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트럼프의 재선에 더해 공화당이 상원은 물론 하원마저 다수당이 될 공산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 전망이 월가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간밤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고, 유로화는 1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엔화와 캐나다 달러 약세도 주요 심리적 수준을 위협했고, 달러-원 환율(REGN)은 한때 1410원에 근접하며 2022년 11월 이후 고점을 경신했다. 기술적으로 보면 달러-원은 아직 극단적인 과매수 구간에 진입하지는 않은 상태로, 단기적 관점에서 추가 원화 약세는 가능해 보인다. 상대강도지수(RSI)가 기준선인 70을 소폭 하회하고 있는데다, 이동평균수렴확산(MACD) 곡선이 시그널 값을 최근 상회하면서 높은 레벨임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매수 신호가 나왔다. JP모간과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모두 달러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골드만 등 월가 휩쓰는 强달러 전망..“랠리 걸림돌 없어”
Monex의 Helen Given은 “내년과 어쩌면 2026년까지도 상당한 달러 강세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며, 대규모 재정 지출과 보호주의적 외교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전망의 계산법을 크게 바꾼다”고 지적했다. JP모간은 “선거 결과는 달러 예외주의를 증폭시킨다”며 “다른 어떤 통화도 달러가 지닌 우월한 성장성과 증시, 높은 금리, 방어적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향후 몇 달 동안 달러가 7%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달러가 유로와 동등한 패리티로 가고, 달러-위안 환율은 7.40에 근접하게 됨을 의미한다. 골드만삭스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다른 국가의 대응 수준에 따라 달러의 추가 강세폭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바클레이즈와 BBH는 지속적인 달러 랠리에 있어 걸림돌은 거의 없다며, 트럼프의 정책 의제 외에도 경제 모멘텀이 다시 달러 강세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미국 선거 이후 달러 롱 포지션을 늘린 아문디의 통화 관리 헤드 Andreas Koenig은 “현재로서는 달러를 거스르는 주장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과 달러에 긍정적이며, 다른 나라 특히 유럽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트럼프 취임식을 앞두고 이번 분기에 달러가 정점을 찍겠지만 내년에도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금보다 더 달러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승리했고 이는 달러에 매우 긍정적이지만, 아직 게임의 전반부에 접어들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스탠다드 뱅크는 트럼프 1기에도 관세를 도입했지만 달러는 결국 하락했다며, “지금 달러가 아무리 강세여도 장기적으로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달러가 취임 당시 대비 약 10% 하락한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2기에도 최소 10%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메르츠방크는 트럼프가 결국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약세를 원해 개입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계절적으로 12월은 송금 및 휴일 등의 영향 속에 달러 하락 경향이 나타난 점도 무시못할 재료다. 2017년부터 7년 연속 달러는 12월에 내리막길을 걸었다. 게다가 이번엔 연준이 비둘기파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일각에선 달러 약세 포지션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페퍼톤 그룹은 “시장은 상당한 관세와 잠재적 무역보복을 논리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프라이싱”하고 있기 때문에 “두려워했던만큼 나쁘지 않다면 회복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옵션시장, 트럼프 시대 취약 통화로 유로·위안화 지목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달러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외환 트레이더들은 유로와 위안화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통화가 될 것이라는 신규 베팅에 나서고 있다.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에 따르면 옵션시장에서 월요일 가장 많이 거래된 통화쌍은 유로-달러와 달러-위안이었고, 트레이더들은 투자자들이 이들 통화 대비 달러 콜옵션을 주로 매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DTCC를 보면, 명목 금액으로 1억 달러 규모 이상의 달러-위안 콜 옵션 거래가 풋 옵션 거래보다 3대 2 비율로 많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G-10 FX 트레이딩 아태 헤드 Ivan Stamenovic는 지난주 후반 투자자들이 FOMC 결정과 중국 상무위 이벤트를 두고 “전술적으로 노이즈 트레이드”에 나섰으나 기대에 못미치면서 유로와 위안에 대한 달러 강세 트레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보편관세 10% 및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트레이더들은 특히 위안화에 주목하고 있다. 대중 강경파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주도할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위안화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유로화의 경우에도 정치적 리스크가 작용하고 있다. 예산안을 둘러싼 내분에 집권연정이 무너지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총선을 내년 2월로 7개월 앞당겨 정면 승부에 나섰고,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로버트 홀츠만 유럽중앙은행(ECB) 위원이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JP모간의 Niraj Athavle는 “아시아 시간대로 거래하는 많은 고객들이 특히 유로, 엔, 역외 위안화 대비 달러 강세를 베팅하기 위해 옵션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유로는 달러와 가치가 동등해지는 패리티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 바클레이와 ING, 노무라 등 최소 10개 글로벌 은행들이 지난 한 주 동안 유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도이체방크는 “유럽이나 중국의 정책 대응 없이 트럼프 의제가 전면적이고 빠르게 시행된다면 유로-달러는 패리티를 지나 0.95 이하로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트 분석가들은 2023년 10월 저점인 1.0448달러를 주시하고 있다. 그 아래에서는 패리티가 형성될 때까지 단단한 지지선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카시카리 ‘12월 인하는 인플레에 달려있어’
닐 카쉬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12월 FOMC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적절할지 판단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지표를 살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한 행사에서 다음 달 연준위원들이 어떤 이유에서 금리 인하를 멈출 수 있는가 묻는 질문에 “전망을 그렇게 극적으로 바꾸려면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서프라이즈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12월 회의 전까지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잠시 멈출 수 도 있다”며, “지금부터 12월 사이에 노동 시장이 정말 뜨거워질 것으로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정책 금리가 “다소 제약적” 수준이라며, 주거비 인플레이션 때문에 2%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1-2년 정도 더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미국 경제가 소비와 생산성 덕분에 양호한 상태라고 평가하고, 향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간에 연준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선거 불확실성이 사라짐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재개한다면 연준은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에 집중할 수 있겠지만, 기업들이 가격 결정력 약화로 이윤 마진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을 줄일 경우 연준 입장에선 고용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연준의장은 7일 FOMC 기자회견에서 중립금리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중하고 인내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금리 인하를 서두를 생각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시장은 12월 금리 인하에 대해 이달 초 만해도 거의 확신했지만 이제는 65% 정도로 기대를 낮췄다. 한편 뉴욕 연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계의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이 10월 2.87%로 4년래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3년과 5년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각각 2.5%와 2.8%로 둔화됐다.
트럼프 측근들, 재무장관에 억만장자 베센트 지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일부 핵심 고문들이 트럼프 2기 첫 재무장관으로 억만장자 투자자인 스콧 베센트를 지지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조지 소로스의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매크로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을 설립한 베센트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모금은 물론 연설문과 정책 제안 초안 작성까지 막대한 기여를 하며 트럼프의 환심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아직 재무장관과 관련해 어느 후보에게도 제안을 하지 않았으며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존 폴슨이 현지시간 화요일 성명에서 보유 금융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복잡한 금융 규정”을 언급하며 자신은 재무장관 후보에서 빠지겠다고 밝히면서 유력 후보군은 좀더 좁혀진 모습이다. 트럼프의 정권 인수팀을 돕고 있는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 경영자인 하워드 루트닉도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측근들은 트럼프에게 베센트가 시장 관점에서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며 추천했고, 특히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그의 기고문이 인수팀 내에서 호평을 받았다. 베센트는 해당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달러가 2년여래 일일 기준 최대폭 올랐고 이는 지난 10년 동안 3번째로 가장 강한 상승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금요일 트럼프 당선인와 만난 베센트는 “달러는 당신을 사랑하고 미국 자산의 세후 수익률을 계속 높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센트는 월요일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성장 충격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는 하락하고 있고 달러는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OPEC, 4개월 연속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 하향
OPEC이 올해와 내년의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치를 4개월 연속 하향 조정했다.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를 뒤늦게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와 아프리카의 데이터가 예상에 못미치자 OPEC은 월간 보고서에서 2024년 세계 일일 석유 소비량이 평균 1억4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대비 180만 배럴 증가로 기존 예상치에서 10만7000배럴 줄였고, 내년 증가분 역시 150만 배럴로 10만3000배럴 가량 낮췄다. 유가 부진에 지난 7월 이후 올해 수요 증가 예측치를 거의 5분의 1이나 축소했지만, 그럼에도 OPEC의 전망은 여전히 월가 은행들이나 심지어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에 비해 상당히 낙관적인 편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전망치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나 높다.
OPEC+는 증산 일정을 두 번이나 연기해 당초 올 10월 대신 내년 초부터 조금씩 산유량을 늘려가기로 했는데, 이 계획 역시 12월 1일 회의에서 다시 검토될 예정이다. 브렌트유 선물은 7월 초 이후 약 18% 하락해 현재 배럴당 72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트레이더들 입장에선 중동 지역의 분쟁이 석유 수출에 큰 차질을 초래하진 않을 것이란 확신이 커지고 있지만, 몇달째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수요 위축이 문제다. 관세 전쟁을 예고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도 석유시장 전망에 교란 요인이다. 지난 집권 때 트럼프는 이란 핵합의를 깨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저지했고 종종 OPEC가 유가를 너무 높게 유지하고 있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