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피봇 효과…미국채 일드커브 스티프닝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과감한 50bp 금리 인하가 가장 인기 좋은 미국채 트레이드 전략 중 하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현지시간 수요일 발표된 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는 워낙 널리 예상된 것이었기 때문에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주간으로 보면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연준의 빅컷으로 블랙록과 핌코 등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그동안 노려왔던 채권시장에서의 격차 확대라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연준이 완화 주기를 시작할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트레이더들이 추가 금리 인하에 베팅하면서 미국채 단기물 금리가 내려가는 반면 장기물의 경우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라는 경기 부양책이 경제에 파급되고 한참 몇년 후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단기물만큼 움직이진 않는다.
그 결과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을 하회해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게 되는 소위 일드커브 스티프닝이 나타나게 된다. 바로 이같은 현상이 최근 목격됐다. 미국채 2년물-10년물 스프레드가 2년여만에 역전에서 벗어나 +15bp로 2022년 중반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블랙록의 미주 지역 수석 투자 및 포트폴리오 스트래티지스트인 Gargi Chaudhuri는 “향후 3~6개월에 걸쳐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면서 일드커브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핌코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Michael Cudzil은 시장 프라이싱에 따르면 12개월 후 2-10년 스프레드가 약 55bp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연준 보우먼, 섣부른 승리 신호 우려…월러, 인플레 둔화에 빅컷
미셸 보우먼 연준이사는 이번 연준의 50bp 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섣부른 승리 선언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책회의에서 2005년래 처음으로 연준이사로서는 소수의견을 내며 25bp를 주장했던 보우먼은 빅컷이 자칫 “우리의 물가 안정 책무에 대한 성급한 승리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나는 보다 중립적 정책 기조를 향해 신중한 속도로 나아가야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끌어내리는데 있어 추가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현지시간 금요일 성명서에서 말했다.
반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이사는 자신이 50bp 인하를 지지하게 된 근거는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우호적인 인플레이션이었다고 CNBC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그는 경제가 자신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 11월과 12월 FOMC 회의에서 각각 25bp 인하에 찬성할 생각이지만, 만일 고용 지표가 악화되거나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약할 경우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경우 연준이 인하를 일시 중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총재는 미국 노동 시장과 인플레이션의 리스크가 대략 균형을 이뤘다며, 그같은 판단을 토대로 금리 인하 과정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BofA, 연준 인하 이후 증시 버블 위험 지적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주식 시장의 과도한 흥분이 버블 위험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채권과 금이 경기 침체나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에 대한 매력적인 헤지 수단으로 보인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Michael Hartnett이 진단했다. 그는 현재 증시가 연준의 추가 완화와 2025년 말까지 S&P 500 기업의 약 18% 실적 성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Hartnett은 투자자 메모에서 “리스크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랠리를 쫓아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버블 위험”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이외 지역의 주식과 원자재가 경기 연착륙을 준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후자는 인플레이션 헤지로 추천했다. 또한 해외 주식이 더 저렴하고 미국 증시를 능가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2월 그는 인공지능 열풍 속에서 기술주 버블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BOJ 이후 달러-엔 1% 이상 급등..FOMC 소화하며 변동성 확대
우에다 BOJ 총재는 경제와 인플레이션 추세가 BOJ 전망대로 움직인다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방침이라면서도, 엔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가 후퇴하고 있어 정책 운용에 여력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도쿄 소재 미즈호 증권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 Shoki Omori는 “우에다 총재가 제대로 금리 인상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며, 통화 및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발언으로 “매파 성향을 숨겼다”고 평가했다.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시장은 보다 매파적인 선제적 가이던스에 대비해 포지션을 취했었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들은 금요일 옵션 시장에서 엔화 강세 포지션을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부는 연말까지 달러당 148~150엔까지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며 추가 엔화 약세에 베팅했다. 외환 트레이더에 따르면 행사가 160엔에 소위 디지털 옵션 1년물도 거래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우에다가 사실상 10월 인상 가능성을 배제했다며, BOJ가 당초 예상보다 오랫동안 금리 인상을 쉬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지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다음 인상 시기는 내년 1월이 좀더 유력해 보인다고 진단헀다. 라보뱅크는 7월말 인상 직후 금융시장 혼란에 시달렸던 우에다 총재가 이번에는 “너무 많이 배를 흔들어선 안된다는 압박감”을 느낀데다 동시에 엔화의 급격한 강세 전환도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며, 매우 신중한 발언으로 엔화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교묘하게 조절한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달러-엔 환율이 하락하긴 하겠지만 그 속도가 최근 몇 주에 비해 상당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6개월 전망치를 달러당 140엔으로 유지한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중국 경기 둔화로 벤츠 주가 4년래 최대 급락…獨 자동차 산업 비상
세계 최대 럭셔리 자동차 제조업체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주가가 2020년 이후 4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서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주가는 현지시간 20일 한때 8.4% 급락해 2022년 10월래 최저 수준인 54유로까지 밀렸다. 경쟁사인 BMW도 4.4% 하락하는 등 자동차 업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는 특히 S클래스 및 마이바흐 세단과 같은 최고급 모델이 판매에 타격을 입고 있다. 메르세데스의 하향조정된 수익률은 7.5%~8.5%로, 이전 예측치 1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이자 및 세금 차감 전 이익은 전년대비 “상당히 낮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번 실적 전망치 수정은 전기차로의 전환과 중국에서의 역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 자동차 업계에 대한 경고 신호다. 폭스바겐은 이번 달에 수십 년 된 노사 협약을 폐기하고 수요 부진으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BMW는 지난주 중국 경기 침체와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인해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낮췄다. 메르세데스는 유럽 판매도 압박 받고 있다. 이 지역 차량 인도건수는 지난달 13% 감소했으며, 8월까지 올해 누적으로는 3% 감소했다. Oddo BHF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 노트에서 “중국이 악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고수익 S클래스 대신 전기차를 선택하면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