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도、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뉴욕증시가 노동절로 간밤 휴장한 가운데 계절적으로 불리한 9월을 맞아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글로벌 증시는 대체로 잠잠했다. 지난 금요일 사상 최고치에 마감했던 유럽 Stoxx 600 지수는 장중 낙폭을 거의 회복했고, 8월 1.6% 가까이 빠졌던 달러 지수(BBDXY)는 한때 0.1% 넘게 올랐다. 한편 리비아가 동부 엘필 유전에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면서 내부 정치 분열에 따른 원유 생산 차질이 확대될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국제원유(WTI)는 장중 한때 1% 넘게 올라 배럴당 74달러 위에서 거래됐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이 가자지구에서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 위험을 이유로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수출 허가를 중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F-16 전투기와 헬리콥터, 드론 등에 사용되는 부품들에 대해 약 350건의 수출 허가 중 30건이 이번 조치에 해당된다. 영국 정부는 미국과 달리 이스라엘에 직접 무기를 제공하진 않고 있다. 다만 무기 금수는 아니라며, 이번 결정이 이스라엘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깊은 실망을 표명했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전통적으로 위험했던 9월 시작…연준 인하·대선 등으로 리스크 증폭
전통적으로 트레이더들에게 끔찍한 9월이 돌아왔다. 여름 휴가 이후 포트폴리오를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약세를 보였던 사례가 많았다는 점 외에도, 올해는 특히 연준의 금리 경로와 미국 대선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 등 시장이 더욱 힘들어질 위험이 각처에 도사리고 있다. 1950년 이후 데이터를 보면 S&P 500지수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9월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채권 역시 지난 10년 동안 8번에 걸쳐 9월이면 가격이 떨어졌고, 금값은 2017년 이후 매번 밀렸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향후 금리 인하 규모와 빈도에 중요한 신호를 보낼 미국 고용 지표를 비롯해 여러 소용돌이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주식과 넉 달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채 시장은 경제지표 충격이나 대선 관련 돌발 변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미즈호 은행의 경제·전략 헤드 Vishnu Varathan은 “가을에는 하락이 따른다. 특히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너무 많이 가격에 반영하고, ‘골디락스’ 시나리오도 쫓고 있기 때문이다”며 “시장은 평소보다 불안해 것이다”고 전망했다. BNY의 시장 전략·인사이트 헤드 Bob Savage는 “9월 계절성은 기복이 있는데, 리스크 오프는 드물지 않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더 극적이다”고 지적했다. 11월 선거를 앞두고 초박빙 접전을 펼치고 있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지시간 9월 10일 TV 토론회에 나설 예정이다.
‘금리 인하’ 美증시에 호재 아냐…BofA에 이어 JP모간도 경고
JP모간은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막상 시작되더라도 주식 시장 랠리가 사상최고치를 다시 경신하기엔 무리라고 경고했다. 올해 주식에 대해 가장 비관적인 목소리를 냈던 Mislav Matejka 등 JP모간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이유는 결국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반응적” 인하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9월은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에서 최악의 달이라는 점에서 계절적 추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Matejka는 “아직 숲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채권 금리 하락을 배경으로 경기 방어주에 대한 선호를 강조했다. “심리와 포지셔닝 지표는 매력적이지 않고, 정치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9월에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S&P 500지수는 지난 5년 동안 9월이면 평균 4.2% 하락했다. 트레이더들은 이번 주 미국 고용 지표 등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Michael Hartnett 등은 연준의 첫 금리 인하가 증시의 추가 상승보다는 매도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해리스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 입장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반대 입장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 노동절을 맞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동 유세에 나설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US스틸의 미국 내 소유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경합주 중 하나인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에서 여러 노동계 지도자들과 함께 연설 무대에 올라 “모든 노동자가 조직할 자유가 있는 미래를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11월 대선 승패를 결정할 주요 경합주인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이른바 ‘블루 월(Blue Wall)’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고물가에 실망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영합적 공약에 이끌리고 있는 백인 노동자층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블룸버그뉴스/모닝컨설트 여론조사 결과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를 미시간에서 3%p, 펜실베이니아에서 4%p로 앞섰다. 7개 경합주 전체로는 2%p 우세를 보였다.
PBOC와 경제지표 부진에 中국채 단기물 유리
부진한 중국 경제지표에 트레이더들이 중국인민은행(PBOC)의 통화정책 완화 신호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PBOC의 트레이딩마저 중국 단기물 채권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PBOC는 지난달 채권시장의 과열을 막고 금융시스템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장기 채권을 팔고 단기물을 사들이는 시장 오퍼레이션을 단행했다고 지난 주말 밝혔다. 그 결과 중국 국채 2년물과 5년물 금리가 월요일 3bp 넘게 빠졌다. 중국의 제조업 PMI가 4개월 연속 50을 하회하며 위축을 기록한데다 정부의 구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규 주택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주택 시장 침체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PBOC가 정책을 추가 완화하고 유동성을 투입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크레디트 아그리콜 CIB의 이코노미스트 Xiaojia Zhi는 “PBOC가 추가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기물 채권 금리가 더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PBOC의 최근 채권 트레이딩에 대해서는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일드커브를 통해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Natixis SA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Gary Ng은 PBOC가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자금 조달 비용을 낮게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단기물이 유리해 보인다면서도, PBOC가 지나치게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폭스바겐, 비용절감 위해 전례없는 독일 공장 폐쇄 검토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를 거느린 폭스바겐 그룹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에서의 공장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 2029년까지 고용을 보장한다는 노조와의 협약도 검토 대상이다. 폭스바겐의 최고경영자(CEO) Oliver Blume는 “경제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새로운 업체들이 유럽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사업적 위치 측면에서 독일은 경쟁력이 더욱 뒤처지고 있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성명에서 주장했다.
노조와의 충돌로 전임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난 이후 Oliver Blume에게 본격적인 노사 분쟁은 큰 시험대가 될 것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소비자 지출이 둔화되는 가운데 이윤 마진이 뒤처짐에 따라 비용 절감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폭스바겐은 전 세계적으로 약 65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그 중 약 30만 명이 독일에 근무하고 있다. 한편, 지난 일요일 치뤄진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 AfD가 승리했다. 이는 자신감이 크게 하락한 독일의 상황을 시사한다.
기사 관련 문의: 김대도(서울),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