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한달 간 유예하고 중국의 경우 10% 관세 부과를 강행했지만 중국측이 이전과 달리 비교적 신중한 태도로 대응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시진핑과 적절한 시기에 대화하겠으나 서두르진 않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트럼프의 다음 관세 타겟으로 유럽연합(EU)이 유력하다는 관측 속에 EU는 수용가능한 타협점을 기대하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올리 렌은 보복을 주문했다. 뉴욕증시는 기술주 랠리에 반등했다.

통화 변동성의 시기…다음 타깃은 EU?
다음 타겟은 유럽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유로화도 이제 통화 변동성에 정면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옵션 시장에서는 내달 유로화가 상하방 어디로든 큰 폭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반영하는 10델타 버터플라이 1개월물이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으로 시장이 요동쳤던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이체방크는 트럼프 1기처럼 무역 전쟁 리스크 프리미엄이 최대에 달한다면 유로는 달러 대비 패리티로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CME 그룹에 따르면 1월 외환시장의 옵션 거래량은 관세 베팅 속에 2020년 2월 팬데믹 정점 이후 가장 많았다. 일평균으로 전년대비 75% 급증했으며, 유로(92%)와 캐나다 달러(289%), 파운드(77%)에서 거래량이 특히 늘었다. 노무라와 BBH는 관세 우려를 차치하더라도 달러 강세를 지지할 재료가 많다고 지적했고, 코메르츠방크와 미즈호은행은 글로벌 무역 전망을 둘러싼 불안이 계속해서 달러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 재개에 일단 신중한 시진핑
트럼프가 재개한 무역전쟁에 중국은 바로 맞대응을 발표했다. 이처럼 신속하면서도 계산된 보복은 중국이 트럼프와의 첫 무역전쟁에서 교훈을 얻었음을 시사한다. 당시 중국은 미국이 부과한 것과 동등하거나 그에 가까운 관세로 보복했으나, 이번에는 14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만 관세를 부과하는데 그쳤다. 대신 필요할 경우 미국 기업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의 첫 임기 이후 추진해 온 교역다변화와 불안정한 중국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시진핑의 신중한 대응에 항셍 중국기업지수는 화요일 3.5% 상승했고, 중국측 대응 발표에 잠시 올랐던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은 반락해 한때 0.5% 하락했다. 맥쿼리그룹은 중국이 “잃을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제약이 있다며, “중국 입장에선 관세 전쟁을 벌이는 것이 이익이 되지 않는다. 부양책을 통해 관세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파나마, 운하 관련 홍콩 회사와 계약 취소 검토
파나마 정부는 파나마 운하에 면한 항구 두 곳을 운영 중인 홍콩 CK허치슨홀딩스의 자회사 허치슨포트(Hutchison Ports PPC)와 계약을 취소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문제 삼아 이를 되찾겠다고 위협하자 파나마가 타협점을 찾기 위해 강구한 방안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으며, 파나마 정부가 소송을 피하고 적법한 절차를 따르려 한다고 전했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현지시간 일요일 파나마를 방문해 미국이 건설한 파나마 운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고, 파나마는 중국 일대일로 협정을 종료하기로 약속했다. 루비오는 중국이 분쟁 발생 시 군사작전 기지로 해당 항구를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치슨은 1997년 체결된 양허 계약에 따라 발보아와 크리스토발 항구를 운영해 왔으며, 이는 2021년에 2047년까지 연장되었다.
미국 구인건수 3개월래 최저
작년 12월 미국의 구인건수가 3개월래 최저치로 감소해 노동시장의 점진적 둔화가 재차 확인됐다. 현지시간 화요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12월 구인건수는 760만 건으로 전월 수정치 816만 건에서 크게 줄었다. 블룸버그 설문에 참가한 이코노미스트 33명의 전망치는 중앙값 기준 800만 건이었으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760만건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연준이 면밀히 주시하는 실업자 1명당 일자리 수는 6개월째 1.1개에 머물렀다.
최근 몇 달 간 급증했던 구인건수가 이제 감소세로 돌아섬에 따라 임금 상승폭이 억제되고 고용시장이 더 이상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아니라는 연준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노동 시장의 냉각 속도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서, 퇴사 증가와 큰 변화 없는 정리해고 비율, 경기주기에 민감한 산업 분야의 공석 증가 등은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앞으로 몇 달 동안 노동 수요가 얕은 폭의 냉각 궤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일리 ‘트럼프 정책에 연준 당장 대응 필요없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는 미국 경제가 양호한 상태에 있다며,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정책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많다”며, “경제와 정책 변경 모두에서 새로 들어오는 내용을 살펴 볼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모든 정책의 “순효과”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준 위원들이 의사결정에서 “선제적일 필요가 없다”며,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여기에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밝혔다.
데일리는 올해 금리 인하 폭이 50bp에 달할 것이라는 작년 12월 점도표 전망치 중앙값에 여전히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간스탠리는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연준 인하의 문턱이 높아졌다며, 3월 연준 인하 전망을 철회하고 올해는 단 한차례 6월에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왑시장은 연말까지 약 43bp 인하를 프라이싱한 상태로, 25bp 인하는 7월에 가서야 확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