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파월풋? 하락장 공포 탈출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뉴욕증시는 장초반 매도가 매도를 부르며 하락장 공포가 극에 달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막판 저가매수세에 가까스로 반등했다. S&P 500 지수가 한때 4% 가까이 급락해 역사상 최악의 새해 성적을 기록한 가운데 Evercore ISI는 3800포인트까지 밀리는 약세장을 경고했다. 연준이 이번주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임박을 시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마저 가세하면서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한때 35% 급등해 2020년 10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마감후 IBM이 시장 예상보다 좋은 분기 매출을 발표하면서 테크주의 기사회생을 도울지 주목된다.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나서면서 달러(BBDXY)는 한때 0.5% 넘게 급등했다.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에서 주요통화의 움직임과 국내 외환수급여건을 상시 점검하고 급격한 변동성 확대시 적기에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하겠다고 ‘2022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 자료에서 밝혔다. 또한 외환거래 환경 변화에 대응해 외환거래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관련 6월 워치 리스트에 등재를 목표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작년 4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비 1.1%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파월풋?

채권시장은 전세계 위험자산이 폭락하고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연준의 긴축 의지를 굳게 믿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이 가파르게 하락할 경우 소위 ‘연준풋’이 나타나 정책당국이 잠시 멈추고 시장 달래기에 나서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스닥 지수가 1월 들어 12% 급락했음에도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베팅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스왑시장은 3월 25bp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연내 총 100bp의 긴축을 가격에 반영 중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서면서 경제 성장세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채 2년-10년 금리 스프레드는 한때 70bp까지 좁혀져 2020년말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연준이 워낙 달궈진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적어도 현재로선 주식시장 지원을 약속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Bleakley Advisory Group의 Peter Boockvar는 “연준이 초기엔 인플레이션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후엔 금융시장과 경제 상황에 반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당장 파월풋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영원히 포기하기엔 성급하다는 설명이다.

MS ‘주식시장은 겨울’

최근 주가 급락에 월가 약세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 주식의 기록적 랠리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모건스탠리 스트래티지스트 마이클 윌슨 역시 자신의 경고가 들어맞았다며, 주식시장이 통화정책 긴축과 성장 둔화 속에 고점에서 후퇴하는 드로다운(drawdown)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유명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문구를 빌려 “겨울이 왔다(winter is here)”며 연준 정책에 대한 불안을 넘어 경기 둔화 우려가 시장을 이끌면서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경기 둔화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조짐을 찾기 위해 PMI와 기업 실적 조정을 모니터링 해왔다”면서,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며 주식시장은 이에 대해 가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강세로 가기엔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나온 기업 실적 발표는 거시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론을 잠재하는데 실패했다. 골드만삭스는 기업들이 “실망스런” 가이던스를 내놓았다며, S&P 500 기업 중 오직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만이 어닝 서프라이즈와 더불어 전망치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매파적 기조 전환이 기업 실적 성장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어 “단기적으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추가 고통 경고

최근 폭락세에도 일부 비관론자들은 주식시장의 고통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BofA는 S&P 500 지수의 과거 지지선이었던 4495-4546포인트가 이제 저항선으로 바뀌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2020년 7월래 가장 회의적이고 2020년 9월래 가장 약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더욱 짙어짐에 따라 강세적 반응을 이끌려면 “진정한 항복”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작년말 주가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던 Ned Davis Research의 Ed Clissold는 “연준이 완화를 거둬들이고 기업 실적이 둔화되고 정부 부양책이 크게 줄어드는 등 시장이 현실에 적응함에 따라 아마도 향후 몇달간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2분기쯤 10-15% 하락을 내다봤던 미즈호 인터내셔널은 “긴축 발작(tightening tantrum)”으로 S&P 500 지수가 추가 12% 후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즈호의 Peter Chatwell는 “연준이 덜 매파적으로 바뀌거나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반응이 나오기 전까지 주식시장을 짓누르는 하방압력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스트레스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블랙록 ‘주식 상승 기회 있다’

세계 최대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BlackRock Investment Institute는 금리 상승이 주식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단기적 시계를 넘어서 본다면 미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더라도 주식이 오를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채의 경우 장기적 전망은 부정적이지만 시장이 단기적으로 너무 앞서나갔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2022년 증시 후퇴 뒤에는 바이러스 공포가 진정됨에 따라 테크주에서 경기순환주로의 로테이션이 숨어 있다며, “금리가 오르면 테크주가 떨어진다는 설명은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행보

Guggenheim Capital의 최고투자책임자인 Scott Minerd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길들이려면 단기금리 인상보다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해 통화공급을 줄이는데 집중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더들리 전 뉴욕 연은총재는 주가 급락이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며, 연준이 증시 매도세에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주식시장 매도세가 올해 미국 경제의 낙관적 전망을 흐리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Cornerstone Macro의 Roberto Perli는 금융여건이 아직도 매우 완화적이라며, 파월 연준의장이 이를 근거로 아직 한계점까지 오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Renaissance Macro Research는 연준이 3월 50bp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만 보내도 투심을 진정시키는데 충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