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도、서은경 기자
이란 화해 제스처에 국제유가 급락…中부양책 기대 vs 공급과잉
이란의 화해 제스처에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장중 한때 3% 넘게 밀리며 배럴당 69달러대 중반까지 떨어졌고, 브렌트유 역시 낙폭을 확대해 73달러선에 육박했다. WTI는 연준 빅컷에 힘입어 지난주 4.8% 상승하며 2월 이후 주간 기준 최대 오름폭을 기록한 바 있다. 헤즈볼라는 일요일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드론을 비롯해 로켓과 미사일을 퍼부었고, 월요일에는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레바논에서 300명 넘게 사망했다. 확전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동 지역의 석유 생산을 위협할 수 있다. 한편 비 OPEC 국가들의 산유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의 수요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이번 분기 원유 가격은 하락 중이다.
연료 수요 전망이 악화되고 있으며, 헤지펀드들은 경유에 대해 사상 최대 약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이달 초 유가가 연저점 대비 약 10% 반등했다는 기술적 요인도 유가 하락의 배경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확인한 예산안 초안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자국의 석유 및 가스 관련 수입(revenue)이 2027년까지 약 1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Francisco Blanch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노트에서 “OPEC+가 공급과잉 원유 시장에 배럴을 추가할 계획이기 때문에 에너지 투자자들의 심리가 결정적으로 약세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미즈호 증권의 에너지 선물 부문 디렉터 Robert Yawger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원유 수요를 개선할 수 있다며, “중국 수요 증가 없이는 유가가 랠리를 펼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이제 올해 25bp씩’…보스틱 ‘연속적 빅컷 약속 안돼’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올해 남은 두 번의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씩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50bp 후에도 여전히 긴축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첫 걸음을 큰 폭으로 움직이는 데 대해 마음이 편했다”면서, “이제부터는 지표가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전반적으로 보다 좁은 보폭으로 갈 것 같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CNBC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올해 11월과 12월 회의 모두 25bp씩 낮추는 것이 “합리적인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에세이에서 리스크 균형이 인플레이션 상승에서 노동시장 약화로 옮겨갔다고 판단했기 떄문에 지난주 50bp 인하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물가과 고용 간 리스크가 균형을 이루면서 연준이 완화 주기를 빅 스텝으로 시작해 기준금리를 중립에 더 가깝게 가져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립 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할 때 연속적인 빅컷을 약속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에 나는 지난주 25bp를 선택했을 수도 있었으나, 그럴 경우 노동시장의 궤적에 대해 커지는 불확실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동시장이 약해지고는 있으나 아직 “빨간 불이 켜지진 않았다”며, 다만 정책금리가 중립 수준에 비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지난주 50bp 조정이 적절했다고 진단했다. 정책이 여전히 제약적임을 감안할 때 물가 진전이 멈출 경우 금리 인하를 늦추거나 멈출 수 있고, 반대로 고용이 악화될 경우 공격적 정책 조정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연은총재, 내년 ‘더 많은’ 금리인하 예상…고용악화 우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총재는 미국 노동 시장을 보호하고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를 “상당히”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는 경로에 있다는 확신을 얻은 만큼 연준의 다른 책무인 고용의 리스크 측면에 초점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다”며, “이는 내년에 더 많은 금리 인하를 의미할 수 있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시카고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말했다. 노동 시장이 악화되면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구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속도가 빨라질수 있다면서, “문제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연착륙을 원한다면 뒤처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FOMC 투표권은 없지만 통화정책 논의에 참여한 굴스비는 지난주 50bp 인하를 지지했다며, “초기 금리 인하의 구체적인 시기는 고용과 물가 두 측면 모두 여건이 좋다는 장기적인 관점에 비해 덜 중요하다. 이러한 여건을 유지하려면 앞으로 금리가 크게 내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입 비용이 중립 수준에 비해 “몇백(hundreds)” bp 높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12개월 동안 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낮추려면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다가서고 실업률이 원하는 수준인데 수십 년래 가장 긴축적인 정책을 원하는가? 너무 오랫동안 제약적일 경우 양대 책무의 최적 지점에서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골드만, 연준 빅컷 이후 달러 전망치 낮춰…도이치는 달러 매수콜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50bp 금리 인하 이후 미국의 금리가 내려가면서,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 점차 약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Kamakshya Trivedi 등 스트래티지스트들은 투자자 노트에서 “여전히 달러의 높은 가치가 빠르고 쉽게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 기준이 조금 낮아졌다”며 달러 약세 과정은 점진적으로 고르지 않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달러 대비 파운드는 향후 12개월 전망치를 기존 1.32달러에서 1.40달러로 높여 잡았다. 이는 2021년 이후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월가 전문가들 전망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파운드에 대한 지지는 리스크 베타뿐만 아니라 견고한 성장 모멘텀, 영란은행 인내심에서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은 또한 달러 대비 유로에 대한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12개월 후 전망치를 1.08달러에서 1.15달러로 높였다. 달러-엔 환율은 150엔에서 140엔으로, 달러-위안은 7.40위안에서 7.25위안으로 낮춰잡았다. 골드만의 달러 약세 전망은 도이치뱅크와 상반된다. George Saravelos 등 FX 스트래티지스트들은 투자자 노트에서 “연준 프라이싱이 너무 비둘기인데다, 시장은 트럼프 승리를 둘러싼 달러에 긍정적인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달러 매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야데니 ‘빅컷에 증시 멜트업 가능성 높아져’…美PMI 소폭 하락
시장조사업체 야데니 리서치의 창업자인 에드 야데니는 지난 주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하 덕분에 S&P 500 지수가 1995년부터 세기말까지 220% 치솟았던 닷컴버블에 견줄만한 ‘멜트업(melt-up)’의 가능성이 기존 20%에서 30%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강세장이 연출될 확률은 80% 정도이며, 반대로 1970년대처럼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변동성이 전세계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20%로 추정했다. 다만 상황이 지나치게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 재발 등 보다 광범위한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제가 과열되고 주식 시장에 거품이 생기면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며, 특히 미국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양당 후보 모두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연준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반면 Stifel Nicolaus의 수석 주식 스트래티지스트인 Barry Bannister는 지난주에 최근 랠리가 1990년대 닷컴버블의 재현과 비슷하다며, 현재 5700대까지 오른 S&P 500 지수가 4분기면 5000선 초반으로 최대 13%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9월 들어 미국의 비즈니스 활동이 확장 속도를 늦춰 S&P 글로벌 미국 종합 PMI(속보치)가 54.4로 이전치 54.6에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이 3개월째 위축되어 작년 6월래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서비스업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