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글로벌 불황, 리스크 롤오버

(블룸버그) — 무역 전쟁 장기화에 유럽은 물론 믿었던 미국마저 제조업이 가라앉는 등 글로벌 불황의 그림자가 덮치고 있다는 신호에 미증시가 1% 넘게 급락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61%까지 밀리며 9월 9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ISM 지표 추락에 또다시 연준을 탓하며 “달러가 다른 모든 통화 대비 너무 강해 우리 제조업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준 금리가 너무 높다. 연준 자신이 최악의 적이며 뭘 해야할지 모른다. 한심하다!”고 공격했다. 트레이더들은 연말까지 약 37bp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는 현재 금리수준이 적절하다며 강달러는 대개 인플레이션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에 홍콩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며 경찰이 쏜 실탄에 한 남학생이 맞아 위독해지는 등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평화 통일과 일국양제 원칙을 재확인하며 중국의 전진을 막을 세력이 없다고 선언했지만, 반중 시위가 더 거세질 수 있어 당분간 정치적 긴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존슨영국 총리가 최후의 브렉시트 답안지를 수요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텔레그래프는 “4년간 2개의 국경”이 제안될 것으로 보도했다. 북한은 미국과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 제조업마저…글로벌 불황신호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전쟁으로 미국 제조업 지수가 수축 국면이 더 깊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9월 ISM 제조업 지수는 2009년 6월래 최저치인 47.8로 블룸버그 설문 예상치를 모두 하회했다. 시장 전망치 중앙값은 50.0으로 8월 49.1에서 개선이 예상됐었다. 해당 지표가 발표되자 미국채 금리는 급락했고 미증시 주요주가지수는 약세로 돌아섰다. ISM 고용 지수 역시 2016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제조업 침체와 수출 감소, 심리 악화 등이 감지되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는 제조업 PMI가 기준선인 50 이하로 축소를 나타냈고,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글로벌 무역 증가율 전망치를 1.2%로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디플레이션 유령도 고개를 다시 들었다. 국제무역의 방향계 역할을 하는 한국은 소비자물가가 하락했고, 호주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사상최저로 내린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UBS Group은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현재 2.3%로 3분기 초보다 거의 1%p 낮아졌다고 추정했다. Danske Bank는 향후 2년 안에 세계 경제 불황이 발생할 확률이 30%라고 경고했다. 립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점진적인 동조화된 글로벌 경제 둔화가 예상된다며, 3개월 전보다 전망이 안좋다고 밝혔다. 무역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경제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리스크 롤오버’

돌이켜보면 9월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월가가 긴장하고 있다. S&P 500 지수는 9월 1.7% 상승했고, MSCI All-Country World Index 역시 1.9% 올랐다. 미국 주식과 미국채 선물 변동성 지수는 하락했다. 이같은 평화는 일부 연준 덕분으로, 연준은 경제 성장을 지탱하기 위해 2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덕분에 시장은 8월의 부상을 딛고 9월을 무사히 넘겼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자리잡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즈호은행은 단지 위기를 피하고 보험적 성격의 정책 완화로 골디락스 환경을 기대하지만 오히려 리스크가 4분기로 넘어가는 “하드 롤오버”가 될 수도 있다며, 미-중 무역 분쟁과 중동 및 한반도 지정학적 이슈, 트럼프 탄핵 조사 등이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악재로 지적했다. LPL Financial은 S&P 500이 대개 변동성이 심해지는 9월에 제한적 범위에서 움직였다며, 이는 비정상적 상황으로 일부 큰 변동성이 10월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Saxo Capital Markets는 증시가 올해 성적이 좋은 편인데다 이제 4분기인 점을 감안할 때 테일 리스크 헤지 전략이 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BOJ에 놀란 채권시장

채권 트레이더들은 중앙은행과 연기금이 채권시장을 뒷받침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살짝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다. 일본국채(JGB) 10년물 입찰이 3년래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일본 채권 선물 가격이 2016년 이래 최대폭 하락하며 마진콜을 촉발했다. JGB 금리가 오르고 일드커브는 가팔라졌다. 이같은 채권 매도세는 유로존은 물론 미국채 시장 장초반까지 확산됐다. 심지어 유로존의 경우 인플레이션 지표가 여전히 부진했지만 채권 매도를 막지는 못했다. JGB의 갑작스런 붕괴 배경에는 일본은행(BOJ)이 10월 채권 매입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또 일본공적연금(GPIF)이 마이너스 금리인 일본을 떠나 해외 채권 매입을 확대하겠다는 발표도 영향을 미쳤다. Bleakley Financial Group은 BOJ가 초장기물 채권 매입을 축소함에 따라 글로벌 채권 금리가 오른 모습은 앞으로 나타날 현상을 미리 보여준다며, 채권 금리가 8월 저점에서 당분간 더 낮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U, 브렉시트 양보

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 논의의 주요 쟁점사항인 아일랜드 국경 백스톱 메커니즘에 시간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영국에 주요 양보를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2명의 소식통이 밝혔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파운드-달러 환율이 반등해 장중 한때 0.4% 이상 올랐다. 그동안 EU가 거부해왔던 시간 제한은 영국이 북아일랜드를 EU 관세동맹 안에 묶어 두는 백스톱 합의를 받아들일 경우에만 양보한다는 방침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번주 자신의 제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메이 전 총리가 합의했으나 영국 의회가 반대한 백스톱 조항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EU가 양보한 시간 제한은 북아일랜드 의회에게 백스톱에 남을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발언권을 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존슨이 백스톱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EU측 양보가 현실화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영국이 한발 뒤로 물러선다면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레포시장 진정…장기대책은?

연준이 매일 유동성을 투입하면서 미국 단기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레포 금리 불안이 다른 분야까지 전이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연준이 10월 말이나 그 전에 보다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3분기의 마지막 날이었던 월요일 익일물 레포 금리는 약간 상승했지만, 2주 전이나 최근 다른 분기말과 비교해서는 꽤 낮은 편이었다. 현지시간 화요일 역시 별 이벤트 없이 지나갔다. 연준은 9월 17일 이후 매일 레포 시장에 개입해 유동성을 투입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이 약 2000억~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를 매입해야 하며, 일부는 심지어 영구 유동성 통로인 스탠딩 레포 제도를 주장하고 있다. 전 뉴욕연은 시장부서 책임자였던 Brian Sack은 “머니마켓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취약하다”며, 보다 영구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미국 레포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경우 다른 자산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몸집이 작은 브로커-딜러, 모기지 REIT, 헤지펀드 등이 다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