츠의 자산을 동결했다. 바하마 당국이 FTX를 법정관리에 두려고 함에 따라 임시 청산인 역시 선임됐다. FTX.com은 바하마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FTX US와는 별도의 법인이다.
美 재무부, 일부 환율 개입 용인 시그널
미국 재무부가 주요 교역국의 최근 외환시장에서의 일부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미 재무부는 반기 의회 제출 보고서 공표와 관련해 이같은 코멘트를 내놓으며 어떤 주요 교역국도 상업적 목적을 위한 환율조작국으로 명명하지 않았다. 반기 보고서 관련 브리핑에서 미 재무부 관계자는 달러 강세가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에 주로 기인한 것이며 동시에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 간 긴축속도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많은 국가들이 처한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때 시장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는 기간이 있을수 있다고 발언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미 재무부는 “한국은 잘 발달된 제도와 시장을 보유 중이며 환율 개입을 무질서한 시장 상황이라는 예외적인 경우로만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독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과 함께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포함됐다.
엄재현(서울), jeom2@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