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WTI)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로 불거진 공급 우려가 비축유 방출 국제 공조를 압도하며 단숨에 배럴당 106달러를 돌파했다. 블룸버그 상품지수는 4% 넘게 치솟았다. 유가 급등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뉴욕증시는 주요 주가지수 모두 장 마감 직전 2% 넘게 무너졌다. 유로는 달러 대비 한때 1.2% 가량 밀려 2020년 중반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편 한국의 2월 수출은 시장 예상치를 웃돈 20.6%(전년비) 증가했고, 무역수지는 석달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상품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글로벌 수요와 공급망에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한국의 수출 전망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유가 150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공급 차질 우려를 부추기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한때 11% 넘게 급등해 2014년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브렌트유 역시 107달러를 돌파했다. Global X Management는 제재조치로 러시아 에너지 분야 역시 타격을 받을 위험이 매우 높아짐에 따라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과 모간스탠리, JP모간 등은 공급차질 가능성을 경고하며 유가 전망치를 상향조정했고, 컨설팅업체 OilX는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 소비국은 총 6000만 배럴 가량의 전략적 비축유 방출에 합의했다. 한편 OPEC+는 4월에도 일일 40만 배럴 증산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레이더들은 유가 상승에 베팅하며 2년여래 최대 프리미엄을 감당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기업들 탈출 러시
글로벌 기업들의 러시아 탈출 러시가 심상치 않다. 애플은 러시아에서의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애플 페이 등 여러 서비스를 제한했다. 포드자동차는 조인트벤처 파트너사들에게 러시아내 사업 중단을 통지했다. BP는 약 20%에 달하는 로스네프트에 대한 보유 지분을 대폭 할인한 가격에 러시아측에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이 밝혔다. 쉘 역시 러시아 가즈프롬과의 파트너십을 끝내기로 결정했고, 다임러는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상품 트레이더인 글렌코어도 러시아와의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갈지 고민 중이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러시아의 주식과 채권이 주요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에서 퇴출될 위험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머징마켓(EM) 지수를 정하는 MSCI는 대러시아 제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고객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으며 러시아 자산을 주요 주가지수에서 추방시킬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JP모간체이스는 VTB Bank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러시아 기업체의 신규 채권이 EM채권지수(EMBI)에서 빠질 예정이며, 자사의 벤치마크 채권 지수에서 러시아의 일부 채권 편입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이 러시아 자산을 매수할 수 없게 되면 시장 패닉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글로벌 긴축 기대 후퇴
올리 렌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ECB가 팬데믹발 부양책을 거둬들이기 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충격을 먼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이기도 한 렌 위원은 현재 유로존의 견조한 경기 반등과 노동시장 회복세를 고려할 때 추가 부양은 필요치 않다면서도, 정책 결정의 “신중함과 선택성”을 토대로 섣부른 통화 긴축이 경기 침체를 촉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몇주 전만해도 연내 25bp씩 두차례 ECB 금리 인상에 베팅했던 머니마켓은 첫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1월로 바꿨다가 이젠 내년 3월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에 대해서도 트레이더들은 3월 50bp 인상 기대를 완전히 접고 25bp 인상마저 100%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Vontobel Asset Management의 Sandrine Perret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며, 연준이 3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긴 하겠지만 큰 폭의 긴축 리스크는 리프라이싱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1.6%를 넘어섰던 미국채 2년물 금리는 화요일 한때 1.3% 아래로 밀렸고, 10년물 역시 지난 금요일 일고점 2%에서 장중 1.7%까지 후퇴했다.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22bp 하락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미국채 유동성 악화
골드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금융 시장의 스트레스가 연준 자산 매입 중단과 맞물리면서 지난 한주간 미국 국채 시장의 유동성이 악화되었다고 진단했다. 시장 깊이나 주문 흐름의 가격 영향 등이 보다 악화된 시장 상황을 보여준다며, 연준 테이퍼링으로 채권 시장 유동성이 다소 얇아진데다 최근 지정학적 불안마저 겹치며 유동성 부담이 확대되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백스톱’ 매수자 역할에 나서지 않으면서 한쪽으로 쏠린 자금 흐름이 확대될 위험이 높아졌고, 달러 자금조달 여건의 경우 러시아 중앙은행이 제재조치로 발이 묶이면서 약 300억-600억 달러 정도의 펀딩 여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변동성과 혼란이 지속되겠지만 “충분히 넘치는 달러 유동성과 기존의 혹은 쉽게 재가동할 수 있는 방어 조치는 보다 극단적인 경색을 막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연준이 자산 매입 축소를 중단하거나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자금조달
우크라이나가 자국 통화 표시의 전쟁 채권을 발행해 약 2억77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또한 현지시간 화요일 만기가 돌아온 3억 달러 가량의 채권 이자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지급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공부채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Yuriy Butsa는 당국이 외화 표시 채권 발행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에 긴급 지원을 놓고 협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러시아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채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사이버 공격 우려에 재무부 웹사이트 접근이 차단되면서 채권 입찰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얻기 어려운 모습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지난주 기부금 모금을 위한 특별 계정을 개설했고, 정부는 비트코인 등 디지털 코인으로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암호화폐 주소를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