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유가 3월 200불? BEI 신기록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글로벌 경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 충격으로 원유 등 각종 상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휩쓸리는 분위기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공급선 다변화와 에너지 효율성 개선 등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를 올해 80% 가량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가 120달러 위에 머물 경우 영국은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경기침체가 예상된다고 NIESR이 진단했다. 독일 증시 벤치마크인 DAX 지수는 1월 신고점 대비 21% 하락해 약세장에 진입했고, 뉴욕증시 역시 스테그플레이션 두려움에 S&P 500 지수가 3% 하락하며 2020년 10월래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3.6% 밀렸다. 미국채 2년과 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한때 20bp를 하회하며 경제 약세 신호를 더했다. 러시아 채권은 3월말 JP모간의 모든 채권지수에서 퇴출된다.

국제유가(WTI)는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한 후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조치에 독일이 반발하면서 오름폭을 줄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 동맹국들의 참여 없이 단독으로 러시아 원유 수입금지를 강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미의회는 초당적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글로벌 시장은 러시아산 석유를 더욱 회피하는 모습이다. 다른 러시아산 원자재마저 글로벌 보이콧이 우려되고 공급 리스크에 숏스퀴즈마저 촉발되면서 스테인리스강과 리튬이온 밧데리 원료로 쓰이는 니켈의 가격은 장중 90% 넘게 급등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편 스리랑카는 외환보유고가 2021년 11월래 최저치로 줄어들자 통화절하에 나섰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BEI 사상최고

미국 채권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 차이인 10년물 손익분기금리(BEI)가 2.84%까지 치솟으며 물가채가 발행되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 10년 BEI 역시 최대 23bp 오른 2.6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 원유 금수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브렌트유가 한때 배럴당 139달러를 넘어서는 등 유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원자재 상품 가격이 요동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10년물 BEI는 올해 1월과 2월초에 연준의 물가 안정을 위한 강력한 긴축 의지에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난 2주간 원유와 밀 등 각종 상품 가격이 급등하자 다시 상승세를 재개했다. NatWest Markets의 John Briggs는 전쟁이 장기화될 수록 인플레이션 충격이 더 고착화되고 오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천연가스와 팔라듐, 구리 가격은 한때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이번달 200불?

국제유가가 2008년래 최고치로 급등했지만 트레이더들은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일각에선 3월 안에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시장이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로부터의 공급이 차단될 위험을 가늠하면서 ICE 선물 유럽데이터에 따르면 5월물 브렌트유 선물을 배럴당 200달러에 사려는 콜 옵션이 월요일 1200계약 이상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옵션 계약의 매수가는 배럴당 2.39달러로 152% 급등했다. TotalEnergies는 자사 트레이더들이 더이상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는 “러시아 공급의 상당 부분이 시장에서 제외될 시나리오를 상품시장이 더욱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실제 공급 충격이 보다 분명해지고 가격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시작할 때까지 높은 가격 변동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nergy Aspects는 수일내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면 여름까지 배급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등 주요국은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촉발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러시아 에너지 분야에 제재를 가해 푸틴을 벌줘야 할지, 아니면 푸틴의 배를 불리더라도 러시아산 원유 공급을 허용해 더이상의 가격 상승을 막아야 할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연료와 식품, 금속 등 각종 상품의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팬데믹 충격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기업과 소비자들은 이제 인플레이션 악화와 수요 둔화라는 1970년대식 이중고 위협에 직면해 있다. 바클레이즈와 JP모간은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1%p 가량 낮추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p 상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의 Christian Keller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상품 가격 급등과 위험 회피 확산은 스테그플레이션 충격을 내포한다”며, 유럽이 미국에 비해 더 취약한 반면 중국이 가장 리스크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이번 전쟁으로 인해 “매우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경고했고,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완전히 차단될 경우 유로존은 2.2% 성장 충격을 받을 수 있으며, 하루 430만 배럴에 달하는 러시아의 대미·유럽 석유 수출이 막힐 경우 글로벌 경제는 3%p 성장 충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제프리스는 연준이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3월은 물론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7차례 인상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SHOK 분석 모델에 따르면 월요일 신고점을 기록한 에너지 가격을 토대로 계산시 유로존 경제는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며 올해 인플레이션은 6%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디폴트 리스크

모간스탠리는 러시아의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지급 제한 조치가 확대됨에 따라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간스탠리의 Simon Waever는 “디폴트가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며,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폴트는 이르면 4월 15일에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2023년과 2043년 만기 달러채에 대한 쿠폰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30일 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이다.

강도 높은 국제적 금융·경제 제재조치로 돈줄이 막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국인 채권단에 자국 통화인 루블로 채무 상환을 허용하자 러시아 5년 만기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아 디폴트 위험을 80% 정도로 반영했다. 3월 16일 만기인 2건의 달러채 쿠폰이자 1억 1700만 달러의 경우 루블화 지불 옵션이 없어 러시아가 이를 루블로 상환하려 할 경우 디폴트 스왑이 촉발될 수 있다. BlueBay Asset Management는 3월 16일 쿠폰에 대해 디폴트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즈프롬은 현지시간 월요일 만기가 돌아온 13억 달러의 채권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에게 달러 현금으로 상환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러시아 대신 중국 채권 매도?

골드만삭스는 중국 국채에 대한 투자의견을 ‘강세’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리얼머니 펀드들이 계속해서 상환 요구에 직면할 경우 러시아 자산이 동결된 상태에서 결국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등 다른 신흥시장 자산을 매도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 역내채권은 JPMorgan GBI-EM Global Diversified index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채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위안화의 비중확대 전망도 펀드들의 중국 채권 매도 유인을 제공한다. 위안화가 2018년 이래 가장 강세 수준 부근에서 머물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야심찬 성장 전망을 내놓으면서 추가적인 재정 부양책 기대에 위안화 채권 금리는 최근 조금씩 상승 중이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