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월 생산자물가 깜짝 하락…연준 물가 자신감 더할 듯
미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최종 수요 기준 전월비 0.2% 하락해 작년 10월래 최대폭 후퇴했다. 블룸버그 사전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값 기준 0.1% 상승을 전망했고, 가장 낮은 예상치는 -0.1%였다.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2.2%로 시장 예상치 2.5%를 하회했다. 5월 재화 PPI는 작년 10월래 가장 큰 폭인 0.8% 하락했고, 이 중 거의 60%가 휘발유 비용 덕분이었다. 디젤 연료와 상업용 전력, 제트 연료 가격도 하락했다. 서비스 비용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산정에 포함되는 여러 항목의 PPI 역시 전월보다 약해졌다. 이 중 항공료는 4.3% 하락했고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서비스 가격은 1.8% 하락했다. 의사 진료비는 보합세를 보였고 병원 외래 진료비는 0.5% 상승했다. 5월 PCE 물가 지수는 이달 28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1만3000명 늘어난 24만2000명으로, 9개월래 최대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실업수당 청구가 크게 늘어났다며, 패스트푸드점 직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20달러로 인상한 조치로 인해 일자리가 3만~9만개 가량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연준 선호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 6개월래 최저치 기록할 듯
5월 CPI와 PPI가 시장 예상보다 더 양호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선호하는 기저 인플레이션 지표 역시 작년 11월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소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5월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만일 실제 수치가 이처럼 낮게 나올 경우 연내 2차례 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셰퍼드슨은 “PPI와 CPI를 분석한 결과 근원 PCE 디플레이터가 5월 0.11% 상승에 그쳐 올해 1-4월 평균치인 0.32%보다 훨씬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투자자노트에서 밝혔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수석 북미 이코노미스트인 폴 애쉬워스도 0.11% 상승을 내다봤고,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0.15%를 전망했다. 셰퍼드슨은 “임대료 상승 둔화, 임금 인플레이션 하락, 소매업체의 마진 압박에 대한 전망을 감안할 때 근원 PCE 디플레이터가 이번 주 연준이 예상한 것보다 상승폭이 적어 9월을 시작으로 올해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위한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채권시장, 매파 연준에도 다시 연내 금리 인하 베팅 강화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3번에서 1번으로 낮췄지만 채권 트레이더들의 신념은 거의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파월의 매파적 발언은 단지 손발이 묶이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 뿐이라 해석하며 오히려 연내 2차례 인하 베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타델 증권의 글로벌 채권 트레이딩 책임자인 Michael de Pass는 “파월은 분명 선택지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는 예상보다 약한 인플레이션 수치가 나온 후 괜히 불길에 부채질을 하지 않으려 조심했다”고 진단했다. 물론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연준의 피봇이 임박했다고 믿고 베팅에 나섰다가 연준이 기존 경로를 고수하면서 번번히 고통스런 되돌림을 겪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연준위원들이 2% 물가 안정 목표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강해지면 금리를 내릴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 Asset Management One의 Akira Takei는 “고용 시장이 급격히 악화되면 연준이 빠르게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시장이 그같은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5년~10년물 미국채에 대해 비중확대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 MUFG의 미국 거시 전략 책임자인 George Goncalves는 단지 시장의 초점을 첫 인하 금리 시점에서 돌리기 위해 파월이 좀더 매파적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프랑스 정치 불안에 채권 매도세…분트와의 스프레드 7년만에 최대
프랑스 정치를 둘러싼 불안감이 깊어지면서 프랑스 국채 매도세가 이어져 10년물 기준 독일 분트채 대비 금리 프리미엄이 70bp로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주 들어서만 20bp 넘게 오른 셈이다. 프랑스 일간 레제코의 의뢰로 정치연구소 엘라베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인 24%로 추락했다. 그는 지난 주말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뒤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마린 르펜의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6월 30일로 예정된 1차 투표를 앞두고 선두를 달리고 있어 RN이 추진해 왔던 감세 등 재정 완화 정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좌파 정당들도 연합에 성공해 마크롱에게 또다른 충격을 안겼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르펜이 승리할 경우 프랑스가 2년전 리즈 트러스 총리 하에서 촉발됐던 영국의 부채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이번주 경고했다. HSBC Holdings Plc의 유럽 금리 스트래티지스트 크리스 애트필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 의 승리는 방만한 재정 정책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의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지난달 프랑스의 국가 신용 등급을 강등하고, 재정적자가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를 계속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지난 월요일에 조기총선으로 예산 적자를 줄이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소득세 감면 위해 관세 인상 아이디어 제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세법 개편을 앞두고 일부 소득세 감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관세를 올리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자칫 글로벌 무역과 소비자 물가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부분으로, 관세 인상에 회의적인 공화당 의원들조차 트럼프의 주장에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시간 목요일 워싱턴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만난 트럼프는 관세 인상과 함께 내년 일몰 예정인 2017년 도입한 한시적 감세 제도의 연장, 서비스 근로자의 팁에 대한 세금 면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콜 말리오타키스 뉴욕 공화당 의원은 해당 회의가 끝난 후 트럼프가 “소득세를 낮추는 것을 고려하고 싶어하며, 이는 특히 적대국에 대한 관세로 상쇄해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선거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제기한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그는 외국에 대한 관세가 인상되면 미국 근로자에 대한 세금이 낮아질 수 있다고 여러 번 말했다”며, “트럼프의 최우선 과제는 ‘트럼프 세금 감면’을 영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보후무역 정책의 결과로 연방정부의 관세 수입은 지난 10년 사이에 약 3배 늘었지만 예산관리국에 따르면 관세는 아직도 연방 세수의 2%에 불과하다. 반면 개인소득세는 2023년 연방 수입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