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50bp포기, 트럼프 트레이드↓

김대도、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미국의 주요 기저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트레이더들은 다음 주 연준의 50bp 인하 베팅을 거의 제로까지 낮췄고,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10bp 가까이 점프했다. 뉴욕증시는 엔비디아가 8% 급등해 테크주 랠리를 이끈 덕분에 반등에 성공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최신 AI칩 수요가 워낙 강해 공급 부족으로 일부 고객이 불만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픈AI가 밸류에이션을 1500억 달러로 높여 투자자들로부터 65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최근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WTI)는 미국 남부에 상륙한 허리케인으로 일부 산유 시설이 폐쇄됐다는 소식에 트레이더들이 숏커버링에 나서면서 장중 3% 넘게 올랐다. 
전일 열린 미국 대선 TV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세우는데 성공하면서 베팅 웹사이트 프리딕트잇(PredictIt)에 따르면 민주당의 대선 승리 확률이 토론 전 53%에서 56%로 올라갔다. CNN 출구조사에서 이번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 중 63%가 해리스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트럼프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겼다며 해리스측이 제안한 2차 토론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소위 ‘트럼프 트레이드’도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 근원 인플레 시장 예상 상회

8월 미국의 기저 인플레이션이 주택 및 여행 물가 탓에 시장 전망을 웃돌면서 다음 주 FOMC 회의에서 50bp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거의 사라지는 모습이다. 현지시간 수요일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식품 및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 오르면서 예상치 0.2%를 상회했다. 이는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이기도 하다. 좀더 추세를 잘 보여주는 3개월 상승률은 연율 기준 2.1%로 이전치 1.6%에서 높아진 것으로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8월 헤드라인 CPI는 전월비 0.2%, 전년비 2.5% 각각 상승했다.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5개월 연속으로 둔화됐다. 서비스 가운데 가장 큰 항목인 주거비는 연초 이래 최대폭인 0.5% 올랐다. 두 달째 가속으로 둔화를 기대했던 일반적인 예상을 뒤집었다. 노동통계국은 주거비가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Principal Asset Management의 Seema Shah는 “매파 연준 인사들은 이번 CPI 지표를 인플레이션의 라스트 마일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증거로 삼아, 25bp 인하의 강력한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씨티, 9월 50bp 인하 전망 포기..대신 11월·12월 두번 모두 50bp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9월 FOMC회의에서 50bp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철회했다. 하지만 올해 총 인하폭이 125bp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은 그대로 유지했다. Andrew Hollenhorst 등은 현지시간 수요일 발표된 8월 CPI 지표를 확인한 연준위원들이 아마도 다음 주 회의에서 50bp보다는 25bp만 내려도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투자자 메모에서 말했다. 다만 노동 시장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주요 관심사”로 남을 것이라며, “11월과 12월에는 각각 50bp의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씨티가 9월 50bp 인하 전망을 포기하면서 주요 월가은행 가운데 JP모간체이스 이코노미스트만이 이달 50bp 예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레딧사이트의 미국 투자 등급 및 매크로 전략 헤드 Zachary Griffiths는 “시장 전망을 완만하게 웃돈 CPI는 50bp 인하를 고려했던 정책 입안자들을 잠시 멈추게 만들기에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JP모간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 David Kelly는 CPI 발표 후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이 이제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준의 과감한 액션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며 다음주 25bp 인하를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솔로몬은 노동시장 약세 신호에 연준이 50bp 인하를 단행할 확률이 30%대 초반 정도라고 본다고 CNBC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만 자신의 기본 시나리오는 이번에 25bp 인하로, 연준이 연말까지 2-3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해리스 판정승?…아직은 신중한 접근 필요

트레이더들이 해리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위 ‘트럼프 트레이드’를 되감았다. 올 3월만해도 80달러를 육박했던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주식은 현지시간 수요일 장중 한때 18% 가까이 급락해 15달러까지 밀렸다. 트럼프가 지지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장중 3% 넘게 밀렸고, 블룸버그 달러 지수(BBDXY)도 소폭 하락했다. 트럼프는 탈달러화를 시도하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 강달러를 부추길 것으로 기대됐다. 반면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는 민주당이 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해 더 많이 지원할 것이라는 추측 속에 상승했다.

그러나 스트래티지스트들은 가격 움직임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조언했다. 씨티그룹의 Daniel Tobon 등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선거가 박빙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장은 트럼프 정책에 대한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금융 시장과 베팅에 동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Jefferies International은 특정 후보와 연계된 거래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번 TV토론에서 확실한 승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해리스가 예상보다 잘했고, 트럼프보다 감세와 재정 확대에 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Saxo Bank의 글로벌 시장 스트래티지스트 Charu Chanana는 해리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중국 위안화 약세나 방산주 랠리 같은 많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간스탠리 윌슨, ‘AI 테마 과도’ 경고…증시는 친(親) 트럼프

모간스탠리의 수석 미국 주식 스트래티지스트인 마이크 윌슨은 올해 S&P 500 지수의 신기록을 이끌었던 인공지능(AI) 붐이 시들고 있기 때문에 증시 랠리가 재개되려면 새로운 촉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지시간 수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AI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산성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그 잠재력을 믿고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현상이 최근 주가 변동이 심한 AI의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물론 반도체 업종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달 들어 5% 넘게 하락했다. 윌슨은 “AI 드림이란 광채의 일부가 사라졌다”며, “우리는 AI 테마에 대해 너무 앞서갔다. 그렇다고 해서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도체주에 대한 열기가 적어도 일시적으로 식음에 따라 유틸리티와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같은 경기방어주를 추천했다. FOMC가 다음주 회의에서 50bp로 선제적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연착륙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와일드카드는 연준 위원들이 양적긴축을 조기 종료하거나 유동성 지원책을 얘기할지 여부로, 이는 주식시장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대선과 관련해서 윌슨은 연착륙 시나리오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장 정책이 증시엔 호재가 되고 채권엔 악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시장은 친(親) 트럼프적으로, 그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거래가 더 좋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의 채권시장 개입에 1년물 금리 급락

중국인민은행(PBOC)이 역내 국채시장에 개입하면서 거래가 급증하고 단기물 금리가 크게 빠졌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PBOC가 시장에 개입하기 위해 매각했을 수 있는 10년 만기 ‘특별’ 국채가 화요일 거래량이 8배나 늘면서 시장에서 두번째로 가장 활발히 거래됐다. 또한 당국의 매입 추정으로 1년물 국채 금리가 익일물 레포 금리를 2021년래 최대폭인 거의 60bp나 하회했다. PBOC의 궁극적 목표는 소위 일드커브 스티프닝으로, 차입비용을 낮게 유지하면서 동시에 채권시장에서의 투기세력을 제한하고 싶어한다. 이로 인해 중국 경제 부진과 금리 인하 전망에도 투자자들은 채권 랠리를 전적으로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OCBC의 환율/금리 전략 책임자인 Frances Cheung는 “통화정책 조작에 따른 채권 매수 및 매도만으로 시장 거래의 전반적인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며, 다만, 장기물 금리의 하단을 방어해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며칠 동안 국영은행들이 주로 PBOC가 보유한 특별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고 트레이더들이 전했다. 이는 당국이 장기 금리의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들 은행은 동시에 단기물 채권을 사들였다. PBOC는 8월에도 채권시장에서 장기물을 팔고 단기물을 샀다. 이에 따라 중국 국채 1년물과 10년물간 금리 스프레드는 작년 12월 25bp에서 이제 76bp로 벌어졌다. 스탠다드차터드은행의 중국 거시 전략 책임자인 Becky Liu는 “이같은 시장조작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PBOC가 대차대조표를 계속 늘리거나 적어도 축소를 막으려면 단기물 채권을 사들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PBOC가 시장에서 유동성을 거둬들이기보다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관련 문의: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